작은 차이, 그리고 최소한의 도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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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를 느낀 몇몇 사례



사례 1.

가고시마에서 유명하다는 흑돼지로 만든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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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하니 맛이 좋고 생각보다 부드러웠지만, 점점 뒷맛이 느끼해졌다. 기름진 부분을 제거하지 않기로 유명한 동네이다. 돼지고기인데도 마블링을 오히려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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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이다를 사먹고 서야 소화가 되었다. 달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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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근처 마트에서 우리 돈 2천원 하는 방금 먹은 흑돼지돈까스의 1/10가격인 요놈도 더 입에 맞게 잘되어 있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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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근처 선술집에서 간단히 한 잔 하고 나오는데, 누가 막 뛰어오는게 느껴졌다.

"스..스미마셍, 가방을 두고 가셨어요."(물론, 전부 일본어로 말했다.)

"엇,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공손한 태도였다. 내가 가방을 놓고 나왔는데 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가져다주면서 미안해할까 싶었다. 일본인들의 스미마셍에는 "실례합니다 / 죄송합니다 / 고맙습니다." 등 여러 의미가 있다. 그 기저에는 "미안함"이 깔려 있다. 미안하지만 실례하는 것이고, 미안하기에 죄송하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것이다. 좋게 해석하면, 작은 가게에 가방 놓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구석진 곳에 놓고 있다가 두고 나온게 하여 미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태도였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습관적인 태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유효기간 만료 직전이 되어 10년 간의 소중한 추억의 기록들이 많은 여권과 지갑 모두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무척 고마웠다.

사례 2.

숙소로 들어가며 날이 더웠는지 편의점에서 XX아이스 같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일본에 오면 늘 먹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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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드러운 모찌 아이스크림의 진짜 차이는 바로 포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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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씩만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남은 한 쪽은 간단히 냉장고에 넣어놓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웬만하면 둘 다 먹게 되니까 사실 아주 중요한 건 아니다. 세심함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도리



요새 갑질 논란도 많고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자연스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사람들의 존중의식이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사실 꽤 고가를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도 매우 조심하게 되고, 그 분들의 태도에 대해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는게 사실이다.

특히 판매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는 편의점/마트의 서비스 태도가 많이 좋지 않더라도, 그런가보다 힘든가보다 하게 되기도 한다.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 다 다를진데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의 피고용인이 되었다면, 특별히 중한 사정이 없다면 적어도 근무시간에는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례 1

밤중에 생수가 떨어졌다. 주문을 하자니 내일 오고, 살만한 곳도 없다. 오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생수2L짜리 6병을 매장 밖에 쌓아놓고, 3천원에 나름 저렴하게 판매하던 기억이 났다. 근처라 그렇게 몇 번 사서 들고 온 적이 있다.

그렇게 갈 때마다 POS기(?) 근처의 바코드를 알아서 찍어서 계산을 해주었다. 손님이 12KG나 되는 생수를 들고 점원에게 가서 찍을 필요가 없게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근무하는 점원이 바꼈다. 그리고는 나가서 12KG생수를 들고 들어 오란다. 늘 그냥 알아서 처리해줬다고 확인해보라 했다. 모르겠단다. 처음 듣는단다.

그래 좋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라고 하자. 적어도 그렇게 불편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하지 않도록 점주가 혹은 시스템으로 해 놓은 프로세스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만약, 그것을 점주에게 전화로 물어본다 해도 점주는 환영하지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일 열심히 하려나 보다 할 것이다.

확인해 볼 수 있겠냐고 묻고는 잠시 기다렸다. 이것저것 체크하더니 방법을 찾았나보다. 잘 계산해 주었다.

방법이 뻔히 있는 것을 알아보지도 않고 굳이 일단 모른다고, 배째라는 식의 태도로 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례 2.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 백화점을 겸하고 있어 규모도 크고 업무교육도도 높을 것이다. 그런데 늘 이곳은 그렇지가 않다.

"혹시 이 제품 어디 있을까요?"

"몰라요~"

휙 가버린다. 그냥 가버린 직원을 본 적도 있다. 그런 경우는 살면서 처음 봤다. 뭔가 다른 바쁜 일을 한다거나 옮기고 있지도 않았다.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분께 물으라던가, 최소한 알아봐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튼 그래서 이곳에 잘 안가게 되는데, "오케이캐시백"포인트로 결제가 된다고 광고를 하기에 다시 가게 되었다. 이것저것 구매 등으로 나도 모르게 포인트가 몇십 만 점이 있었다.

이것저것 담아서 20만원 정도를 포인트로 결제해 달라고 했다.

점원 왈,
"결제방법을 모르는데요?"

'오잉? 대대적인 홍보 광고까지 하던데 이미 시행된지도 몇 달이 되었고, 그런데 점원이 이걸 모르나보네.'

"확인해서 처리해주시겠어요?"

"모릅니다. 카드로 하시지 그래요?"

한 번은 그냥 그렇게 카드로 대신하고 넘겼다. 다음에 또 갔는데 다시 그 점원이다.

"모릅니다. 카드로 하시지 그래요?"

한 달이 흘렀으나, 여전히 같은 대답이다.

"6개월도 넘은 제도이고 들어보니 많이들 사용한다는데 확인해서 처리해주시겠어요?"

