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케인(Citizen Kane)

in #kr8 years ago (edited)

Rosebud

시민 케인(Citizen Kane), Orsen Welles, RKO,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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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역사상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믿지 못했다. 그간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들이 얼마나 멋졌는데… 그 영화들이 아무리 못해도 70여 년 전 영화보다 떨어진단 말인가?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란 만들어진 시대를 고려하여 평가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케인은 정말로 위대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무려 70년 전에 이토록 현대적인 영화를 만들었으니…. ― 어쨌든, 좋은 명화 한 편 감상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민케인》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영화 시민케인은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는 언론재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부모님이 하숙비 명목으로 받은 버려진 폐광이 사실은 엄청난 금광으로 밝혀지면서, 그 재산을 물려받게 된 케인은 세계적인 자산가가 된다. 하지만 그는 6세 무렵 한 은행가에게 맡겨져 양육됨으로써 대부분의 유년기를 부모의 사랑 없이 외롭게 보내게 되는데. 그는 뉴욕 인콰이어러라는 신문사를 경영함으로써 그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처음 신문 발행 날 노동자의 입장에서 일해 나가겠다는 케인의 야심찬 선언이 실리고, 이어지는 폭로 기사들로 인콰이어러지는 발행부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의 신문사를 운영하며 그는 세계적인 대부호의 반열에 오른다. 한 때에는 대통령의 조카와 결혼도 하고, 가수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제나두’라는 이름의 거대한 저택에서 쓸쓸히 머무르며 일생을 마친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유일한 한 마디, 로즈버드. 이 영화는 이 ‘로즈버드’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는 기자를 통해 찰스 포스터 케인의 일대기를 조망하고 있다.

영화라는 장르에는 거의 문외한이지만, 이런 나조차도 이 영화의 촬영 기법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디졸브(dissolve, 한 장면이 점점 사라지면서 거기에 다른 장면이 겹쳐서 나타나는 장면 전환 방법)등의 기법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장면간의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러울 수 있었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뉴스대행진(News On the March)의 극중 삽입 등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요즘에 와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영화를 무려 70여 년 전에 만들었다니. 감독 오슨 웰즈의 천재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오슨 웰즈가 이 영화를 만들며 대상으로 했던 것은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였다. 그러나 허스트는 이 영화가 자신을 빗대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매우 불쾌해했고, 이 영화를 깎아 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제작사인 RKO의 광고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 언론 재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고 웰즈는 평생 고달프게 살게 되었으나, 후대에 와서 그의 보석이 이렇게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영화 훌륭한 촬영 기법도, 사회성도,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찰스 포스터 케인의 고독한 영혼이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는 미칠 듯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며, 결국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저택에서, 그 공막 속에서 그렇게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외친 단 한마디, "로즈버드"의 의미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고독한 삶을 살았다. 그는 이 엄청난 부가 나를 숨 막히게 한다고 말했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너무 큰 야망으로 파멸하게 되는 거물에 대한 이야기. 허스트가 이 영화를 보며 왜 불쾌감을 느끼고 이 영화를 막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공작을 기울였는지 이해가 갔다.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허스트는 실제로 이 케인을 닮지 않았을까? 그의 내면 또한 이처럼 고독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이 영화를 막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들인 것은 아니었을는지….

여기부터는 스포일러. 로즈버드는 그가 어릴 적 타고 놀던 썰매 이름이었다. 썰매는 죽어가는 케인에게 있어 그가 돈과 권력을 얻기 전에 소중해하던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의 삶을 좇던 기자 톰슨도 결국은 로즈버드의 뜻을 알아내지는 못하지만, 그는 케인을 좇던 과정에서 그를 동정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그는 원하는 건 뭐든 얻었어, 그리고 잃었지. 어쩌면 로즈버드는 그가 잃지 않은 그 어떤 것일지도 몰라 …아냐, 로즈버드는 마치 실톱 퍼즐 같은 것인지도 몰라. 잃어버린 한 조각.”

그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로즈버드는 결국에는 검은 연기가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이 썰매가 죽은 그의 고독한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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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감독 하고 해리케인이 주연 한 그 영화 (농담입니다) 다시 챙겨봐야 겠네요. 저도 왕년에 부 전공이 영화 였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ㅋㅋㅋㅋ 처음에 무슨 말인가 했어요. 덕분에 일요일 웃으며 시작합니다. 부전공이 영화셨군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예술의 이해' 라는 교양수업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 제작기법들이 사용된, 그래서 영상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영화라 했지만
저한테는 너무나도 졸린 영화였었죠 ㅋㅋ

ㅋㅋ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좋아하시는 영화 같아요!!

왜 교수님들이 좋아하는건 저랑 안맞을까요 ㅋㅋ

독립영화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

감사합니다 :)

20세기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ㅋㅋㅋ
근데 고전에 몇 번 데인적이 있어서 안 보고 있었죠.
좀 튀고 싶어서 재미도 못 느끼던 고전 영화를 봤던 건 20대고 지금은 나이가 좀 더 먹었으니 한 번 봐야겠네요 ㅎㅎ

저도 고전에 몇 번 데였는데 유독 이 영화만 끝까지 봤던 것 같아요. 최고의 영화라니 얼마나 최고인지 보자 이런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도 요새 나온 영화들이 더 재밌긴 합니다 ㅎㅎ

고전영화가 일전엔 어렵게 다가와서 기피한 경향이 있었는데 남편이 좋아해서 시민 케인은 아니지만 다른 영화를 본적 있었어요. 스토리 방식이나 풀어지는 영상이 인상적이더라구요. 좋은 영화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이것도 남편과 함께 접해봐야겠네요 ^^

네, 시대를 살아남은 영화들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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