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황금으로 바꾼 청년들 이야기

in #kr6 years ago

대략 3년 전 쯤 했던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지인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이크로비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마이크로비즈는 말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플라스틱입니다. 화장품, 치약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하수 처리 시설에서 정화도 안되고, 썩지도 않아 바다로 흘러가 떠다니다가 물고기가 이를 먹게 됩니다. 이렇게 먹이 사슬을 타고 올라오다 보면, 인간에게 까지 오게 되는 것이죠. 마이크로비즈 문제가 현재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수중의 마이크로비즈를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실현 가능하다면 정말 사회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지만 무언가를 개발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그러면서 관련 사업에 대해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재밌었던 점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사업으로 옮긴 청년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요? 내가 기회를 보지 못한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되실 겁니다.

1. 쓰레기로 돈 버는 청년들, 이큐브 랩

이큐브 랩은 2011년에 설립된 IoT 기반의 쓰레기통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지금은 점차 다양한 녹색 기술로 확장하고 있지만, 첫 시작의 이야기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연세대 학생이던 권순범 대표는 밤이면 친구들과 신촌에서 밤 늦게 까지 술을 마십니다. 밤이 깊어지면 신촌 길거리에 쓰레기통들은 용량을 초과해 흘러 넘치고, 길거리는 엉망이 되곤 하죠. 아침이 되면 신촌은 온통 쓰레기 천국이 됩니다.

여기에 패기 넘치는 대학생은 ‘지렛대를 달아 쓰레기를 자동으로 눌러버리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뒤 2016년 기준 이큐브 랩의 상반기 매출은 60억원. 영국 등 25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이큐브 랩의 쓰레기통은 에너지가 따로 들지 않습니다. 태양광으로 낮 동안 비축해 놓은 에너지를 밤에도 사용할 수 있죠. 센서를 통해 어디 어떤 쓰레기통의 용량이 꽉찼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광고판을 달아 광고가 가능해 부수적 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누구도 관심 없는 널브러진 쓰레기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쓰레기를 황금으로 바꿨습니다.

2. 쓰레기를 돈으로 돌려주는 자판기, 인컴 리사이클

중국에서는 분리수거 문제가 심각합니다. 단순 분리수거 뿐만 아니라 쓰레기 처리 문제가 사회 문제인데요. 기본적으로 우리 처럼 분리수거 제도 자체가 법으로 강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인컴 리사이클(Incom Recycle)이라는 중국의 한 회사는 여기에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 합니다. ‘착한 자판기’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패트병 수거 자판기 입니다. 패트병을 기계에 넣으면 돈으로 돌려 준다고 하네요. 현재 대도시 위주로 설치가 되어 있고, 패트병 수거율이 높아졌다 합니다.

이런 자판기를 보면서, 쓰레기 청소와 이에 대한 보상이 합쳐져 생긴 긍정적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러한 보상을 암호화폐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 수 있을까. 어떤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AI와 쓰레기통을 결합한 한국형 자판기, 네프론

중국에 인컴 리사이클이 있다면, 한국에는 네프론이 있습니다. 네프론은 수퍼빈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했습니다. KAIST와 협업하였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폐기물의 종류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보상은 현금으로 적립해 주는 방식입니다.

네프론은 국내 최초의 재활용 자판기인 동시에 AI가 적용된 최초의 제품입니다. 이러한 제품이 확산되면, 재활용품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재활용품을 재화로서 거래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가능해 보입니다.

4. 바다 스스로 쓰레기를 청소하도록 만든 10대 청년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원하지 않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이 있습니다. 이 섬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모르고 있다가 1997년에 한 환경운동가에 의해 발견됩니다. 이 섬의 크기는 한국 땅의 14배의 크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섬입니다.

사실 이 섬은 ‘거대 쓰레기 더미’ 입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해류에 의해 태평양 한가운데 모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쓰레기 섬’입니다.

인간이 만든 재앙의 섬을 바라보며 네덜란드의 한 10대 청년이 대안을 제시합니다. 오션클린업(Oceancleanup) CEO인 보얀 슬랫.

보얀의 구호는 “바다 스스로 쓰레기를 청소하게 만들겠다.”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인데, 원리는 이렇습니다.

(1) 길이 100Km, 높이 3m의 V자 모양의 막대를 바다 위에 설치합니다.

(2) 해류가 회전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막대에 와서 멈추게 되고, 생명체들은 막대를 피해 밑으로 통과합니다.

(3)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수익을 올립니다.

오션클린업은 이러한 방식으로 10년 이내에 태평양 쓰레기 섬의 절반을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비용과 속도의 측면 모두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결과를 보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그것을 치우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 낼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5. 네 가지 이야기를 보며 드는 생각 : 쓰레기 처리와 보상의 상관관계

자발적 선의에 의해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자. 자발적 선의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사회에서는 정확히 두 가지 방법만이 실효성을 거둔 것 같습니다.

(1) 법에 의한 강제

(2) 보상에 의한 자율

법에 의한 강제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관리하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비용 뿐만 아니라 감정의 소모도 많죠. 관리하는 입장이나 따르는 입장이나 기분이 썩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상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보상은 자발적으로 이에 따르도록 만들죠. 유리병 환급 같은 경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컴 리사이클이나 네프론 같은 방식은 그동안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여겨졌던 분리수거를 강제 없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직접적인 현금을 주는 방식보다 해당 지자체에서 이를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로 지급하게 한다면, 실제로 시에서는 돈이 아닌 토큰을 주는 것이니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이용자는 더 편리하게 환급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위의 네 가지 사례는 똑같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같은 사물을 두고 어떤 생각을 갖는지가 가능성을 찾는 좋은 척도가 될 것입니다.

