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ight] 김민섭, <아무튼, 망원동>

in #kr6 years ago (edited)




 이 책은 도시를 온전한 자신의 고향으로 인식하는 세대의 한 사람이, 자신이 어릴 적 나고 자란 ‘망원동’이라는 동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저자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같은 책을 쓴 전직 시강강사 출신의 작가다.

 이 책에서 그는 2017년부터 1984년까지 시간을 거슬러 가며 그 나이 때 망원동에서 겪었던 경험과 망원동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때 거긴 온통 뻘밭이었어. 지금 저렇게 빌딩이 들어설 줄 누가 알았대니?”
 예전에 어른들이 고향에 대해 회상하는 걸 들으면, 세상이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했다는 걸 실감하곤 했다. 그때 어른들의 ‘고향’이라는 것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풀과 나무의 색이 달라지는 시골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좀 다르다. 오늘날엔 중년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고향’하면 회색빛이 감도는 도시를 떠올리는 일이 많다. <아무튼, 망원동>의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삼사십 대는 ‘도시를 온전한 자신의 고향으로 인식하는 1세대’가 된 것이다.



자신보다 더 많이 변해버린 고향



 어릴 적 망원동 일대에서 살던 저자는 학창시절 이후 꽤 오랜 시간동안 그곳을 떠나 있다가, 누군가의 제안으로 망원동의 ‘공동 작업실’로 돌아온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닌 저자는 ‘망리단길’로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린 거리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간판만 봐서는 무엇을 파는 가게들인지 모르겠고, 그 안에 들어앉은 젊은이들의 낯선 분위기 때문이다.

 “상수동하고 망원동 가게들, 나 같은 사람들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힙스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기 있는 사람들 다 힙해 보여.”


 ‘고향과 나’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고향에 비해 너무 많이 변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이 많았다. 아직 그대로인 고향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고 외부 세계에서 변해온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나보다 더 빠르게 변해버린 ‘고향’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누군가의 고향은 자본의 논리와 유행을 따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뻘밭이 번화가로 바뀐 것만큼이나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기획기사로도 보도된 망리단길 핫플레이스
2016. 11. 10. 여성동아

 저자는 힙한 망리단길을 벗어나 어린 시절에 보았던, ‘스마트 안경점’, ‘청기와 갈비’ 같은 가게 간판을 보고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떠나온 고향이 아닌, 나를 밀어내는 고향



 일반적으로 고향은 ‘떠나온’ 어떤 장소다. 하지만, 서울 망원동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조차 다른 곳으로 밀어내는 고향이 되었다.

 망원동/서울은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동이나 신용으로 거주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나고 자란 곳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뿐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그 무엇이 거기에 있기에 누군가는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한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만난 D는 결혼하고도 망원동에 남은 몇 안 되는 친구다. 그런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자란 망원동이 정말로 좋아. 여기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계속 살고 싶어. 지금은 그게 유일한 목표야.” 그에게 다른 도시로의 이주는 밀려나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망리단길, 망원시장 그리고 ‘나 혼자 산다’에서 장미여관의 육중완이 살던 동네로 망원동을 기억하곤 한다. 이 망원동이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 살인이 벌어졌던 동네로 나왔을 때, 어떤 이는 동네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고민했지만, 저자의 친구 중 하나는 <추격자>같은 영화를 더 찍어서 집값이 좀 내려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동네에선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가게들도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곳 중의 하나다.

젠트리피케이션 :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Daum 백과


 이 책은, 한 사람이 기억하는 고향의 과거와 현재, 고향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말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많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증언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의 소소한 경험들과 날카로운 통찰이 어우러져, 얇은 책이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튼 시리즈



 이 책은 ‘아무튼 ○○○’ 하는 에세이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한 손에 잡히는 작은 문고판 시리즈다. 150페이지 남짓의 분량으로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시리즈다.



 모든 책의 맨 뒷장엔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적혀 있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로 풀어놓은 에세이 시리즈다. 현재 나온 책들만 해도, 서재, 시간, 영어, 피트니스, 쇼핑, 택시 등등 아주 다양하다.

 나의 경우, 에세이는 하루키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폴오스터, 커트 보니것 등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편식해왔는데, <아무튼, 망원동>을 읽고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아무튼, 스릴러>라는 책을 읽고 있다.

세 개의 작은 출판사(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시리즈인데, 북이오엔 세 출판사 중 ‘코난북스’에서 나온 책들만 올라가 있다.

영감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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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좋은동내들이 빌딩이나 아파트로 많이 변하더라구요 가끔 서울집에만 가도 동내가 너무 바뀐탓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멀리 있어서 안 좋은건 책을 서점에서 만져보고 살수 없다는것 ㅠㅠ

점점 변해갑니다. 모든 게 변해가네요. 세련되게 변하는 것 같은데 이질감이 드는 것은,, ㅎ
책을 서점에서 만져보지 못하는 건 좀 슬프네요.

