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ssay-애정행각] 사랑하는 자와 사랑했던 자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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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할 때 즐거운 행동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녀에게 소개하고 함께 듣는 일이었다. 때론 반대로 내가 소개받아 함께 듣기도 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하는 것은, 취향과 감성을 공유하는 수준 높은 애정 행각이다.
-music essay, '이것은 수준 높은 애정행각' 중

 지난 주 '이것은 수준 높은 애정행각'이라는 제목을 걸고, 내가 좋아해온 노래를 소개했었다. 또 소개하고픈 노래가 있어서 두 번재 애정행각을 벌인다. 아예 시리즈로 가끔 소개하려고 한다. 잘 알려진 노래 말고 내가 애정하는 숨겨진 명곡들 위주로 말이다.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은 숨은 곡을 소개하는 일은 그 자체로 꽤나 즐거운 일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나의 음악적 취향은 스펙트럼이 좁은 편이다. 달콤한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는 발라드나 감성 넘치는 R&B, 헝클어진 음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재즈 정도가 즐겨 듣는 장르다. 돌아보면 음악을 늘 가까이에 두고 지냈다. 중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은 차곡차곡 사모았다. 그 1호가 변진섭이고, 2호가 이승환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면서도 콘서트에 갈 생각은 잘 못했었다. 문화적인 감수성이 그리 높지 않았었다. 가수의 노래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충격을 받았던 건, 십대 중반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시의 여러 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서였다. 우리 도시의 종합체육관을 빌려 진행된 그 행사에 가수 '소향'이 왔었다. <나는 가수다>나 <복면가왕>에 출연한 후로, 지금은 누구나 아는 가수이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소향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가스펠 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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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소향이 'Oh holy night'을 불렀고, 그 노래는 그 후 <나는 가수다> 왕중왕전에서 다시 듣기 전까지, 몇 년간 나의 마음에 콕 박혀 있었다. <나는 가수다>에서, 그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십대 중반에 그 체육관을 진동시키던 감동이 되살아났었다. (아, 오늘 소향의 노래를 소개하려는 건 아니다.)

 현장의 감동이 어떤 것인지 느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콘서트를 굳이 찾아다니진 않았다. 그저 음반을 듣는 걸로 만족하며 지냈다. 결혼 전 만났던 여자 친구 중 하나와, 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세 가수의 콘서트엘 갔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여자 친구는 영화 보듯 콘서트 가는 걸 즐겼다. 그녀는 내게 콘서트의 즐거움을 알게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 위주로 콘서트에 나를 데리고 갔다. 그 세 가수 중 한 사람의 숨은 명곡을 오늘 소개하려고 한다. 세 가수의 콘서트 중 넘버 원 콘서트였다.

 그 주인공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다. 2003년에 결성된 4인조 R&B그룹이다. 정엽, 나얼, 영준, 성훈 이렇게 목소리의 색깔이 다른 4명이 기가 막힌 화음을 보여주는 그룹이다. 주로 고음의 후렴부를 나얼이 부르는데, 콘서트 현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 전율이 느껴진다. 4명이 만들어 내는 풍부한 목소리는 현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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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좋은 노래가 손에 꼽기도 힘들 만큼 많지만, 비교적 덜 알려지고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두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곡은 공교롭게도, 현재 사랑하는 자와 사랑을 떠나 보낸 자가 각각 화자로 등장하는 노래다. 첫 번째 노래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미래에 대한 소망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차 있다. 두 번째 노래는 보낸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후회를 담고 있다. 두 곡은 모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규 2집 앨범인 'The Wind, The Sea, The Rain'에 수록되어 있다. 정규 2집은 브아솔의 팬들이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 앨범이다. 많이 알려진 곡인 'My story'가 타이틀 곡이다.


 *그런 사람이기를


브라운 아이드 소울, <그런 사람이기를>

 나를 콘서트의 세계로 인도한 그녀와 함께 이어폰을 나눠 끼고 자주 듣던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편지나 사랑의 메시지가 따로 필요 없었다. 이 곡의 가사가 모든 걸 전해줬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나눠 끼고 손을 잡고 "세월 지나 언젠가 이 길을 다시 지날때 너의 손을 잡은 사람 내가 될 수 있기를~" 이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미래에도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손을 잡고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생겨났다.


 *Because of you


브라운 아이드 소울, 'Because of you'

Because of you 사랑을 나 배웠어
Because of you 사랑인 걸 알았어
내게 너무나도 익숙해
그 의미조차 난 몰랐어
바보같은 내 가슴은 니가 떠난 후에야
Ah I can`t fall in love without you
Ah 후회해도 니가 없어 ah~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을 앞두고, '후회해도 니가 없어' 뒤에 나오는 ah~ 다.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아아아아, 가 음을 오르내리며 고조되고 마지막 후회의 마음을 분출한다. 그 분출과 함께 나의 후회도 터져 나온다. 말이 필요없다. 듣고 느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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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증인 투표도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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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을 읽고 있으면 저도 감수성이 깊었던 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소년 시절의 감성을 잠시 찾을 수 있는 듯 합니다~ ㅋ 안 어울리지는 구호지만 가즈앗!!! ㅋ

아마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감수성을 공유한 세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성 부여잡고 조선생님도 가즈앗!! ㅎㅎㅎ

후회해도 니가 없어 후에 터지는 아- 에 감성 터지고 있어요. ㅎㅎ 뮤직 에세이 덕분에 요새 가요 많이 듣게 되네요. 브아소의 2집은 보물이죠. 이참에 저도 좋아하는 가요 몇곡 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 부분 정말 끝내주죠ㅎㅎ 공감할 수 있어 좋네요.
뮤지션 레일라님이 좋아하는 가요도 기대되요!!^^
마구 올려주세요.
날이 점점 쌀쌀해지네요. 파리 감기 바이러스 조심하세요ㅎ

브라운아이즈소울~~~ 너무 좋아하는 팀이었는데.. ㅎㅎㅎ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네 올세일님도 한주 시작 즐겁게 하시길요!^^

제목이 멋집니다. "사랑하는 자와 사랑했던자" 사랑하는 자도 현재이고사랑했던자도 현재일수 있겠지요. 누구든 사랑하는 자와 사랑했던자는 존재하지요. 오늘도 사랑하는 날들 되세요.

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사랑했던 사람들이죠. 말씀대로 현재 우리 안에 모두 갖고 있는 부분들이죠^^ 좋은 날 되세요!

브라운 아이즈 소울 저도 참 좋아합니다~!!
다음 나코가수다 참여할때는 브아소 노래를 쏠메님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ㅎㅎㅎ

와~ 담번엔 팥쥐표 R&B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건가요!!ㅎㅎ 절 위해 불러주신다니 영광입니다~~ 기대할게요ㅋㅋㅋ

연애할때 노래을 불러주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낭만이 넘치셨군요!^^

tv로 볼 때하고 직접 들을 때하고 가수의 노래는 천지차이였음을 알았을 때 약간의 문화 충격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이런거요.

네 현장에서 느껴지는 사운드의 압박은 마음을 더 흔들어댔지요ㅎㅎ 음원으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지만 굳이 직접 듣기위해 가는 이유를 알았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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