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review] <샹치>, 조금은 성의없이 태어난

in #kr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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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극장에서 <샹치>를 보았다. 동양인 히어로를 내세운 마블 영화다. 주인공 샹치는, 신비한 무기 '텐 링즈'로 어둠의 세계를 평정한 아버지의 조직에서 뛰쳐나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뛰쳐나온지 6년이 지나 아버지와 그 조직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자기 존재와 다시 대면하게 된다.

음악엔 두 개 이상의 음악을 섞어 편곡하는 매시업이라는 용어가 있다. 난 <샹치>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 영화는 매시업의 결정판이군.

하나는 정지훈이 주연한 헐리우드 영화 <닌자 어쎄씬>이다. 양조위가 분한 샹치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 '텐 링즈'는 테러와 암살을 자행하고, 역사의 뒷편에서 비밀스럽게 활동하며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왔다. <닌자 어쎄씬>에서 닌자 조직도 비슷하다. 샹치와 정지훈이 조직에서 암살자로 키워지는 것도, 조직을 떠나고 그 후에 조직의 추격을 받는 것도, 조직의 수장와 맞짱을 뜨는 설정도 비슷하다. 조직의 본부가 헬기로 갈 수 있는 깊은 산속 바위산에 숨겨져 있다는 것도 비슷했다.

다른 매시업 영화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샹치의 어머니가 어릴적 자란 마을과 설정이 유사하다. 인간과 드래곤이 힘을 합쳐 어떤 악의 존재로부터 세상을 지키고 있다는 설정, 마을 사람들은 그림 같은 전원의 환경에서 무예를 수련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성장한 주인공이 마을을 지켜내는 설정도.

<샹치>는 마블 영화답게 재밌고 화끈한 영화다. 그렇지만, 서양 창작자들이 그려내는 동양적 서사의 한계도 여실히 보인다. 요즘 헐리우드에선, 무예를 재료로 이야기를 만들 때 신비한 마을, 드래곤, 역경, 성장 서사를 적당히 섞으면 동양적인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샹치의 서사가 꽤 오래된 원작 코믹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면, 이런 설정은 샹치가 먼저였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최소한, 비슷한 서사의 영화가 이미 많이 나온 상황에서, 영화로 만들 때 신선하게 각색할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

박진감 넘치지만 새로울 것 없는 서사, 마블의 동양 히어로는 그렇게 고민과 성의가 조금은 부족한 상황에서 태어났다. 이왕 태어났으니 어벤져스 멤버들과 좋은 합을 이뤄보시길.

*세간의 호평을 받는 양조위의 연기엔 이견이 없다. 그를 개과천선시켜 어벤져스 멤버로 편입시키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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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궁금했었는데 리뷰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솔메님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

액션 시퀀스는 신선하고 즐거운 영화였답니다. ^^
바람소리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ㅎㅎ

맞아요. 너무 고민없이 동양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질 못했죠.ㅎㅎ

네 주인공이 각성하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넘 스테레오타입이었네요. 키위파이님 반가워요. 연휴 즐거이 보내세요^^

전체적인 스토리도 그렇지만 꾹 참으며 보다가 특히 마지막에 가서 용이 나오는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 서사를 서사로만 이해해 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CG는 좀... 드래곤의 깃?털?에 매달려 싸우는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남는건 아콰피나의 멋진 연기와 솔메님의 글에서도 나와있는 박진감 정도였습니다.

아콰피나는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죠. 그녀가 없었으면 샹치는 정말 노잼, 평범 캐릭터였을 거예요.
서양인들에게 용이 전통적으로 악한 존재로 그려져와서인지,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동양의 용을 신기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이제 많이 써먹었으니 서사의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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