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2)

in #kr7 years ago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수시를 넣고나서
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그 애한테
고백을 받았다.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2)

사실
나는
그 애가 고백하기
몇 일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얘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티를 냈었다.
뜬금없이
공부하는데
힘내라며
간식도 챙겨주질 않나,
아무도 관심 없는
내 다이어리에 와서
댓글을 달질 않나.

방명록에
그 애가
내일
야자 끝나고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물었다.
내 촉이 정확하다고
확신했다.

나만 하는
짝사랑은
그만하고 싶은 참이었다.
여자 친구가 있는
재돌샘,
과학선생님
둘 다
잊어가는 중이었다.


좋아한다는
그 애가
신기하고

귀여웠다.
그래서
사귀게
되었다.

내 생각이지만
기숙사 학교의
단점 중 하나는
이성 교제를
하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이다.

내 방
룸메들은
모두 남자 친구가 있었다.

타지에서 온 아이들이 모여
매일 매일
만나고
너도 나도 공부하느라 힘든
이 좁은 학교에서
서로 토닥이면
눈이 맞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어느 학교가 그러하듯
이성 교제는 허락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학생회장이었다.
그래서
비밀 연애를 해야했다.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숨겨야 했다.
소문이 나면
선생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룸메에게 말고는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기숙사 학교라
내가 말 안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만큼은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일과 중에는
전혀 만날 수가 없었고
급식소, 복도에서 지나다니면서
인사할 때가
얼굴 볼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학교에서
연애 중인
친구들이
데이트를 하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연애란 걸 시작하면서
우리 학교에
그런 시간이 있는지
그런 공간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야자를 마치고
점오하기 전까지
각자 기숙사에
정해진 구역을 청소하고
배고픈 학생들은
매점에도 다녀오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바로 그 때
매점을 나간다고,
운동을 하러간다고
나갔던 친구들이
사실
데이트를 하러 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어둠이 내려 앉은
학교는
넓은 운동장과
중학교 건물 쪽으로는
보이지도 않게 어두웠다.
그 컴컴한 곳에는
벤치마다
남녀가
쌍쌍이
앉아
데이트 중이었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하게 된 격이다.

야자를 끝낸 후
데이트를 시작한
나에게
먼저 데이트를 해 본
룸메들은
귀띔을 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이성 교제를
어떻게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시간대에
불시로
사감선생님들이
그 컴컴하고
음침하고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손전등을
비추고 다닌다고
알려주었다.

사감선생님들이
손전등을 비추고
다닌다 해서
이성 교제는
줄지 않았다.
어떻게해서든
만날 시간은
만들어졌고
밤은
어두웠다.

그 곳에서
나의
첫키스란 것도
해봤다.

그 애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보다 한두 살 많은 오빠 같았다.
그리고
나를
'애기'라고 불렀었다.

또한
그 애는
나를 위해
번번이
선물을
준비했었다.
막대과자데이에는
막대과자데이라고 선물을 준비하고
100일에는 100일 됐다고
커플링을 선물 받았고
크리스마스 전에
미리 목도리를 선물 받았다.
빨간색 2m짜리 목도리.

그 애가
날 좋다하고
하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선물 공세를 받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재돌샘과
과학선생님에게
내가 날이면
날마다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던
나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애가
날 많이 좋아해준다고
느꼈다.
누군가
날 좋아해준다는
느낌은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가끔
주말에는
원래 사감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고
일반 선생님께서
사감선생님을 대신 할 때가 있었다.
그 날 야자를 마치고
어둡고
구석 진곳에
앉아 이야기 중이었는데
이상하게
커플 하나가 멈춰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뒤돌아서서 앉아있었는데
그냥 지나가지 않고
30초 정도 서 있었다.
그러더니
후다닥
뛰어갔다.

속으로 쟤네는 뭔가 했는데
왠지 기분이 쎄해서
일어섰더니
손전등을 들고 있는 영어선생님이
보였다.

'망했다.'

그 애는
작게
"그냥 먼저 뛰어 가."
라고 말했다.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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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_^

사랑을 받는 느낌 참 좋죠..
킴쑤님은 그러기에 충분한 분이고요
누구와의 사랑이건 응원합니다
(에라 모르겄다!!ㅎ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돌님도 아마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겁니다 킼킼

언제나 늘 재밌개 보고 있어. 언제나 응원하고
@홍보해

@kimssu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이제 봄날씨네요.
^^가볍게 스트레칭해봅니다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감기 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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