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밤] 할 말이, 많은데. -5-
누나의 말, 잔잔한 어투, 살짝 기울이던 고개까지 모두 기억이 나네요. 누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수국 꽃망울을 들여다보고 배시시 웃었어요.
네. 예뻐요.
세상에. 나는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점원에게 도시락 데워 달라고 할 때도 예열 이 필요한 내겐 너무나 급작스러운 물음이었죠. 여기까지 내려오며 홀짝홀짝 마신 술들 탓인지 놀란 탓인지 손도 덜덜 떨렸죠. 갑자기 술병이 부끄럽게 느껴져서 엉거주춤 등 뒤로 숨겼어요.
"아, 근데 어떻게 하죠? 저희 꽃 파는 건 일곱시부터인데. "
아, 그래요. 저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뻐끔거렸어요. 누나는 그걸 보고 입을 가리고 웃었지요. 즐거움이 친절함이 후두둑 떨어지는 목소리였어요. 너무 오랜만에 나를 보고 웃는 사람을 보아서 그런지 저마저 혼이, 마음 안의 심지가 후두두 떨렸지요.
"아우, 죄송해요! 제가 너무 놀래켰나봐요!"
조금 쑥스럽고도,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한 표정이었어요. 평생 햇빛을 받고 사는 해바라기가 저런 표정을 지을 까요? 웃음의 결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였어요.
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건 무례한 짓이야. 가야 해.
'괜찮아요. '
혀와 입술을 오 밀리씩만 움직여서 내뱉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어요. 가로등의 빛 아래에서 벗어나자 푸르스름한 어둠 사이를 뛰어갔어요.
"이따가 오세요! 예쁘게 만들어 드릴게요!"
뒤에서 소리쳤어요. 반가운 사람에게 인사를 하듯 누나가 말했죠. 산 아래에서 나를 배웅하고 있었어요. 사람은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소중하게 여기는지 불쾌하게 여기는 지, 날 마음에 들어 하는 지, 싫어하는지, 혐오하는지.
누나는 그 순간 정말로 내가 다시 오길 바라고 있었어요. 가슴이 쿵쾅거렸지요.
혹시... 저 사진이 수국인가요?? (꽃을 잘 모름..= =;;)
수국입니다 이렇게나 이쁜 꽃을!!
제가 아는 꽃이 몇개 없어서.ㅎㅎ;;
'혀와 입술을 오 밀리씩만 움직여서 내뱉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어요.'
와. 머릿 속에 그려지는, 간지러운 문장이에요!
르캉님의 실력에 감탄하다가 서서히 이야기에 빠집니다 : )
어서 다음 글을...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