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4)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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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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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퍽이나 안 가시겠다. 그냥 갔다오세요."
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차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도 까먹었다.
혹시나 싶어서
뒤돌아 봤을 때
재돌샘은 이미 차를 돌려
쌩하니 달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더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으이구, 바보. 바보!"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4)

할머니 집에 와서도
계속 재돌샘 생각이 났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남의 연애사에
내가 미쳤다고 끼어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재돌샘이
현지쌤한테 갔는지, 안 갔는지
궁금했다.
'그냥 갔다오지.
그렇게 걱정되면서.
왜 안 간데. 참나.'

제일 걱정되는 건 그거 였다.
재돌샘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을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바보 같은 재돌샘이
안 간다고 말 해놓고
갈까, 말까
속으로 갈팡질팡만 하고 있을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갔다 왔는지 문자나 해볼까...'
내가 자꾸 걱정하고 있는 꼴도
이상하다 싶어서 문자를 날렸다.

쌤 병원 갔어요?

30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돌샘이 병원에 갔나보다 생각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차를 그렇게 급하게 막 쌩 돌려서 가시더니만,
병원 가는 거 였구나.'
그 때 쯤에 진동이 울렸다.

나 그냥 집인데
내가 꼭 가야 될까...

'하아...답답하다, 진짜.'

내가
'얼른 출발하..'까지
문자를 적고 있었는데
재돌샘에게 대뜸 전화가 왔다.
'뭐야, 왜 전화를 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나 안 갔어.
내가 안 간다고 했잖아."
"아까 이현지쌤 어머님한테 전화할 때는
그렇게 걱정스럽게 얘기하더니!
이현지쌤 걱정 되는 거 아니었어요?"
재돌샘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니가 말해봐.
니가 하라는 대로 할테니까."
"쌤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왜 내가 하라는 대로 해요?
내가 말한다고 들을 거예요?"
"응. 니 말 들을게.
니가 하라는 대로 할테니까 말해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만큼 재돌샘이
나에게 의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게
싫지 않았다.
나와 재돌샘 사이가 가깝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또한 나라도
재돌샘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갔다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일단은 사람이 다쳤잖아요.
그리고
계속 현지쌤 생각만 하고 있을 거 잖아요.
얼마나 다쳤는지,
괜찮은지 혼자 계속 끙끙거리고 있을 거 잖아요.
그럴바에는
병원 갔다오라구요.
내일 크리스마스 이븐데.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려고 그래요.
완전 최악의 크리스마스겠네."
"오늘 자서 26일에 일어나면 돼."
"하아...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
내 말 안 들을거면서
왜 내 말대로 한다고 해요?"
"아니야. 옷 입고 있어.
니 말 들을게.
병원 갔다 올게.
니 말이 맞는 것 같아."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 봐.
가 보고 싶으면서
괜히 나한테
결정을 미루고 있어.'

"그래요. 절 핑계삼아 그냥 갔다와요.
갔다와서 연락...해주든가 하세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시구요."
재돌샘이 병원에 갔다가
반드시 나에게 연락할 필요는 없지만
나에게 연락이 하고 싶을 때
거리낌 없이 연락하라는 의미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때문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연락하라는 의미로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래. 알겠어. 갔다 올게."

재돌샘과의
전화를 끊고나니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괜한 오지랖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내가 충분히
재돌샘을 위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내 말대로 하게 한 점도
꽤 뿌듯했다.

재돌샘이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주든, 안 해주든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화가 기다려졌다.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한 게 잘 한 건지도 확인 받고 싶었다.
현지쌤이 얼마나 다쳤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가라고 해서 간 재돌샘이
괜찮은지도...궁금했다.
그래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대학병원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재돌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밤 10시 쯤인가 되서
재돌샘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 방에서 불 다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전화가 와서
얼른
작은 방으로 갔다.

"여보세요?"
"어. 나 병원 갔다왔어."
"현지쌤은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
"아니. 겉으로 보기론 멀쩡하던데.
뭐하러 갔나 싶을 정도로.
봐.
내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역시 나의 오지랖이었다.
괜한 짓을 한 것이었다.
재돌샘을 위했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내가 괜히 보냈네.
미안해요.
...죄송해요.
가 보라고 해서..."

"아니야. 너한테 결정을 미뤘지, 내가.
미안해 하지마.
나도 계속 집에 있었으면
니 말처럼 걱정만 하고 있었을텐데, 뭐.
찜찜할 뻔 했는데 잘됐지.
그래도 니 덕분에 홀가분하다."

"그래도 죄송해요."

"괜찮아.
오히려 잘됐어.
갔다오니까 마음 정리가 더 잘 되는거 같아."

"아...
정말요?
그런거면...
다행이네요."

"나 이제 친구들한테 가려고.
친구들한테 가서 한 잔 해야지.
넌 안 자?"

"쌤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쩌나 싶어서요.
저도 계속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구나.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아니예요. 술 많이 마시지 마세요.
이런 날 술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내가 작은 방으로 후다닥 가면서
할머니도 잠이 깼는지
화장실로 가시다가
전화하는 내 목소리를 들으신 것 같았다.
문 밖에서
할머니가 소리 치셨다.
"이 년이 지금 뭐하고 자빠졌어?
이 시간에 어떤 놈이랑 전화를 해!"

