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에서 행복 찾기

in kr •  2 years ago  (edited)

어제 여친이 이사간지 얼마안되서 짐정리하는걸 도와주러 갔습니다. 정리하다보니 네트망이 몇개 나오네요.

고양이 키우시는 분이라면 아실텐데 철망같이 생겨서 고양이들 못들어오게 막는 물건이죠.

2012-06-30 13.15.32.jpg
네트망


고물상에 팔자.

꽤 커서 문짝만한게 3개가 나오더라고요. 이건 어디다 둘까? 라고 물어보니 이제 필요없으니 버릴꺼라면서 고물상에 팔자고 합니다.

뭐 파는건 좋은데 너무 귀찮더라고요. 그렇게 무겁진 않은데 부피가 커서 고물상까지 들고가려니 짜증이 납니다.

이거 팔아봤자 얼마나 한다고! 그냥 밖에 내다놓으면 누가 알아서 주워가겠지!

라고 짜증을 냈죠. 여친 표정이 어두워지네요. 아차! 싶었죠. 자기딴에는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그랬을텐데 그런 마음을 제가 몰라줬으니까요.

저도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순간의 귀찮음 때문에 또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사과하고 집근처 고물상 위치 아니까 팔러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같이 네트망 한쪽씩 나눠들고 고물상에 갔죠. 철은 킬로당 100원정도 하나보네요. 15kg 나왔는데 1400원을 주네요.


오빠 가져.

집에와서 400원은 여친 저금통에 넣었고, 천원은 지폐라 여친한테 주려고 했죠.

천원 가져가.
됐어. 오빠가져.
아냐, 니 물건 판거잖어.
그냥 오빠 용돈에 보태써.

결국 천원을 받았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네트망 팔아서 나온 돈을 저한테 줄 생각이었을겁니다. 항상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애니까요. 제가 항상 용돈이 부족한걸 아니까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러고 집에 오는데 마음이 무겁네요. 죽어라 아껴서 모은걸 제가 다 말아먹어놓고 적반하장식으로 난 할만큼 했다라고만 했죠. 여친이 저를 위해 하는 행동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화만 냈죠.

여친이 빈병을 주워서 팔아보자 했을 때도

팔아봤자 얼마나한다고 그래, 시간이며 그거 하는 노력이 아깝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블로그에 글 하나쓰는게 낫겠다.

헌옷 모아둔게 있다고 버리긴 아까우니까 고물상에 파는건 어떠나 물었을 때도

그거 무거워서 차에 싣고 가야되는데 시간이랑 기름값이 아깝다. 그냥 버리면 안되?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그렇게 해서 남은 시간을 정말 생산적인 활동으로 활용했을까요? 아마 단 한번도 없었을 것입니다. 푼돈이라고 무시만 했지 그 푼돈을 모으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과 기름값이 아까웠다면, 차타고 왔다갔다하면서 고물상 근처 지나갈 일 있을때 잠깐 들렸다가면 되잖아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보고 조금씩 돈을 모아가면 나중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인데도 지금까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의 행복을 찾아서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을 어려서부터 수백번 들어왔지만 무시했죠. 티끌모으다 늙어죽겠다고요. 이런 부정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습니까? 노력하는 과정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끼면 되는거 아닌가요. 어제도 네트망이 부피가 커서 혼자 들기 힘드니까 여친과 한쪽씩 사이좋게 나눠들고 가고, 돈도 생기니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도 느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단돈 천원으로도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고물상에 팔자고 했을 때 짜증을 안내고 "오 그러자! 우리 그 돈 보태서 오늘은 맛있는거 사먹을까?"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 돈도 많이 모아야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따뜻한 마음과 말 한마디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겠습니다.


수적천석(水適穿石)

수적천석(水適穿石)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 나는 결론이네요. 꾸준한 물방울의 떨어짐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 지금은 하찮은 거 같은 일이 꾸준히 이루어질 때 결국 누구도 무시못할 결과를 만들 것 같습니다.

@zaedol 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작은게 모여서 큰일을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되네요. 당장 어제만 해도 그랬고요. 그래도 계속 마음속으로 되뇌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언젠간 저도 바뀔 것이라 믿습니다.

마음이 담긴 천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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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9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요한건 돈의 크기가 아니죠^^

맞는 말씀이십니다..지금까지 알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항상 이점 명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구요.

응원합니다. 어쩌면 단순함이야말로 진리이기도 하지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할수 있는게 있다면 일단 해봐야죠. 그리고 기왕하는거 기분좋게 긍정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  2 years ago (edited)

곁에 있는 사람 이야기는 더 잘 들어줘야되는데 오래 사귀다 보면 그게 잘 안되는것같아요
내 마음이랑 비슷하겠거니 잘 알아주겠거니하면서요 ^^;
여자친구 분 마인드가 멋지세요..
그 마인드 잘 따라가면 좋을 것 같아요


빈 병, 고철, 헌 옷 같은 거 챙겨서 파는 것도 품이 들고 수고롭더군요
돈 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한다고 생각하면 좀 덜 수고롭고요~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저도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꼭 상처주는 말만 하게 되네요. 잘못해놓고 미안하다고 할게 아니라, 잘못을 안하도록 제가 노력해야될거 같습니다.
@amukae88님 말씀처럼 아무리 하찮고 수고로운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좋게 하려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아이고 저의 글을 이렇게 올려놓으셨군요.
글을 읽다보니 제 아내가 떠오르네요. 어떻게든 아껴보겠다고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kr-debtor 님처럼 반응했었어요. '그까짓 것'이라면서요. 음... 아내가 잘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자신에 대한 배척이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반성하게 됩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수적천석의 깨우침을 다시 맘에 새기고 갑니다. ^^

@zaedol 님 글귀 인용하는데 허락을 받아야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너그러히 이해해주실거 같아서 인용했습니다ㅎ. 깨우침을 얻었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게 아니라 몸에 베어야 깨우쳤다고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저도 항상 되뇌이면서 몸에 베이도록 노력하려구요. 재돌님 말씀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 years ago (edited)

뭐 제가 만든 글도 아니고 있던 사자성어인데요 막써도 되요.^^
그리고 제가 @kr-debtor님 글보고 많이 배우는걸요. ^^

ㅎㅎ감사합니다.스팀잇을 통해 많은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