외쿡사니 그런 안타까움도~~ 아무것도 안 하다 이렇게 소통하다 보니 갑자기 마음이 좀 따뜻해지네요

아무튼 망원동, 의외로 흥미로울것 같은데요?

재미도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초등 때 망원동에서 1년 살았습니다. 제2의 고향인 상암동에서 잠깐 나와 살았던 곳이죠. 성산대교에서 마포구청으로 빠지는 램프 밑, 연립주택에 살았는데 지금음 싹 바뀌었어요. 연립 앞에 너른 공터, 공터라기 보다는 밭도 아니고 그냥 파헤쳐진 땅인데 그곳이 주 놀이터였습니다. 아련하네요..ㅎㅎ

와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한 시기를 망원동에서 보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을 보면 내용이 눈 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펼쳐지겠습니다!
이 책에서 말한 엄청난 변화가 실감나시겠어요. 이 책 저자도 망원동, 상암동을 오가며 놀았다고 하네요. ^^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아무튼 ~~~ 제목 잘 지은거 같습니다. ㅎㅎㅎ
어릴적 살던 동네에 가면 편안함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골목 골목 사이를 다니면 말이에요.
저희 동네도 재개발이 계속 되고 있어서 어릴적 골목의 느낌은 찾아볼 수 가 없어 아쉬워요 ㅠㅠ

네 아무튼,, 자신만의 흥미로 밀고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난 간다! 이런 느낌?^^
예전엔 공간에 뭔가 빈 곳, 여유 같은 게 많았는데 요즘은 빽빽하게 들어차는 느낌이 들어 서글픕니다. 예전 우리 동네도 그리 되어서 우리 동네 아닌 것 같은..

아, 저게 시리즈였군요. 시리즈 제목을 잘 지은 거 같아요. 아무튼.
저도 급 관심이 생깁니다. 한번 봐야겠어요. :)

네 어렵지 않게 쓴 에세이라 잘 읽히고 흥미로워요ㅎㅎ

아무튼 쏠메
책 하나 나오면 좋겠어요~^^

ㅋㅋ 아무튼, 쏠메~~ 기발하네요.
이건 쏠메를 좋아하는 팥쥐님이 쓰셔야죠ㅋ

헐... 그렇게 되나요?
그런데 저는 글쓰는 재주가 쏠메님 반의 반도 안되서요...ㅠㅠ

ㅋㅋ 진심이 중요하지요. 저는 <아무튼, 팥쥐>를 쓰는 걸로 하겠습니다ㅎ

저의 고향은 징그러울정도로 그대로라서 문제인데 이질감으로 가득찬 고향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은 어떨까요.

변하지 않는 걸 가치있게 여기지만 살아가면서 그대로 있다는 건 도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든 변하지 않는 도시는 죽어버리니깐요. 적당히 받아들일만큼 서서히 변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젠트리케이션하면 벽화마을이나 북촌 제주도 등이 떠올라요. 그저 삶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르겠어요.

네 어떤 고향은 지겹도록 변하지 않고, 어떤 고향은 그와 정반대네요ㅎ
어떤 변화는 나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 같아서 달갑지 않을 때가 있지요. 변해서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는 도시도 있고 변하지 않아서 가치있는 도시도 있죠.
중요한 건 어떤 변화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거죠ㅎ
젠트리피케이션, 번성의 명암이 도시에 드러나고 있는 거죠.

아무튼 시리즈 즐겨보시는군요. 독립서점에서 종종 봤는데 읽어본 적은 없는데, 쏠메님이 읽으셨다니 뭔가 반갑네요. ㅎㅎ 골목길은 그 거리를 남다르게 만든 사람들과 그 기회를 엿보고 찾아온 사람들 그와 상관없이 월세를 올리는 사람들이 뒤섞여있는 것 같아요.

이제 두 권째 보고 있답니다ㅎ 이 시리즈가 독립서점에도 있군요. 말씀처럼 변화하는 거리들, 골목들은 들여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네요.

너무 빨리 변하고 있죠. ㅎㅎ 유학 오면서 엄마 아빠에게 저 미국에 있을 때 이사는 가지 말아 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유학 마치고 고향에 오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 갔으면 제가 집을 못 찾을 거라고 농담으로 웃으면서 말했지만 제 속 마음은 제가 돌아왔을 때의 변화를 싫었던 거였죠.

유학갔다오니, 군대 갔다오니, 집이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본 거 같아요^^
변화에 대한 마음의 대비가 필요한데 그거 없이 갑작스레 그렇게 되면 맘이 좀 허전할 거 같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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