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들었던 의문들 - 인생에서 결혼은 필요한 것일까?

in #kr7 years ago

자신은 자신도 모른다.

결혼 후에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기 전의 내 삶과 결혼 후 삶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모습 역시 알 수 없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추천합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먼저 이상적인 가정은 대화가 많은 가정. 그리고 여유있게 생각을 가족들끼리 공유하는 삶을 원했습니다. 맞벌이를 통해서 좀더 고소득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시간에 더 많은 대화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소득이 1/2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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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결혼했지만. 행복을 위해 생이별하다?

어른들이 말하던 안정적인 직장은 점점 줄어들어 아예 일자리를 찾기란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혼 1년차에 들어가면서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결혼생활 비용과 함께 각종 세금에 놀랐습니다.

아내는 맞벌이를 다시 해야하는 것이 아닌지 이야기 했지만. 좀더 적게 쓰면서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줄이기 시작한 것이 외식입니다.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외식을 하기 시작하면. 한달에 수십만원은 우습게 쓰는 우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차단했습니다.

외식을 줄인만큼 덜벌어도 된다.

외식을 줄이게 되면 그만큼 덜쓰게 되니.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최근에 여러가지 쿠폰을 통해서 우리를 유혹하지만. 이제는 철저히 외식은 통제하고 줄이는 편입니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게 됩니다. 외식을 하면 당장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고. 좀더 돈을 쓰게 되면 그 때 만족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그것을 위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는 것을 결혼생활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대화를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외식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둘이 돈버느라 바쁘게 된다면. 이야기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퇴근 후에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주말에 서로 쉬기 바쁘기 때문에 역시 대화의 시간이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돈도 많이 벌고 대화도 많이 하기란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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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쓰는 도시의 삶.

도시는 철저하게 소비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돈이 있어야만 생산물을 손에 얻을수 있습니다. 만약 돈이 없다면. 도시에서는 그냥 굶거나 대출을 받아서 사먹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통한 외상은 너무 익숙한 일이 됩니다.

행복을 위해 결혼했지만. 소비로 인해서 우리는 결혼 중에 함께하는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사태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만약에 아내와 그런 합의 없이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아내는 결사반대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여기저기 있는 맛집들. 화려한 문화생활 등등.. 한두가지가 아닌 장점을 갖고 있는 도시의 생활은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비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귀촌을 하게 되면 이것들과 차단이 됩니다.

모두가 살고싶어하는 도시.

서울, 수도권을 동경하는 타지역 청소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만큼 많은 음식들. 빠르게 적용되는 패션. 신나게 놀 수 있는 놀거리 등등. 그러나 그런 것들을 누리기 위한 비용마련은 정말 중요한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나게 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그 돈을 버는데 보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 철없다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을 모르고 죽는다는 것은.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은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자신이 결혼 후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제 인생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나 혼자 잘하고 나혼자 지내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아내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마찬가지 라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된 삶을 산다면 피해는 가족에게.

그래서 제 삶을 되돌아 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신나는 사람이지만. 요즘 신이 나지 않습니다. 밤 낮으로 일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일을 그렇게 밤낮으로 해온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생각처럼 잘 안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거기에 쏟아붓고 매일 매일 그 생각에 갖혀 여유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내가 설령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이와의 유대관계는 추억에 비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천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와의 추억. 그리고 유대관계를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에게 많은 장난감과 돈을 주는 것보다 한 번더 눈을 맞춰주고 한번 더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바쁘게 됩니다. 항상 날이 선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많은 돈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그 돈을 포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인생이 돈을 위한 삶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돈을 버는데 쓰는 현재까지의 삶으로는 저는 자신있게 대답하기 힘들었습니다.

