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리어스 맨
주인공 래리는 물리학 교수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고 두 자식과 아내가 있는 가정을 가졌다. 신의 뜻을 어기지 않고 매사에 진지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삶은 코스모스. 그가 전공하는 물리학이나 수학의 각종 수식들이 이 세상을 정합성 있고 논리적인 그 무엇으로 환원하듯이, 그에게 있어 삶이란 신의 질서 아래 놓여 있는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런 그에게 시련들이 하나 둘 찾아오고 급기야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잘 지내고 있다고 믿었던, (그리하여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아내는 옆집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적반하장으로 래리에게 집을 나갈 것을 요구한다. 성실한 그의 연구 태도는 그에게 종신직 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그에게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익명의 편지에 의해 이 마저도 흔들거린다. 그가 구입한 적도 없는 레코드 사에서는 구입한 레코드 대금을 결제하라며 독촉하고 자신이 F를 주었던 한국인 학생은 뇌물을 건네고 설상가상으로 한국인 학생의 아버지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함께 살았던 그의 동생은 도박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그의 삶은 코스모스가 아닌 케이오스로 밝혀진다.
신의 뜻을 어기지 않고 언제나 올곧고 진지하게 살아왔는데 신이여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래리 스스로는 그 답을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세 명의 랍비를 찾아가지만 그 누구도 그가 궁구하는 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첫 번째 랍비는 알 수 없는 주차장 이야기를, 두 번째 랍비는 의미를 묻는 그에게 ‘하느님이 우리에게 답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치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지어 가장 위대하다고 하는 세 번째 랍비 마르샥은 바쁘다며 만나주지도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고통.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발버둥치고 괴로워하는 주인공 래리.
그러나 그의 시련은 어느 순간 얽혀있던 실타래가 저절로 풀리듯이 사라져버린다. 아내와 바람 폈던 이웃집 남자는 죽어버리고, 종신임용은 통과될 것이라는 암시를 듣고, 한국인 학생의 성적을 올려줌으로써 소송도 취하되고, 그의 아들은 성인식을 멋지게 끝마침으로써 사람들의 칭찬을 듣게 해주었다. 고통의 의미를 묻던 그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마 이대로 영화가 끝났다면 시련이 주어지고 고통 받고 종국에는 해결되어 가는 기-승-전-결의 뻔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끝에는 마침표가 찍혀있지 않았다. 문제가 해결되어간다고 느끼면서 긴장이 해소되어가는 순간 그에게는 병원에서 의미심장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몰려오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런 결말은 우리들의 삶과 많이 닮았다.
해피엔딩은 픽션 속에만 등장하는 허구일 뿐, 삶은 한시도 우리를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이 곳은 신의 질서가 지배하는 의미가 가득한 곳일지도, 아니면 애초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이었을지도. 세상에 확실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우리들은 그저 이 삶 속을 헤매고 있다. 울고 웃고 섹스하고 잠자고 먹고 마시면서. 실체가 없는 것과의 투쟁. 그리하여 끝나지 않는 싸움. 그럼에도 우리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대로 Serious한 인생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인생은 부조리한 것인가?
아마 코엔 형제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럴 지도, 아닐 지도.’
잔잔한 물결은 노련한 뱃사공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죠. 꼭 노련해지지 않아도 되니까 물결이 잔잔하면 좋겠습니다.ㅠㅠ
저도요.. 폭풍우가 몰아치면 넘 힘들죠ㅠ
경험해야 할 것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게 된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이 글을 읽고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 (확인해 보니 이미 보고 싶어요 내역에 넣어 두었었네요 ㅎㅎ )
경험해야 할 것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게 된다.. 공감합니다. 이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기셨다니 기뻐요. 멋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 코엔형님들 ㅜㅜ 이 영화 저도 인상 깊게 봤네요.
'why always me?'라는 멍청한 질문에는 'why so serious?'라는 대답밖에 해줄수 없을 거 같아요.
시리어스맨의 결말이 인상깊네요 ㅜㅜ 우리네 인생과 닮았네요 흑흑
그렇다면 인생은 부조리한 것인가?
'그럴지도, 아닐지도'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포스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