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구멍을 여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습관의 힘(#71)

in #kr6 years ago

빗방울 대문.jpg

이른 아침부터 비가 온다. 잠에서 깨자마자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20여 일 전에 포스팅 했던 ‘우주적 오르가슴’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번에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번에 워낙 좋은 경험을 했기에 기대를 하게 된다. 오늘도 지난번처럼 비옷을 걸치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섰다.

근데 느낌이 다르다. 지난번에는 1키로 미터쯤 뛰었을 때 코언저리에 땀이 맺혔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가을이 더 깊어져서인가. 조금 더 뛰면 땀이 날까.

달리면서도 계속 땀구멍이 열리는 지 아닌지에 대해 마음을 쓴다. 땀구멍이 온몸 고루 열려야 희열감도 느낄 수 있으니까. 마치 내가 약물 중독자라도 된 거 마냥 오직 그 한 생각이다.

반환점을 돌아도 별 느낌이 없다. 계절의 변화가 큰 요인인가. 아니면 몸이 같은 조건에서는 반복해서 반응을 하지 않는 건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계속 뛰지만 땀구멍이 생각만큼 많이 열리지 않는다.

달리기를 마칠 무렵에서야 코언저리에 땀이 난다. 보통 때는 집 가까이쯤에서는 뛰는 걸 멈추고 가볍게 걸었는데 오늘은 집까지 달렸다. 조금이나마 땀구멍을 더 열고 싶어서. 그나마 조금 더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우주적 오르가슴’에 대한 느낌은 물 건너갔다.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싫다. 오늘도 그 나름 생각이 확장된 게 있으니까.

오늘 달리기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제목 그대로다. 몸 구멍을 여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땀구멍만이 아니라 몸 구멍 전체가 다 그러하다.

그러니까 땀구멍을 고루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여는 입, 숨구멍, 똥오줌 구멍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몸 구멍을 강제로 여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입맛이 없는 데 억지로 밥을 먹는다면 밥맛이 좋을 리 없다. 똥이 안 나오는 데 무리하게 힘을 주는 것도 고통이다. 변비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다. 말하기 싫은 데 억지로 말을 시키는 것도, 노래할 기분이 아닌데 억지로 하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건강할 때 몸 구멍을 여는 걸 말한다. 즉 몸이 원해서, 또는 몸과 마음을 위해서 몸 구멍을 열어줄 때다.

배가 고프고 심지어 입에서 침이 고일 때 입을 열어 음식을 먹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입과 마찬가지로 똥오줌 구멍을 열어 똥오줌을 버리는 것 역시 기분이 좋다. 몸 안에 쓸모없는 걸 버리는 건 마치 집을 청소하고 난 뒤의 개운함에 가깝다.

우리가 무심코 들이쉬고 내쉬는 숨 역시 마찬가지. 보통 때는 숨구멍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심호흡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기분을 좋게 하는 지 깨닫게 된다. 또한 나쁜 공기나 안 좋은 환경에서는 숨을 잠시나마 참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이 많은 몸 구멍 가운데 쉼 없이 열고 닫는 건 숨구멍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가슴 가득 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릴 거 같다. 우주를 들이쉬고 내쉬는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다 이루기는 어렵겠다. 조금씩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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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구멍이 막히면 안좋은 현상이죠. 귀막히고 코막히고....
땀구멍이 막혀도 안되고...
자연에서 몸구멍을 다 열 수 있는 것은 좋운 현상 같아요.

귀막히고 코막히는 세상이
어서 사라져야겠어요

열려라 참깨 ^^
들고 나는 구멍만 잘 관리해도 참으로 행복하겠구나 싶습니다 ㅎㅎ
가끔 숨을 들고 나는 것 관참하고 있으면 배시시 기분 좋아지곤 합니다. ^^

명상가나 선승들이 많이 하지요 ㅎ

무슨 일이든 자연스러움 만큼 좋은 건 없습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자연스러움을 부추길 필요는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자연스러움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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