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비글

in #kr2 years ago




 주중 오후, 저녁으로 틈틈이 걷기다가 이도 모자른것 같아 주말에 아예 남산을 향했다. 남산 위에 있는 공원은 소나무가 많이 조성되어있기도 하고 분위기가 고즈넉해서 (사람만 적다면) 걷기 좋은 산책코스이다. 해방촌도 잠시 들려 소월솥밥에 인사도 할 겸 오전 일찍 남산으로 향했다. 주중을 잔뜩 힘을 주고 버텨온지라 주말만 되면 몸이 무겁고 축축 쳐지는 느낌이다. 이날 걷기는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힘이 드는, 바닥이 날 잔뜩 잡아당기는 산책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녀왔다.

 지난 주 모 앤티크 소품샵겸 카페를 갔더니 메뉴에 토마토 바질 음료가 있어 주문을 했다. 마셔보니, 요리인지 음료인지 순간 살짝 헷갈렸지만 너무나 상큼해서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토마토와 바질로 이렇게나 훌륭한 식음료가 탄생하다니. 너무 맛있어서 물어보니 토마토는 청을 한 방울토마토 반(약간의 청도 함께), 그냥 토마토 반 해서 넣어주고, 싱싱한 바질잎(으깨지 않는게 포인트)을 넣고 레몬을 살짝 뿌린 후 얼음을 가득 채운다. 위에 탄산수를 채워주면 끝. 나만 몰랐던 메뉴였을지 모르지만, 다들 꼭 해드시기를. 여름을 삼키는 기분이다.

 가뜩이나 입맛없는 여름이지만, 내가 비장의 무기로 킵해두고 있는 몇 메뉴가 있다. (이미 스팀에서도 공유한 적 몇 번 있는) 사먹다가 열받아서 결국 직접 해먹은 전적이 있기도 한데, 여름폭격을 대비하는 격으로다가 이제 슬슬 재료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는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수다. 꼭 국수여야 할 이유는 없다. 이 메뉴의 주인공은 100% 한국산 콩을 불리고 간 콩국이다. 이번 여름에도 콩국 한 1톤은 마셔줘야 또 버티지.

 두번째 메뉴는 주변에서 여름메뉴로 흔히들 손꼽히는 판모밀이다. 적당히 찐한 가스오부시 장국에 무와 파를 소박하게 올린 메밀을 시원하게 한 입 하는 상상을 해보시라. 메밀파에 가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밀은 튀김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다른 튀김은 몰라도 단호박, 새우 튀김은 좋아라 하기때문에 종종 곁들여 먹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메밀면 1톤은 면치기 헤줘야 또 버티지.

 세번째 메뉴는 쌀국수이다 (쌀국수라고 쓰고 똠양꿍도 추가해야 한다). 쌀국수는 LA에서부터 고수추가해서 먹어왔던 전적으로 파리에서도 일주일에 1번은 먹어주던 메뉴이다. 숨막힐듯 더운 조그만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다닥다닥 붙어앉아 다리에 땀내며 먹는 뜨끈한 쌀국수는 약간의 보양식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닥 열렬하게 지향하지는 않는 이열치열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메뉴. 아, 여기에 마라탕도 하나 슬쩍 끼워넣어본다. 올해 들어 마라탕을 먹은게 손에 꼽히긴 하지만, 작년에 한창 먹었으니 일단 참아보기로... 올해 여름에 많이 먹으면 되니까. 정녕 입맛 없다는 사람의 모습인가 싶긴 하지만? 좋은 징조라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으로, 정성으로 또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남산을 대략 두 시간 정도 걸으며 쬐었던 햇볕때문인지 두통이 살짝 있었으나, 괜찮다. 햇볕을 한참 쐬고나면, 지칠테고 또 지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음식에 관한 글을 또 한웅큼 쓰게 될 테니까. 그리고 또 집나간 입맛과 조우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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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바질 에이드 청량 그자체죠. 아예 바질을 으깨어서 넣어주다니-
콩국수는 예상했던 메뉴이고 판모밀에 쌀국수라니 잔뜩 먹었지만 입맛이 도네요 :D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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