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단상] '비주류'가 '비주류'가 되는 문화에 대해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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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엔 술을 좋아하는 상사가 많았다. 상사의 성향에 따라 회식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학교 사회에서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으레 상사들이 술을 마실 때 수발을 드는 것이 미덕이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마시지 않는 남자들은 자연스레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지곤 했다. (그것이 실제든, 정서적인 느낌이든, 권력자의 인정을 기대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다.)

 회식 자리에서 술 먹는 걸 즐기는 상사의 곁엔 술친구 역할을 하는 차기 권력자들이 늘 있었는데, 그들 중 어떤 이는 자리 정돈을 하기도 했다.

“자, 주류는 이쪽, 비주류는 저쪽에 모이는 걸로.”

 이 말 한 마디로 작정하고 상사와 술을 먹겠다는 부류와 술을 안 먹겠다는 부류가 자연스레 나뉘게 된다. 술을 안 먹는다는 의미로 ‘비주류’라는 말을 썼지만, 여러 번의 술자리 이후에 그 말은 본뜻이 담고 있는 의미가 되어간다. 술 좋아하는 상사 앞에서 술을 안 마시는 직원은 진짜 권력의 비주류가 되어 가곤 했던 것이다.

 나처럼 권력에의 의지가 박약한 인간은, 오히려 비주류를 구분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고맙게 느껴졌다. 억지로 술을 마시는 주류가 되어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날리는 것이야말로 참지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구분이 없는 자리에선 술잔을 받아들고 분위기를 맞추려고 나름 애쓰기도 했다. 내가 즐겁지 않을 뿐이지, 어떤 때는 어색함 없이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분위기를 맞추는 기술은 하면 할수록 늘어간다.

 나에게 있어, ‘비주류’라서 ‘비주류’가 되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 일이었다. (개떡 같은 조직 문화나 사회 분위기를 욕하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었고, 당장에 내가 참을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실용적인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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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우아하게 술을 즐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술 한 잔 하자고 권하는 사람에게도 호감을 느낀다. 핵심은, ‘술’이나 ‘술을 먹는 행위’ 가 아니라,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요 몇 년 사이에 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워낙 술을 먹고 사고를 치는 일이 잦아서인지, 요즘은 술을 대놓고 강요하진 않는 것 같다. 뭐 이것도 상사의 성향이나, 조직의 성격에 따라 케이스바이케이스겠지만.

 학교 조직에서도 승진을 생각한다고 하면, 어떤 상사를 만나든지 그의 개인적 기호도 맞춰주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다짐이 요구된다. 내가 만난 상사가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행운이겠지만, 그 반대라도 맞춰주기로 작정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유능함’의 지표는 공적인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어른’을 얼마나 잘 모시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다. 대놓고 강요하는 문화는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소리 없는 강압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이든, 서열이든, 나이든, 술자리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말과 행동은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못처럼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함께 모인 비 권력자들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초적인 기질이 다분한 인간들이 술을 권하고 강요하는 것을 ‘멋’이나 상사의 ‘호의’ 정도로 여기는 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정(情)이라고? 제발 술로 정을 나눌 때는 동등한 위치의 사람과 나누시라. 아랫사람이라도 술자리를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술잔을 건네시라. 그럴 사람이 없다면 집에서 쉬고 싶은 엄한 부하 직원 불러내지 말고 집에서 우아하게 혼자 즐기시라. 이런 조언을 덧붙이고 싶다. 술 없이도 소통하고, 권위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 술 없이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 술을 통해 소통과 교감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만큼 허황된 믿음은 없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슬램덩크의 유명한 문구를 기억하라. 관계에서 술은 거들 뿐이다. 술은 핵심이 아니다.

 뭐 이런 저런 조언도, 호기롭게 술잔을 건네는 ‘남자’다운 그들에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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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때문에 몸도 정신도 나 자신도 모두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게다가 술이 모라고 왜 구지 남의 인생까지도 좌지우지 하려고들 하는지.. '안마셔?' 한마디에 모든 신경이 곤두섭니다.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글쎄요~ 같은 마음이 담겨 있어서 무지막지하게 공감하고 갑니다~!

