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잠들기 전 이야기
아빠인 나는 갓 네 살 된 첫째 딸을 전담마크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등·하원 시키고 밤엔 함께 잠을 잔다. 둘째 딸이 소리에 예민해서 둘째는 엄마와 큰 방에서, 첫째는 나와 작은 방에서 따로 잔다.
첫째는 매일 일정한 루틴을 거친 다음에야 잠자리에 든다. 일단 내가 할 일은, 아이를 씻기고, 양치질을 해주고, 책을 읽어주는 것 등이다. 아이는 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예전에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서, 열 몇 권을 뽑아 와서 얼른 재우고 싶은 내 맘을 초조하게 만들곤 했다. 요즘은 평균 2~3권을 읽고 잠자리에 눕는다. 그 날 아이가 피곤하면 바로 취침 모드로 돌입하지만, 아직 에너지가 남으면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내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를 빨리 재우고 나서,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있다. 아이는 한참이나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그 모습을 보니, 내 욕심을 채우려고 아이를 일찍 눕힌 것에 가책이 들어, 아빠가 이야기 해줄까? 라고 한 것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아무말 대잔치’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이제 딸은 거의 매일 어둠 속에서 이야기해줄 것을 요구한다. 처음엔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를 각색하여 딸을 주인공으로 하여 얘기해줬다. 만화 콩순이에서, 콩순이와 친구들이 큰 배를 타고 사탕섬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콩순이 대신 우리 딸 이름을 넣어 모험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딸은 이야기를 들으며 킥킥 거리며 웃기도 하고, 숨죽이고 듣기도 한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전래 동화나 이솝 우화의 스토리를 단순화하여 이야기해주다가, 요즘은 딸을 주인공으로 해서 간단한 이야기를 아예 만들어서 얘기한다. 하다보면 정말 아무말 대잔치가 되곤 한다.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이야기 1
00(딸이름)가 심심해서 바닷가에 갔어요. 거기엔 돌고래들이 함께 놀고 있었어요. 00가 한숨을 쉬고 바다를 쳐다보자, 돌고래 중 하나가 00에게 말했어요.
“우리 함께 놀래?”
“그래 좋아!”
“그럼 내 등에 타. 바다를 구경 시켜 줄게.”
00는 돌고래 등에 탔어요. 돌고래는 00를 태우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어요. 바다 속엔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도 있었고, 어제 저녁으로 먹은 오징어도 있었어요. 00가 먹었던 과자에 그려진 문어도 만났어요.
바다 속에서 자라는 풀을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 상어가 오는 게 보였어요. 상어는 돌고래와 00를 발견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왔어요. (평화롭던 이야기는 이때부터 추격전으로 바뀐다.)
돌고래는 깜짝 놀라, 상어를 피해 달아났어요. 상어는 00이의 뒤에 바짝 붙어서 거의 닿을 듯이 이빨을 들이밀었어요. (딸은 긴장감에 소리를 낸다. 위기의 순간을 몇 번 만들고 나서) 돌고래는 무사히 해변까지 왔고, 상어는 입맛을 다시며 바다로 돌아갔어요.
00이는 돌고래에게 바다를 구경시켜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다음에도 또 만나! 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요. 끝! 딸은 또 해 줘, 또 해 줘, 를 외친다. 난 급히 다음 이야기를 준비한다. 첫 번째가 바다였으니, 두 번째는 하늘로 가자.
이야기 2
00이가 놀다가 날개를 발견했어요. 마침 큰 새가 잠시 벗어두고 땅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00가 발견한 것이지요. 00이는 날개를 달고 날갯짓을 해보았어요. 몸이 하늘로 막 올라갔어요. 00이는 하늘에서 구름도 만져보고, 해와 달도 직접 만져 보았어요. 별을 만지고 나서는 손에 반짝이가 묻었죠.
(날갯짓을 하며 또 어디를 가볼지를 순간적으로 생각해내야 한다.) 날갯짓을 하며 이번엔 산으로 가보았어요. 산에는 큰 나무도 있고, 꽃도 있었지요. 거기서 00는 멧돼지 가족을 만났어요. 00가 말했어요.
“멧돼지야 안녕. 너희는 산에서 사니까, 참 좋겠다. 나무와 꽃을 매일 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 00야 맞아. 다음에 산에 한 번 놀러와. 예쁜 꽃이랑 나무도 보여주고, 지난 번 네가 스프에서 보았던 버섯도 보여줄게.”
