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5)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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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그래 크리스마스니까^^
우리 내일 맛있는 거 먹자

엄마만
허락해주면
될 일이었다.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5)

다음 날
할머니 집으로 온
엄마에게 여쭤봤다.
"엄마 오늘 크리스마스라고
재돌샘이 밥 사준다는데...
나갔다 와도 돼?"

"재돌샘이? 그래. 갔다 와."
엄마는 생각보다 순순히 외출을 허락하셨다.

나는 고등학교 때에도
엄마에게 재돌샘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내가 이야기 하지 않으면
엄마가 물어 볼 정도였다.
물론 과학선생님 이야기도 했었다.
엄마는 내가
선생님과 가까이 지냈던
이야기를 재밌어하셨다.
재돌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엄마가 재돌샘과 한번 마주쳤을 때부터 였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학교에 왔었던 엄마는
나와 같이 중앙 현관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지나가는 재돌샘이 보였다.
나는 재돌샘에게 재빠르게 인사를 하고
"우리 엄마예요!"
라고 엄마를 소개했다.
재돌샘은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밝게 웃으며 우리 엄마를 보고 인사 드렸다.
우리 엄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선생님이 인상이 정말 좋으시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날 따라 재돌샘은
제일 잘 어울리는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나는
부끄러운 듯 웃는 재돌샘이 귀여웠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야."
라고 재돌샘을 소개했다.

집에 돌아가는 아빠 차 안에서
엄마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까 그 선생님 잘 생겼더라.
네가 좋아하는 선생님이구나.
엄마도 그런 듬직한 스타일을 좋아하잖아.
너희 아빠처럼."
엄마는 약간 아빠 눈치가 보였는지
아빠를 보면서 크게 웃어 보였다.

엄마는
선생님이 밥을 사준다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가서 얻어 먹고 오라는 얘기였다.
나는
"가서 밥만 먹고 얼른 올게."
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왠일로
"가서 드라이브도 하고 와~"
라고 말해서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 냈지만
문제가 있었다.
엊그제 모교 갈 때 입었던 옷 밖에 없었다.
할머니 집에 오는 것이라
클렌징만 가져왔지
화장품은 챙겨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기념 식사 자리에
민낯으로 가야 할 판이었다.
심지어 시커먼 패딩.
엄마에게 화장품을 좀 빌릴까 했더니
엄마는
"엄마도 다 집에 놔두고 왔지.
니 나이 때는 화장 안 해도 충분히 예뻐.
재돌샘한테 잘 보이려고?"
라고 말해서 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티났다.

재돌샘에게 문자를 보냈다.

쌤 엄마한테 허락 받긴 했는데
옷도 저번에 학교 입고 간 옷이고
쌩얼로 나가야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ㅠㅠ

재돌샘이
밥 먹자고 연락 왔는데
나는
이미 데이트 쯤으로
단정지어
설레발 치고 있었다.

나는 쌩얼이 더 좋은데?
화장 안한 모습이 더 좋아

재돌샘은
그냥
다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저 옷도 시커멓고
얼굴도 시커멓고
망했어요

내가 상상하는 데이트는
그게 아니니까.
저번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을 때처럼
얼굴도 예쁘게 꾸미고
원피스도 차려입고
데이트란 걸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다.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나 출발할테니까
엊그제 내려줬던 데로 나와 있어

재돌샘이 할머니 집까지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재돌샘 집에서 꽤 걸릴 거리였는데
데리러 와줘서
매우 기뻤다.

옷을 챙겨입고 나왔는데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할머니는
"선생님이 미쳤다고
이 크리스마스에 너한테 밥을 사준다니?
그 선생이 정신이 나갔나 보다."
라고 얘기했다.
까딱하면 못 나갈 뻔 했지만
중간에서 엄마가 할머니께 잘 이야기 해줘서
"그런 선생님이 있다니까요.
여기 데리러 온데요.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금방 나왔다.

조금 기다리니 재돌샘 차가 왔다.
"안녕하세요!"
"ㅎㅎ잘 지냈어?
벨트하고~ 얼른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네!"
재돌샘은 한껏 웃어보였다.
기분 좋아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로 갈까?"
나는 그 질문에 어디 가자고
딱부러지게 말하지 못했다.
"음... 어디가 좋을까요?"
"어디든. 니가 원하는 곳이라면
다 갈 수 있지^^"
재돌샘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나는 얼굴에서 미소가 흘렀다.

