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한 병원신세

in #kr4 years ago (edited)



  1. 몸에 제동이 걸렸다. 시험이 끝나면 올것 같았던 번아웃도 살짝 내려놓았었는데, 2주동안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장염, 위염이 한번에 덮쳤다. 밤새 시달리며 화장실을 들락날락, 신경성인지 모를 이 빌어먹을 염증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지금 하루하루가 얼마나 중요한데 나에게 이러나. 봐야할 책과 정리해야 할 것들 모두 올 스탑 한채로 하루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침대 위다. 약 기운이 서서히 돌자 조금이나마 글을 쓸 힘과 마음이 생겨 좀 끄적대고 있는 중. 연습은 이미 놓은지 2주째.

  2. 타이밍에 대한 논문이나 연구같은게 있으면 읽고싶은 정도다. 희망을 여기다 걸고 싶을 정도로,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한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엔 알고있다. 더욱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을. 이 좁고 얕은 속마음은 무엇하나 제대로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것. 이제는 시작이 두렵다.

  3. 내게 여유가 있으면, 다가오는 사람들도 내게서 여유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4.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간 괜찮아 질거라고 하시던 엄마의 말씀대로 쉬지 않고 달려오긴 했지만, 그 날들 속에 나는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을까. 엄마한테 물어보면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 엄마의 눈을 바라보고 물어보지 못했던 그 말. 엄마 난 잘 하고 있나요?

  5. 다행히 친구가 파리에 와 집에 머물고 있는 중이라 사경(?)을 헤매고 있는 내게 약도 사다주고 체크해주며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을 비우는 등 노력을 들여주었다. 체력과 정신이 바닥이 났음에도 친구는 끝까지 잘 챙겨주고 집으로 잘 보내고 싶은데...따라주질 않는다. 스케줄이 빡빡해 같이 보낼 시간이 별로 없어 미안해하는 나를 보며, 그나마 같이 나가기로 했던 토요일은 날씨가 좋아보인다며 웃어보이는 그녀. 내 좁은 그릇탓을 해본다.

  6. 인터뷰, 자료조사, 녹음, 약속했던 잼, 떠나기전 저녁약속, 강의들, 내 레슨들 그리고 개인적인 컨디션 관리까지 딱 잘라 선 그을 수 없는 일들을 넘나들며 이렇게 10월이 지나가고 있다. 영영 오지 않을것 같더니. 곧 자가격리 2주의 시간을 기쁘게 받아들이자고, 그에 필요한 준비들을 마음속으로 쌓고 있다. 귀국 소식을 아는 몇 지인들이 벌써 2주동안 읽을 책을 택배로 보내놓았다며 감동적인 소식을...(눈물) 한 두달간 많은 것들을 정리하느라 손대지 못했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생각이다.

  7. 너무 추워지기 전에 생일 축하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도 큰 욕심일까. 매년 해주는 것 없이 그저 기도만 열심히 해왔다. 그게 최선이었던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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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 얼른 나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글 쓰고 좀 쉬었더니 금방 나은 기분이네요. ㅎㅎ 브리님도 건강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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