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대하다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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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놀이동산에서 날 무등을 태운 사진. 아빠는 산으로 들로 나를 어깨에 많이도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엉덩이대 머리 자세같은 이상한 모습일지라도. 부전녀전.


  1. 난 감정적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였다.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아니 알고는 싶었는지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감정만을 내세웠던 과거를 뉘우치게 된 몇 계기를 지나오면서 역지사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여태껏 그들 -애인, 또는 가까운 이성 친구들- 에게 공감을 바라거나 유도하며 대화를 시도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지?

  2. 생각근육이 줄어든 닉김이 들어 (닉김이 아니라 팩트지만) 다시 독서량을 높이고 집필모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야금야금 모으는 것처럼 눈과 마음에 모든 현자의 글을 담는 일에 몰두한다. 10의 글을 쓰려면 100의 자료와 글이 필요하다. 머리와 필터를 거쳐 마음까지 전달된 후 비로소 손 끝으로 쓰여지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모아 다시금 집필하기로 맹세를. 코어까지 끌어모아서. 아니 맹세까지는 좀 그런가... 아 몰라.

  3. 공감적 이해는 자아인식이 확장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를 위해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던가, 몸짓, 손짓 심지어는 눈짓으로도 나의 경험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나.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것인데, 나의 상황을 너가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놓지 않는다. 어떻게든 상대방과 소통을 하고 싶은 욕구를 놓지 않는 것이다. 감정이 상한다고 해서,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종결짓는 자세마저 받아들이려 노력을 들인다. 그래서 뭘 얻느냐면, 아무래도 사람을 얻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마음을 돌아세우기도 하니까.

  4. 오랜만에 몸 보신을 해주려고 한 시간 가량을 푹 고아 삶은 돼지고기 국물에 담근 고양이 발. 나는 관대하다. 찍먹도 아니고 아예 손을 푹 담가 양 손과 얼굴에 발라놓으셨다. 다시 한번, 나는 관대하다. 처절하게 울어대는 소리를 간신히 누르며 붙잡고 얼굴과 손에 묻은 돼지기름을 박박 씻어냈다. 다시는 안올것처럼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간 마리는 (14세, 고양이) 슬그머니 글을 쓰는 내 옆으로 와 자리를 잡고 연신 털을 핥고 있다. 나는 관대해야 한다... 냄비 뚜껑을 닫지 않은 나의 잘못이니, 옷이 다 젖고 허리 삐끗해가며 씻어내는 노동이야 감내해야 하겠지. 그래도 요새 부쩍 밥도 잘 먹고, 울지 않고 -세상에 이렇게 말 많은 고양이는 없다- 잘 싸준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 나는 근드흐드.

  5. 이사한 곳엔 많은 것들이 채워지고 있다. 협탁, 책장, 테이블, 매트, 각종 살림가구들을 들여놓았다. 1인가구라고 짐이 적기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은 듯... 집 만큼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어 따듯한 톤의 가구로 맞춤을 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제 침대틀과 매트리스만 오면 된다. 현재 바닥에 토퍼만 깔고 자고 있는데, 이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으나 그래도 침대마저 들어오면 완벽할 것이다.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도 포스터 액자로 하나 들일까 생각중이긴 하고, 사실 책장도 하나 더 필요하지만 그건 다음 달 나에게 미루기로 했다. 이미 카드 한계 최대치를 찍고도 넘어서 조금 두렵기는 하나... 5월엔 일이 좀 들어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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