걔랑은 뚜벅이 데이트라
한정된 곳을 걸어다녔다.
그런데
재돌샘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니
오히려 정하기가 어려웠다.
"잘 모르겠어요..."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도 그렇지만
재돌샘도 딱히 정해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뭐 먹고 싶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럼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네. 그렇게 하세요."
나는 재돌샘을 만난다는 생각 말고는
뭘 먹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막상 재돌샘을 만나니
배가 고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재돌샘을 봐서
....좋았다.
메뉴를 정하지 못해서 그런지
재돌샘은 도착지를 정하고 있는지
차 안은 조용했다.

재돌샘은 내가 예상한 시내 쪽 길을 지나쳤다.
"어디 갈거예요?"
"왜? 이제 슬슬 불안해져?
내가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겠지?"
"네?ㅋㅋㅋ
쌤 빨리 차 세워요.
이리로 가면 고속도로 잖아요!"
"왜?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가라며~
가면 안 되는거야?"
재돌샘은 내 표정을 살폈다.
내 표정은 진짜 약간 긴장하고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안돼요. 안돼. 차 돌려요."

재돌샘은 침착하게 차를 세웠다가
유턴했다.
"난 그냥 넘어가서
저번처럼 스테이크나 먹고 올까 했지.
왜 안된다 하는거야?"
"집에 일찍 가야해요.
엄마한테 밥만 먹고 온다고 말했어요.
혼날지도 몰라요. 죄송해요.
저도 스테이크 먹고 싶지만...흑흑"
"....그으래."
나도
고속도로 넘어가서
크리스마스인데
근사하게
스테이크 썰면서
재돌샘이랑 식사하고 싶었지만
늦게 들어가면 혼날 일이 더 걱정되었다.
그런 내 자신이
싫기도 했다.
내 표정은 약간 어두워졌다.

"그냥 가까운데 가요.
흠...햄버거나 먹을까요?"
재돌샘도 약간 표정이 굳었다.
"햄버거는 무슨.
그럼 어디로 가야하지..."

정처 없이 앞만 보고 운전하던 재돌샘은
"아!"하더니
"갈데가 있다. 거기 가면 되겠어!"
라고 말했다.
내가 정하지 못 해서
망설이고 있는 게 죄송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착한 곳은 고속도로 넘는 것보다는
가까운 거리였다.
"여기 무슨 드라마에 나온 데야. 여기 알아?"
"아뇨. 전 차가 없어서 여기까지는 못 와봤죠.
이런 데가 있다니..."
"들어가자."

재돌샘을 따라 들어 간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꼭 우리 둘을 위해서 빌린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3~4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었고
벽난로 장식이 있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전면 유리로 된 창문 넘어로
수평선이 보였다.
전망이 정말 멋졌다.
물론 가격은 사악했다.
파스타 한 접시씩 주문했다.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좀 조용하게 먹었다.
물론
파스타는 맛이 없었다.
몇몇 조개 안에 소금이 뭉테기로 들어있었다.
재돌샘에게 조개를 가리켜 보여줬다.
우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

별말없이 식사를 끝내고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정말?"
"뭐...창밖을 보면서 먹으면
맛있었어요."
"그런가?ㅋㅋㅋㅋㅋ"

그리고 커피를 한 잔 사서
차를 타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병원 갔을 때 어땠는지 물어봐도 되요?"
"응. 뭐. 별거 없었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서
괜히 왔나 싶었지.
그리고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이렇게 되니까 고소하지?'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러면서 장난친다고 자기 한 대 치라고 하는데
진짜 한 대 쳐버리면 싶더라..."
"헐...그런 얘길 했다구요? 참나...
병문안 온 사람한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근데 그 쪽 어머님은 또
자기 딸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자기 딸이랑 해결할 문제고.
어머님은 날 아들처럼 생각한신다면서.
지금처럼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다시더라고...
뭐,
그랬어."
"아..."
"솔직히 정리가 좀 안 되는 것도 있었는데
직접 보고 오니까 확실히 정리 되는 것 같았어.
잘됐지, 뭐."
"...그럼 이현지쌤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 였어요?"
"...그렇지."
"사귄지 얼마나 됐을 때요?"
"...4년 정도..."

