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대신 페인트를

in #kr6 years ago

페인트 칠.jpg
틈틈이 집수리를 한다. 보름 전쯤 벽과 바닥 미장을 끝낸 뒤, 이제 안방 벽을 마감할 차례다.

이번 마감은 벽지 대신에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이제는 재료들이 발달해서 선택이 많다. 벽지를 그대로 해도 되고, 천연 페인트를 칠해도 된다. 심지어 더 이상 손댈 필요 없는 마감재(이를 테면 루바)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집은 또 거기에 맞추어 재료가 잘 나오는 편이다.

우리는 그동안 벽지를 해왔는데 이번에 바꾸기로 했다. 벽지는 분위기가 좋지만 솔직히 번거롭다. 자주 바꾸어주어야 하고, 새로 할 때마다 기존에 것들을 다 뜯어내야 한다.

여기 견주어 페인트는 쉽다. 새로 바로는 것 역시 기존 위에다 그대로 발라도 된다.

새로 벽을 미장한 곳에 붓을 대어본다. 황토벽에 연노란 페인트.

넓은 면은 롤러로 칠을 하고, 좁은 곳은 작은 붓으로 칠을 한다. 근데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동심의 세계랄까. 하얀 도화지 위에 아무 것이나 슥슥 그려볼 때 드는 두근거림. 언어보다 훨씬 먼저 생겨난 그림. 그래서인지 사람은 누구나 붓을 들면 가슴이 뛴다. 비록 자신이 없어 주저앉기는 하지만 말이다.

잠시나마 붓으로 슥슥 칠을 한다. 일이 아닌 그림으로. 예술가가 된 거 마냥. 그림을 조금 그릴 줄 안다면 근사하게 추상화라도 그릴 텐데 아쉽다. 날마다 여러 번 보게 될 벽면이라 아무렇게나 그릴 수는 없으리라.

동심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와, 칠을 마친다. 잠시나마 일과 예술의 경계를 거닐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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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매번 벽지로 하느니 붓질도 멋져보입니다.
은근 성취감 느껴질듯 합니다.

나름 자세는 멋지긴 하지만
솜씨는 서툴러서^^

남편과 집 벽에 페인트를 칠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무척 즐겁게 슥슥 칠했었는데..ㅎㅎ
광화님 벽이 멋지게 완성됐을 것 같아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네요.
서툴지만 손수 해보는 맛 ㅎ

어릴적에 집에 페인트 칠하던 기억이 나네요. 아파트 생활을 하니 페인트칠할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어릴 적 행복한 기억이네요

감정이입해서 뭘 그리나 생각해보다가...
벽은 무지가 또 보기 편할거 같다고 생각해봤어요^)ㅎ
고생하셨어요 ^^

감정이입 ㅎ
별같은 동심의 세계

집이 아름다운 자유를 허용하는군요. 부럽습니다 :)

집이 작으니 이리 주물 저리 주물해봅니다. ㅎ

커다란 벽에 어떤 그림을 그리셨을지 궁금하네요
풍경화를 그렸을까요? 아니면 어릴적 친구? 그것도 아니라면 상상속의 동물들? ^^

하트 마크 뽕뽕 ㅋ

잘 보았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잠시나마 일과 예술의 경계를 거닐어 보았다."는 표현이 편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일손을 드셨네요. 노란색 페인트면 신혼집 분위기??

일에 치여살아요.
노혼집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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