재돌샘에게
"잠깐만요"라고 얘기한 뒤
할머니한테 들리게 큰 소리로 말했다.
"친구랑 한다! 친구랑!"

"할머니가 뭐라고 하셔?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술이 술술 넘어갈거야."

"아...할머니가 누구랑 전화하냐고...;;
적당히 마셔요.
뭐...아니다, 이런 날 마셔야지
언제 마시겠어요.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다 잊어버리고 와요."

"응. 메리 크리스마스."

"쌤두요.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가 살던 중에 제일 최악의 크리스마스 같네. ㅋㅋㅋㅋ"

"어휴, 몰라요.
저도 뭐 이딴 크리스마스가 있나 싶어요."

"왜? 나 때문에?"

"아뇨! 쌤 때문이 아니라...그냥
왜 그런 사고가 터져가지고는..."

"암튼 고맙다.
너한테 고맙네."

"그러면 다행이구요.
전 할머니 때문에 안되겠어요.
운전 조심하시구요!"

"어~ 들어가."

'이걸로 끝인가.'
그게 전화가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걱정스러운 일이 지나갔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부터
재돌샘과
스스럼 없이
문자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다음 날 재돌샘은

잘 잤어? 나는 광주에 친구들 만나러 왔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자를 시작으로

강건해져라

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강건해지라는 문자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쌤이 들어야 할 말 아닌가요?

그 말에 재돌샘은 이렇게 답장했다.

너한테 하는 말이기도 한 동시에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

주고 받는 문자는
끊겼다가도

쌤 뭐하세요?

라고 연락을 하면

네 생각 ㅡ.ㅡ;;; 막이래

라고 답장이 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좀 이상한
착각 같은 걸 하게 됐다.
남자친구 같았다.
연락이 오지 않는 남자친구 덕분에
한동안 조용했던 내 폰이
바빠졌으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빠진 허전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갔다오니까 마음 정리가 더 잘 되는거 같아."
라고 말했던 재돌샘 목소리가 생각났다.
전 여자친구에게 받은
상처가 깊은 걸까.

잘 때쯤 되서

쌤 자요?

라고 문자를 보내면

아니 너 기다렸지ㅋㅋ

라고 답장이 왔다.

내일 크리스마슨데 식사나 할까?

기분 좋은 제안이었다.
재돌샘을 만나서
웃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걱정이 있었다.

저는 정말 먹고 싶은데 될지 모르겠어요ㅠㅠ
내일 엄마한테 물어봐야 될 것 같아요

방학 때 집에 있을 때면
외출은
역시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갈 수 없었다.

그럼 안되는 거야?

재돌샘의 크리스마스가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남아서는 안됐다.

내일 보고 연락 드릴게요!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를 재돌샘과 함께
보낼 생각을 하니
콩닥콩닥
마음이 설렜다.

그래
크리스마스니까^^
우리 내일 맛있는 거 먹자

엄마만
허락해주면
될 일이었다.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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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연재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0^

아니... 그래서 맛있는 거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궁금하네요. 아이고... 다음편이나 느긋히 기다려야겠네요.

느긋하게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천천히 하셔요. 기다림도 즐거움입니다.

엄마만
허락해주면
될 일이었다.

결혼 허락의 느낌..ㅎㅎ

어린 킴쑤지만 생각이 깊네요
현명한 킴쑤!

결혼허락이라...ㅋㅋㅋ
히힛 감사합니다 언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자리를 잡았네요
엄마가 허락해 준다면 ...
다음편이 궁금하네요

자리를 잡은걸까욥?!ㅋㅋㅋㅋ 다음편 보러오세용~~~^^

제일 마음에 드는 포스팅이에요 ^^
저는 달달한 로맨스 좋아하거든요 ㅋㅋㅋㅋ
이러기를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

이제 거의 다왔습니다 ㅋㅋㅋ곧 너무 달달해서 읽기를 포기하실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이런 날이 올 때까지 지켜봐주시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_^

혹시나 댓글만달리고 보팅이 안간다면 바로바로 답을 주세요^^
더러 피곤해서 안달리는것도 있을꺼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는 장모님! ㅋㅋ 과연 장모님이 보내주셨을런지?

자 킴쑤님.... 이거이거
드라마로 좀 만들어 봅시다.
그냥 글로만 읽기엔 넘나 아까운 스토리잖아요...ㅎㅎ
다 늙어서 가슴 콩닥콩닥하게 하시고... 다시 연애하고 싶게 하시고...ㅎㅎㅎ

당근언니!!! 넘 오랜만이예요 ㅎㅎ
안그래도 언니한테 가봐야 된다 생각하다가 깜빡하고 잠이들었었는데!!ㅋㅋ
흑흑 제가 드라마로 만들기로는 아직 역부족...입니당^^;;
에이~ 늙다니요~ 콩닥콩닥 하신다면 아직 열두살 아닙니꽈~~~ㅎㅎ 글로 대리만족해주세요?!키킼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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