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1. 사랑은 타이밍(4)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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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번 주는 좀 그렇고
다음주 주말 쯤에 밥 먹자

재돌샘이 흔쾌히 약속을 잡아주셨다.
남자친구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고
기다리다 지친
무기력하고 재미없는 시간 중에
재돌샘과의 저녁 약속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11.
사랑은 타이밍(4)

재돌샘이
'이번 주는 좀 그렇고..'
라고 말한 주말은
수능이 끝나고 돌아오는
주말이었다.
나도
그 주말을 비워놔야 했었다.
왜냐하면
수능이 끝나고 남자친구가
연락이 와서 주말에 만나자고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수능 당일은 연락이 왔었다.
남자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나는
수능은 잘 쳤냐며
주말에 만날 수 있냐며
밝은 목소리로 물어봤다.
남자친구는
수능 잘 쳤냐고 물었을 때는
웃어 넘겼고
주말에 만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봐서 연락 해준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더 전화를 하려다가
"어....나 옆에 엄마 있어서 나중에..."
하고 전화가 끊겼다.

"치이..."
하고 아쉬워했지만
주말이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 날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받은 뒤
재돌샘과 저녁 약속을 잡고
설렜던 느낌은
죄책감을 불러왔다.

'재돌샘이
여자친구 있다고
너무 편하게 생각했나봐.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예전에 좋아했던
선생님이랑 밥 먹는다고
설레하다니...
이건
남자친구한테 실수 하는거야.'
그냥
재돌샘과
밥 한 끼 먹기로 한 것이었는데
바람이라도 난 마냥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재돌샘과의
저녁 약속을 깨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됐다.

하지만
그 연락을 끝으로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수능이 끝났던 그 주말에
전화가 오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동안은 오후에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고
오후에는 왜 연락이 안 올까,
내일 올 건가 보다
생각하며 기다렸다.
일요일 오전이 됐을 때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연락이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고
일요일 오후가 되서는
갑갑한 마음에
내가 연락을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제서야
남자친구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
남자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문자나 전화가 아니라면
싸이 다이어리었다.
그 날
저녁 싸이 다이어리에는
내가
보란듯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냥 내버려두기를...

'나랑 연락하기 싫구나.
내버려 둬야 하는 거구나.'
수능이 끝났는데도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했다.
밥 먹으면서도 울고
양치질 하면서도 울고
자기 전에도 울고...
잘 때마다 베개를 적셨다.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기다려 온 시간도 억울하고,
남자친구만 바라봤던
시간들이
결국
이런 결과로 돌아 왔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수능이
끝났지만
우리 사이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남자친구를
붙잡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수능을 끝내고
진짜
대학에 가기 위한 원서 접수 때문에
더 바빠졌나보다 생각하고 싶었다.
미련하게
또 기다려보기로 했다.
날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나에게 돌아올 거라고 믿고 싶었다.

나랑 같은 과이면서
같은 학번이고
나와 같은 동의 기숙사에 사는
친한 언니 덕분에
밥이나 겨우 먹고 지냈다.
밥도 먹기 싫고
이불 속에서 눈물만 훔치고 있는
나를 꺼내서
밥도 먹이고,
기분 좋으라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언니가
직접 사 먹여줬다.
그 언니가
수능 한 달 전에
남자친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찜질방을 물어봤을 때
찜질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줬던
보영이 언니였다.

남자친구가 연락이 오지 않아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으니
재돌샘과 잡았던 저녁 약속을
취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른 남자와 밥을 먹게 되어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
죄책감이 들어서가 아니라
재돌샘을 만나도
웃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재돌샘을 만나면
밝고 명랑하게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보영이 언니에게 내 상태를 털어놨다.

"언니. 나 고등학교 때 친했던 선생님이랑
이번 주 주말에 밥 먹기로 했는데
안 갈까봐...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남자친구한테도 말 안하고 가는건데...
선생님이랑 한 저녁 약속 취소 해야겠지?"

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친구한테 연락도 안 오는데 무슨.
그냥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주신다는데
가서 맛있게 먹고
기분 전환도 하고 와.
니가 좋아했던 선생님이라며.
그리고
약속 이미 잡아 놓은 거 아니야?"

"아 맞아...내가 밥 사달라고 한 거긴 한데...."

"그래. 니가 밥 사달라고 해놓고
또 니가 약속 깨는 건 아니지."

언니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답보다
고개를 먼저 끄덕였다.
언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나는 그런 언니를 올려다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킴쑤야. 니가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기운 좀 차리고.
내일 교양 수업 마치고
오래방 가자!"

나를 위해 신경써주는 언니가
고마워서라도
기운을 빼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어짜피 남자친구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응. 알았어."

재돌샘과 저녁 약속이
있었던 그 주의 금요일.
내가 먼저 재돌샘한테
문자를 했다.

쌤! 잊으신 건 아니죠?
맛있는 거 사주실거죠?
내일 볼까요?

여전히 내 기분과
상태는 좋지 않았다.
문자를 먼저 하면서도
그냥 선생님도
다른 일이 생겨서
차라리 안 만났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내일은 학교 가봐야 되서
모레 저녁 먹자
어디서 저녁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혼잣말이 툭 튀어나왔다.
"어쩔 수 없네.
그냥 밥 한 끼 먹지 뭐."
한숨이 나왔다.

선생님이 사주고 싶은 걸로 사주세요
주말에 집에 안가고
기숙사에 있어요
몇 시에 만날까요?

재돌샘에게 밥 사달라고 말 꺼내는 것이
망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재돌샘의 본가가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기숙사 쪽으로 갈게
시간은 그 날 보고 다시 연락해줄게

'오... 기숙사로 직접 재돌샘이 날 데리러 온다구?
멋지다.
재돌샘은 차가 있구나.'

약간
의외였다.

_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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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차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니.. 여자의 촉이란 ^^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친과.. 대입과 싸우는 고딩 남친의 만남이 순탄하리라고는 생각 안하고 있었지만.. 참 어린 나이에 힘들었겠네요~~

네ㅠㅠ그랬답니다 흑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결혼했다니...
글만 봐도 달달함이 뚝뚝 떨어지네요!

넵 자주 보러오셔요~~^^

킴쑤님이 겪었던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싸이로 상대의 마음 상태를
미루어 짐작하던 시절이 있었죠!!ㅎㅎ
아련해요...
재돌샘이 엄청 맛난거 사주면 좋겠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그렇게 그 때는 그렇게나 큰 일이었는지....모르겠어요ㅎㅎ
늘 감사합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3월을 시작하시는군요! 퐈이팅입니다~

네...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거죠.. 봄비도 내렸고...맘껏 설레봅니다..킴쑤님 덕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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