결국 다른 점원에게 물어서 힘들게 처리를 해주었다. 다른 점원들은 하루 수십 건 씩 처리를 한다고 한다. SKT사용자수를 감안할 때 오캐이캐시백 포인트 사용자가 얼마나 많겠나 싶다.

한 번 만 제대로 알아보면 편해질 것을, 이 점원만 계속 이렇게 뭉개면서 버텨온 것이다.

또 갔을 때는, 어떤 사유인지는 몰라도 다른 점원이 할머니에게 혼나고 있다. 아마 대충 건성건성하다가 뭔가 단단히 할머니가 화가 난 모양이다. 보아하니 진상을 부리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참다참다 폭발한 것 같았다.

진상이라면, 뒤에 밀려있는 대기 손님 수십명이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겠는가?

들어보니 정당하다고 느꼈는지 다들 할머니를 오히려 응원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했다는 반응이다.


요새의 우리들은 서로 존중하는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그다지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다. 작은 차이를 만드는 세심한 친절함이나 배려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물론, 서로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면 당연히 좋다.)

저마다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대체로 지켜줘야 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는 서로 간에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행복한 봄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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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있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게하는 글이네요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ㅋ

감사합니다^^ 말씀듣고 저도 반성하게 됩니다. 행복한 봄날 주말 보내세요~

공감합니다

앗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것은 결국 개개인의 인성의 문젠가요?? 아무리 친절한 일본의 문화속에서도 한국인에대한 혐한의식이 있는걸보면..

오사카 쪽에서 그런 뉴스가 종종 들리더군요.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어요. 그냥 최근여행 사진 공유차원에서 주절주절해봤네요 ㅎㅎ 그런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고요. 사실 어디든 친절하고 신의 성실한 분들이 훨씬 많죠.

이 글을 보니
ㅋㅋㄷㅅ 과자가 떠오르네

지금은 뜯기 편하지만 이전에는
뜯기가 정말로 불편해서 일부러 손이 가지 않았던 과자...

저 스스로가 '최소한'이라는 단어를 되새기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잘 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ㅋㅋㄷㅅ는 좀 그렇죠. 깨뜨리면 맛도 뚝 떨어지는 느낌? ㅎㅎ

지금은 찟는 표시선이 있어서 수월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깨지면....ㅎㅎ

일본의 모찌 아이스크림도 2개군요.
우리 어릴 적에는 분명히 3개가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_-++

최소한의 도리에 대한 말씀은 공감이 많이 갑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건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긴 하죠.
그러다 보니 나이가 좀 들어가면서 그 노력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거르게 되더라구요.
꼭 좋은 것 같진 않지만, 스스로에겐 합리적인 결정이긴 해서.. ㅠ
그래도 여러 번 지켜보려고 노력하긴 합니다.
(아.. 제가 왜 자꾸 변명을 하고 있는 걸까요..;; ㅋㅋ)

헉 3개인 건 기억이 안 나네요. ㅎ 모찌류는 얘네들이 정말 잘 만들듯이 맛도 xx아이스보다는 훨씬 부드러우니 드셔보세요.

글은 그림과 좀 엮은 느낌이랄까요 ㅎ. 원래는 일반 그냥 모르는 서비스 직원과 고객일 때 혹은 그런 수준의 사이에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부분을 생각해 본 건데요. 모르고 적었는데, 마침 또 갑질사건이 뉴스화 되서 마치 갑질 옹호자처럼 비칠까 살짝 우려가 되네요 ㅋ. 권력/직급/위계에 의한 힘 차이에서 오는 갑질 진상 성폭력 등은 당연히 사라져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은 비난/처벌까지도 갈 수 있겠지요.

말씀해주신 부분은 회사 업무 과정에서도 많이 적용되는 부분이 아닌가 하네요. 새로 들어온 직원이 누군가는 급하고 중요한 업무라면 밤새서라도 해놓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핵심을 먼저 짚고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혼자 머리를 싸메다가 이곳저곳 틀리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구요. 그런 정도의 일하는 의지/열정/스킬 차이를 말하려한 것은 아니긴 한데, 아무래도 그런 태도를 보이면서 성과도 좋은 사람을 가장 믿게 되긴 하더라구요. 자연스레 좀 걸러지게 되는 면이 있죠. 스스로 몇 번 기회에서 그렇게 계속 이탈해나가는 사람은 자연히 뒤쳐지더라구요. 설령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거르게 된다해도 일적인 부분에서 그러한 것일 뿐, 그 사람 자체를 무시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 지금 그 일에서만 좀 그렇지, 다른 잘하는 부분이나 창의적인 부분이 또 많을 수도 있으니깐요. 그란투리스모님 글에서 보니 사내 동료가 회사에서는 맨날 삽질인데 알고보니 대형 유튜버더라 그런 글을 봤었어요. 뭔가 또 잘하는게 있다면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 스팀에서 살짝 배우고 있답니다 ㅎㅎ

XX아이스_3개

원래 이랬었죠. : )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순 없나 ♬ ㄷㄷㄷ 진짜네요. 86년에 300원에 3개로 출시되었다고 나오는군요. 어릴 때라 안 먹어 봤는지 기억이 없었나봐요 ㅎㅎ. 예전이 인심이 후했던 것 같아요. 요새는 갯수가 줄든 크기가 작아지든 대체로 그렇더라구요^^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직원이 방문자 같이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네 정확한 말씀입니다.

@리스팀 목록

아직 리스팀 해주신 분들이 없네요. ㅠㅠ 너무 실망하지 말고 힘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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