P.S 위에서 글을 시작할 때는 쓰레기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제공하자는 취지가 강했는데, 글을 작성할수록 보상으로서 암호화폐의 기능과 분리수거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생기더군요. 마지막 결론은 결국 암호화폐 이야기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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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보니..빠져들어서 읽었습니다. ...유지비 측면에서 그리 좋지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좋은방향으로 개선이 되고 있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기승전 암호화폐!ㅋㅋ 가즈아~^^

기술이 발전되다보면 비용문제도 나아지리라 봅니다. 많이 해결된 것 같구요. ㅋㅋ아무래도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다보니... 암호화폐가 관심이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자율을 강화시키고, 통제를 줄인다는 개념인데, 환경은 정말 적용 시킬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원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기승전 암호화폐...ㅋㅋㅋ 감사합니다:)

유럽 여행을 할 때, 인상깊었던 장면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마트에 가면 마트 한쪽에 커다란 시장 가방을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거였어요.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시장 가방에는 병이나 페트병 같은 것을 가지고 왔더라구요.
위에 있는 것 같은 자판기에 병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현금이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답니다.
우리도 그게 신기해서 다음에 마트에 갈때 숙소에서 먹은 와인병을 가지고 가서 자판기에 넣어봤습니다.
진짜로 동전이 나오더라구요.

아주 손쉽게 병과 페트병을 현금화할 수 있으니, 우리같은 관광객도 그것에 아주 쉽게 동참하게 되더라구요.
우리나라에도 마트에 그런 자판기가 많이 비치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더랬습니다.

현금을 주든 암호화폐를 주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네네 자판기 좋은 것 같아요~ 우리도 빨리 보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재활용품 문제 때문에 말들이 많고,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도 인류에 큰 문제가 될거다하고, 말이 많은데 환경 문제들이 하나하나씩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방법들을 찾아가겠죠~^^

요즘 점점 환경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그래도 다행히 멋진 활동, 발명들이 계속되고 있긴하네요 ^-^
거기에 likersh7님의 멋진생각까지!! ㅎㅎㅎ
너무 멋진 글 보여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소소한 보팅도 남기고 갈게요~ ^-^

ㅡ짱짱맨 Curator. 뉴위즈(@Newiz) ㅡ

뉴위즈님 감사합니다:) 짱짱맨은 오치님만 계신줄알았더니 어제부터 다른분들도 오시는군요! 좋은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likersh7 님 안녕하세요. 제가 모모코님께서 주변 뉴비의 글을 추천하는 이벤트에 likersh7 님의 글을 링크로 남겼었습니다! 항상 주제의식이 분명한 글을 쓰시는 것 같아서 응원합니다! ㅎㅎㅎ

https://steemit.com/kr/@momoggo/6eef3w

아 어제 저녁에 확인했습니다. 보고 깜짝 놀랐는데 해당 글에 댓글로 감사를 하자니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고.. @bbboy님 글은 이미 최신글에 제가 봤었고 해서 어디에 남기면 좋을까 하고 있었습니다. 추천받은 것도 그거지만 평이 너무 감사했어요~~ 앞으로 @bbboy님도 응원합니다!! 함께 크는 뉴비들 되면 좋겠어요:)

!!! 힘찬 하루 보내요!

오치님 안녕하세요:)

활용가능한 쓰레기를 모아서 재활용하는 곳에 되팔기를 하는거죠. 하나는 길거리용, 하나는 주택용으로 네프론을 설치하면 좋겠어요! 네프론은 주택이 많은 곳이 설치되면, 다들 참여할것같아요.

앞으로 잘 발전해서 보급이 잘 이루어지는것도 기대되네요:)

쓰레기처리도 하고 환경도 생각하고 괜찮네요...

괜찮은 아이디어들인것 같아요^^

글 정말 좋네요. 법에 의한 강제와 보상에 의한 자율을 적절히 섞으면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 이전에 성숙한 시민문화가 생겨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 하나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없어지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당당히 왜 버리냐고 할 수 있는 시민 문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화내는 것이 아닌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아무튼 아이디어 하나로 수익 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들 경이롭습니다.

네 시민문화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법에 의한 강제 외에 딱히 방법이 없으니 이를 자율성의 비율을 높이면서 그 구멍을 강제력으로 막는다면... 지금보다 훨씬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 (태우님 댓글에 보팅하려는데 다른분들꺼는 이상없는데 태우님 댓글만 오류가...흠..)

멋집니다. 아주 독창적인 좋은 내용들이네요.
암호화폐를 적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듯 합니다.
많은 분들 보시라고 리스팀 해갑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환경, 농촌쪽은 암호화폐 개입할 여지가 많아요!!

첫번째 쓰레기통을 에버랜드 가서 봤는데 어떤 원리인 줄은 이 글을 보고 이해했네요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해결 법을 찾은 분들이 대단합니다
저도 환경 문제에는 관심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인식에서 그쳤거든요

세상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요? 내가 기회를 보지 못한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되실 겁니다.

의도대로 글을 읽었습니다. ㅎㅎ

환경적인 선택을 했을 때 보상을 주는 걸로는 승용차 마일리지나 에코 마일리지 등 이것저것 있는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바로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다보니 참여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보상을 코인으로 준다 ㅎㅎ 어떨지요~~

제 생각이지만 암호화폐는 기존에 보상이 어려웠던 분야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리라 봅니다. 마일리지 등등 실효성이 떨어졌던 부분을 암호화폐와 좋은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분명 좋은 효과를 발휘 할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할게 있겠네요~ 정성스런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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