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 메디치가, 그리고 스팀잇

in #kr7 years ago (edited)

3천 식객 맹상군

사마천의 사기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많지만, 그 중 맹상군은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다.
사기에 이름을 남긴 사람 대부분은 본인이 잘나서 이름을 남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맹상군은 물론 본인도 잘났지만, 식객을 많이 거느려 이름이 남았다.

맹상군은 식객을 3천명이나 데리고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전방위에 뛰어난 인재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 또한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는 재주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그저 닭 울음소리를 잘 흉내냈다.
이 재주가 일상생활이나 평소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지만 맹상군은 이 사람을 굳이 식객으로 '모셔' 두었고, 후에 이 재주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계명구도 鷄鳴狗盜)

메디치가

메디치가는 피렌체에서 금융업을 하던 평범한(?) 가문 중 하나였다.
그러나 평범한 가문이었다면 금융업으로 얻은 부를 문화/예술에 투자하진 않았을 것이다.

메디치가가 과연 문화/예술 투자로 가문이 번성한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메디치가가 후원한 예술가들이 위대한 예술가로서 남았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메디치가가 이루었던 영광도, 번성도 현대에 와선 큰 의미없는 일이 되었다.
(적어도 그에 대해 신경쓰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메디치가가 문화 및 예술을 크게 후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남았다.

스팀잇

스팀잇이 블록체인, 신기술로서 이름이 남을지 남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날 생긴 후발주자 하나가 모든 블록체인 기술을 삼켜버리고, 독점시장을 구축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블록체인조차 '옛 기술'이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게 있었지 하는 기술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좋은 컨텐츠를 후원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만큼은 인정받을 것이다.

설령 스팀잇과 블록체인 기술은 후에 크게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팀잇은 여전히 문제가 많고, 블록체인 기술도 아직까지 기존 기술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재로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스팀잇이 '좋은 컨텐츠를 후원하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역사에 한 줄 이름이 남을 것이라는 그런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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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로 떠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한 모델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저도 타이틀 하나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팀잇의 블록체인은 불안요소가 많아요. 거대한 공룡이 될 수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확장성은 그리 크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지금의 보팅과 보상은 기존의 sns의 장벽을 뛰어넘을정도로 매리트가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만 한다면 사실 미래는 없죠.
고래와 멸치로 갈리고 보팅이 파워로만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해서는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계속 변화한다면 스팀잇의 블록체인은 밝을거라 생각되네요.

아직까지는 커질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위 두 사례도 결국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죠.
변화로서 더 미래를 개척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룬 것도 적진 않다는 생각에 글을 적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문득 스팀잇은 메디치 가문에서 후원을 받고 재능을 펼친 도나텔로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의 거장으로 우뚝 서고, 종교적이던 서양의 미술관을 인간 중심적으로 바꾸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도나텔로 처럼,
스팀잇 역시 블록체인기반 sns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좋은 글과 좋은 생각들에 큰 가치를 부여하여 sns가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컨텐츠로 기억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팀잇이 관점의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아직 그 단계까진 좀 남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팀잇이 대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글쓰기의 모든 플랫폼은 스팀잇의 형태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실제로 스팀잇도 문제는 많지만, 이미 수상자가 정해져있는거나 다름 없는 신춘문예 하나 보고 살거나 자극적인 글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에 비하면야...

그쪽은 뭐.. 관련 과가 아니면 일반인과 이미 괴리되었지 않느냐는 평도 있을정도니까요.
스팀잇 구조가 널리 퍼지면 스팀잇과 비슷한 시스템에 페이 아웃이 7일이냐 14일이냐 365일이냐 하는 식으로 옵션이 다양해질 수 있겠네요.

그렇죠... 사실 아무리 스팀잇이 단점이 많아도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 이외에는 답이 없던 종전 현실과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스팀잇으로 한 번 통일이 되고 그 후에 스팀잇 내부의 문제로 유사한 다양한 플랫폼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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