적게 벌며 살기 위해서는 적게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그만큼 낮출 수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그것 역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바쁘게 사는 삶은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그렇게 살지 않는 몇 %의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그 분들이 더 많이 웃고 사는 것에서 저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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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 값이 어마 어마하게 들고. 학원비도 너무 많이 들어서 그 것으로 인해서 제 노후는 물론이고 아이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 병원에 덜가고. 기저귀는 돌이 지나면 점점 적게 쓰게 될테니 비용은 낮아지고. 제가 먹는 밥과 반찬을 아이와 함께 나누도록 무공해 채소를 집에서 길러먹고. 아이 교육은 공교육에 철저히 믿고 맡기고. 항상 해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위에 이야기를 저희 부모님께 드리면 안색이 변하십니다. 왜냐하면 제게 베풀어주신 것에 비해서 너무 초라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비싼 학원에 보내거나 예쁜 옷을 입혀주고. 외식을 자주 시켜주진 못하겠지만. 자주 놀아주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집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직업을 찾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오랫동안 보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님이 같은 마음일듯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크는 과정은 그때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오지 않은 시절이고.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내가 은퇴할 때쯤. 내가 시간이 많이 남으니 그때 놀자고 하면. 아이가 반대로 저와 놀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에 자신의 삶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제가 매달리면 아이는 또 얼마나 스트레스일까요..

아이에겐 제가 돈 없는 아빠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가 저를 존경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언제나 연락하고 언제나 생각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친근함만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서먹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이가 제게 준 어린 시절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고 지켜보며 기다려 주고 싶습니다.

준비는 시작되기 전에 해야한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생활을 한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계획을 세우고 토론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분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서 사서 고민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서 준비 하고. 결혼 한 후에 시간이 한참 흘러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결혼을 분석한다면. 이미 때는 늦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 또한 결혼 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놀랐습니다. 그러나 오랜기간 이야기 하면서 서로를 좀더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원하는 해답을 퍼즐처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결심하게 됩니다.

아내와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양평지역으로 떠난다는 것은 가장 큰 모험이 되었습니다. 여행이라면 누구나 단순히 떠나면 되는 문제지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내려가 산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만 많은 생활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준비하면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적은 시행착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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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길이 열린 저와 함께 해주는 아내에게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lifewordmission 님의 글도 잘보고 있습니다. :)

@lklab2013님 긴 글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인생을 길게보고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표현은 @lklab2013님이 생각하고 계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의미합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저와 제 동생의 삶을통해 느낍니다.
저는 서울에 동생은 강원도 정선에 살고있습니다.
도자기공예를 하는 동생부부는 삶이 윤택하지도 도시의 편리함도 누리지 못하지만 삶에 행복해합니다.
다만 세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는 걱정은 하지만 지금의 삶을 바꿀 생각이 없다더군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이유로.

물론 이에반해 서울에 살고있는 저 또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소한 아침식사 시간에는 모두 같이해야합니다.(아내가 이렇게 만들었죠ㅎ) 하지만 단 세 식구가 온전히 함께 하는것이 쉽지는 않더군요.
아마도 도시에서 누릴수 있는 많은 것들이 때로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빼앗나 봅니다.

댓글을 너무 장황하게 썼지만 결국 장기적인 나의 안목으로 더 큰 것을 얻기위해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맞고 틀린가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 다를 수 있음이 중요한거죠. @lklab2013님의 결정이 향후에 큰 만족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시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서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

양평에 있으면 너무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며 이제 여름을 맞이합니다.
서울에 있으면서 쉽게 마주치는 실내 환경이 아닌 대부분 야외 환경이라
극한 상황에서 관리해야 할일이 진짜 많다는 것을 다시 깨치는 여름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행복.
그것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모두가 응원받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도시와 여자는 돈 없으면 못살아요 ㅎ

어린 시절에는 돈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모님의 피땀어린 결실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ㅎ 거기에 우리나라는 물가도 비싸니 말이죠 :)

멋진 글이고 멋진 부부십니다. 많은 고민후에 내린 결정이시겠지요. 용기에 박수 드리며 팔로우 합니다.

저에게 응원의 팔로우 감사합니다.
저 역시 맞팔을 합니다.

고민을 할 때는 힘든데. 막상 결정되고 실행하기 시작하면
고민하고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스팀잇에서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혼한 지 두 달 열흘이 된 새내기 남편입니다. 님께서 했던 고민을 지금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같은 업종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쓰는 도시의 삶'을 살고 있지만, 둘 다 돈보다 시간이 많은 삶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을 꾸고 있어요. 아직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없는 삶이 두렵기도 하고, 스스로는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그런 고민도 하고 있지만, 이 글이 참 많이 와닿습니다. 고민이 어느 지점에 이르면 거기에 이 글도 한 자락 녹아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밀란 쿤데라 책의 이런 구절이 생각나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 ^^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려져있는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는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하게 미지의 것이다. 그녀 역시 배신의 욕망 뒤에 숨어있는 목표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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