더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이미 지나친 질문을 한 것 같지만.

아무튼 크리스마스라고
재돌샘 덕분에 식사 잘 하고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됐어요.
하마터면 되게 우울한 크리스마스일 뻔 했는데."
"그래. 나도.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세요."

남자친구 만나러
남자친구도 없는
학교에 찾아 갔다가
재돌샘 전 여자친구 덕분에
재돌샘과
알 듯
모를 듯한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에 대한 실망이 컸다.
그 착한 얼굴을 하고선
재돌샘은 차버리다니.

.

.

.

할머니 집으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
머릿속을 스치고 간 기억 때문에
깜짝 놀라서 큰 소리가 나왔다.
"맞아!
그 꽃반지! 쌤이 사준 거죠?"
"무슨 반지?"
"그 초록색 반지 말이예요. 현지쌤이 자랑했었어요!
자기 태어난지 10000일 기념으로 받은 선물이라구요!"
".....선물 했었지. 내가."
"그런 선물 하고도 차였다구요?
진짜 곧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수행평가 감독으로 들어왔었다.

친구들 거의 시험지를 마무리하고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엎드려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우고 있었다.

여자 친구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어! 쌤 반지!"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가 보이게
손을 들어보였다.
"왜? 나는 반지 끼면 안 되냐?"

나와 친구들은 선생님 반응에 다 웃음이 터졌다.

초록색
꽃모양이었는데
반짝이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쌤 남자친구 있어요?"
옆에 있던 다른 여자 친구가
B반 여자 수학선생님에게 물었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왜? 나는 남친 있으면 안 되냐?"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또 다같이 웃었다.

"쌤 결혼해요?"
이번에는 남자 친구가 물었다.

"아니,
나 태어난지 10000일 된 기념으로
받은 거야."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부끄러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오~~~"하고
감탄이 새어 나왔다.
키득키득 웃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보나마나 재돌샘이 준 거 겠지.
곧 결혼하시려나 보네.'

_내일 봐요!
[밤 11시 34분 수정합니다! 뒷부분에 추가한다 해놓고 그냥 올려버렸네요~ 그래서 약간 수정했어요^^ 늘 감사합니다~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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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재밌게 읽었습니다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피식 웃은 게 뭔가 귀여우면서 무섭네요.. ㅎㅎ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무서웠나요 ㅎㅎ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 년과... 그 놈... ㅋㅋㅋㅋ
4년을 사귀었다는건 좀 괴씸하지만,,, 참을게요 ^^

에이 시원하게....욕해주세요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깝네요 ㅋㅋㅋㅋ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람 인연 참 모를 일이네요. ㅎㅎ

맞아요. 제가 그걸 몸소 느꼈습니다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년...네 이년!!
ㅎㅎ
그치만 현재가 중요하니까요..큭
태어난지 10000일...와우!

ㅋㅋㅋㅋㅋㅋㅋ아 사이다
태어난지 만일....저도 처음에 들었을 때 제 귀를 의심했었....어요 ㅋㅋㅋ

스테이크를 멋있게 먹었어야 하는데...
4년을사귀었는데 인연은 따로 있나
보네요^^

히히 그러게요ㅎㅎ
그때 뭘 그렇게 엄마 겁을 내고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지 않았던지 지금 다 아쉽네요 ㅎㅎ
남녀의 인연은 하늘에 있는 신도 모른다죠 ㅎㅎ

왜재돌샘이 차였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서 다행이구요~
다음 회차가 기다려 지는군요.

늘 감사합니다~~ 차인 이유는 아마 얼마 안가서....궁금증이 풀리실거예요^^

와우!! 힘내세요!!

와우!! 감사합니다!!

원래 잘모님은 사위편!
장가 들기도 전에 점수 따놓으셧넹! 선견지명?? ㅋㅋ 훤칠하신가보네요??

ㅎㅎ우리 남편이 좀 훤칠합니다~
장모님과 사위의 얘기는 또 다음 기회에 나온답니다.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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