이 이야기는 끝을 맺지 못했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잠 세계로 빠져드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중단하고 등을 문질러 준다. 아이는 급히 잠의 세계로 날아갔다. 아마도 아이는 꿈에서 돌고래와 멧돼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아이가 너무 늦지 않게 자줘서, 오늘도 날을 넘기지 않고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한다. 매일 밤, 이런 일이 일어난다.
난 내일 밤에도 아이에게, 즉석 동화를 들려줘야 한다. 미리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어둠 속에서, “아빠, 이야기 해줘요.” 라고 아이가 속삭일 때 이야기의 문은 열린다. 열린 문틈으로 동화 나라의 뮤즈가 나타나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옛날에 00이가 살았는데-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짱짱맨이 항상 응원합니다.!
짱짱맨이세요? ㅎㅎ 제가 아는 짱짱맨이랑 달라서요.ㅋ 감사합니다.
짱짱맨입니다. 저는 홍보대사 및 응원댓글요원 으로 활동중입니다. (누가시킨건아니구요 ) ㅠ
아 그렇군요. 수고 많으세요.ㅎ
좋은방법이네요. 우리 아이에게도 꼭 드려줘봐야겠어요~^^
네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은근히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때는 빨리 불 끄자고 하는 걸 보면요^^
와 진짜좋네요. 막 상상력을 자극시키는게!!!!
ㅎ 딸에 이어 고추참치님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줘서 두 배로 보람차네요.ㅋ
전 큰아들을 전담마크중입니다...
잘때는 안고있으면 잘 자네요...
아드님은 효자입니다.ㅎㅎ
잘때만요...
놀때는 망나니... ㅎㅎ
ㅋㅋㅋ 반은 효자네요.
저도 아무말 대잔치 많이 합니다.
책을 많이 가져오면 중간 중간 띄어가며 읽고요.
읽다가 제가 먼저 졸기도 합니다 ㅎㅎㅎ
ㅎㅎ 요즘 아빠들은 다들 처한 상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ㅋㅋ
저의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당첨결과 공지하였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도로시님, 감사합니다. ㅎㅎ 확인댓글 남겼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시니 행복하신 게 글에서 팍팍 묻어나네요. :)
네 가끔 힘은 들어도, 애 얼굴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날아가지요.^^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겠어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나라로 가다니 행복한 따님이네요. :)
ㅋㅋ 아직은 부실한 이야기로 어째 해결이 되지만, 앞으로 더 크면 삐그덕대는 이야기의 틈을 찾아낼 것 같네요. 좀 더 빨리 잘만한 이야기를 찾아야할텐데요.ㅋ
저도 불을 끄고 누워서 아이들에게 제가 만든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유투브를 켜주게 되었네요~~ 계속 해줄걸 하고 후회가 되네요 ^^
그리고 저는 오늘 알았습니다
@kyslmate 님이 아빠라는 것을요 ^^ 엄마신줄 ^^
참 좋은 아빠이십니다 ~~
자기 전에 영상을 보여주니, 우리 아이는 눈이 너무 초롱초롱 하더라구요. 좀 일찍 자려면 어쨌든 불을 끄고 누워야되더라구요.ㅎㅎ 제가 엄마인 줄 아셨다구요? ㅋ 기분 좋아야 하는 거 맞죠. 감사합니다.
저는 유투부 영상 말고 소리만 들려주었어요 ㅋㅋㅋㅋ
굳나잇이요~
아 그렇군요ㅎㅎ 에드워드님도 좋은 밤 되세요!!
이부분에서 쏠메님의 (행복한)노고가 느껴집니다. ㅎㅎㅎ
즉석동화.. 저는 아이가 없는 미혼인데도 벌써부터 미래의 자녀가 내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어쩌나 종종 걱정이예요. 저는 정말, 말이 두서가 없거든요. 횡설수설하는 능력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죠. 게다가 어릴 적 엄마가 즉석동화를 들려 주시면 "아 그거 무슨무슨 동화에 나오는거잖아" 혹은 "내용이 그게 뭐야" 하고 핀잔을 주던 기억에 ;ㅁ; 이 업보를 고스란히 받을 거예요 엉엉.
스프링필드님 뭐가 걱정이세요. 외국생활한 거, 여행간 이야기들 훌훌 털어놓으면 될텐데요.ㅎㅎ 봄희(자녀)가 산티아고라는 곳에 갔는데 말이야~~ 하고 시작하면 스프링필드님이 본 것들 죽 이야기하면 멋진 이야기가 되겠네요.ㅎㅎ 핀잔 걱정은 5살 이후에나 해도 되니 넘 걱정마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