술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즐거울 정도로만 먹는 게 좋지요. 주객이 전도 되어서 술이 목적이 되거나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곤 했던게 우스운 거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좋은 글에는 풀봇!^^
저 보팅바 생겼다고 쏠메님께 자랑하는 거예요ㅎ

마담님! 보팅바 생성을 축하드립니다.ㅎㅎ
마담님 글 보러 얼른 가봐야겠네요. ^^

비알콜류가 비주류가 된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류가 주류를 좋아하듯 비주류는 비주류를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술파워가 일파워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젠 많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비알콜류가 주류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네 비주류는 비주류를 좋아하고 회식 자리에선 반갑기 그지없지요ㅎ 미래에 비주류가 주류가 되면 술 즐기는 사람들이 이런 글을 쓰겠군요ㅋ

진짜 예전에는 사내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술자리에서 이뤄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사 술자리가 중요했던 거 같아요. 요즘엔 회식도 술을 먹는 게 아니라 식사로 많이들 대체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근데 함께 일하는 사수가 술을 엄청 좋아해서 정말이지 일주일 내내 술을 먹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ㅋㅋ 물론 머지 않아 저는 회사를 그만 두었죠. ㅎㅎ

네 공식적인 자리보다 술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이 많이 이루어졌지요. 요즘은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갑질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으니 무엇이든 강요하면 철퇴를 맞을 위험이 있지요.ㅎ 술 좋아하던 사수의 추억이 있으시군요ㅋ

여기 비주류파들 댓글 쓰는 자리 맞지요? 비주류 기호5번입니다. 예전에는 '술=낭만, 의리'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식적인 자리에서 술=사건사고'의 이미지가 그 위를 덮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주류파가 없어질 날이 오지 않을까요.

조직에서 술 안 마시는 남자는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인식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으니 밝은 미래를 기대해봐도 될 듯 하네요ㅎㅎ 비주류시군요. 회식 옆자리에서 봅시다ㅋ

저도 엄청난 비주류입니다. 글을 보다가 예전에 제 위에 있던 한 사람이 생각나서 슬쩍 열이 받네요. 요즘에는 다행인지 희안한 현상인지, 제 주변사람들은 죄다 비주류입니다. 어째 술 한방울 안먹고도 엄청 잘 놀지요

술 한방울 마시지 않고도 잘 노는 게 진짜 교제지요.ㅎ 슬립프린스님도 회식 옆자리에서 뵙길 바랍니다ㅋ 비주류끼리 안주발 세우며 수다나 한바탕!!ㅋ

직장생활 안 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만 해도 싫네요 ㅠㅠ 별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술 취한 꼴을 봐야한다는 것보다 더 곤욕이 어디 있을까요..

회식 때 그런 꼴을 봐야할 때도 있지만, 맨날 회식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ㅋㅋ 그리고 모든 회사 조직이 술을 강요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직장생활을 안하고 지낼 수 있다는 건 좋은 거겠죠! ^^

저도 비주류이지요. 비주류가 사회의 주류가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ㅎㅎ비주류가 주류까진 못돼도 손해는 안봤으면 좋겠네요^^

저도 술을 잘 하지만,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 놓일때만큼은 비주류이고 싶습니다. @kyslmate 님말에 정말 동감합니다!

네 술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문제가 있는 거죠ㅎ

남자들 사이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게 여자보다 더 힘들어보이더라고요
저도 강권하는 사람보다는 주류, 비주류라고 우스개소리로 나누는 게 차라리 더 낫습니다. 그보다는 술 강요 안하는 사람이 최고고요
왜 술을 마셔야만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

네 조직 문화 속에 술이 깊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비주류들은 술 먹는 상사 밑에서 괴로움을 당해왔지요. 술은 기분 좋으라고 마시는 건데 괴로운 사람이 생기는 아이러니가~~ㅎ 술 안먹고도 친해질 수 있어요~ 라고 써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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