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은 무한하다-습관의 힘(24#)
날마다 글쓰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지난번에는 메모 습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메모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그 한 가지 방법입니다.
‘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도 진심으로.
글감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 이야기만 하려다 보니 그렇습니다. 사실 자기 이야기를 계속 쓴다는 것은 아무리 전문 작가라도 어렵습니다. 아니, 전문 작가일수록 남 이야기를 즐겨 씁니다.
그렇습니다. 글쓰기에서 마르지 않는 샘은 바로 이웃 이야기입니다. 이웃이란 꼭 가까운 사람만이 아닙니다. 수십 억 인류가 다 해당합니다. 다만 어떻게 귀를 기울이느냐?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스팀잇에서 저와 맞팔하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먼저 끌어오겠습니다.
먼저, @ddllddll님이 쓰신 글입니다. 시어머님한테 들은,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며느리 처지에서 시댁은 ‘시월드’라고 해서 시어머니와 거의 남남 수준으로 지내곤 합니다. 그런데 @ddllddll님은 기꺼이 귀를 열고, 어머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 글을 조금 인용해보겠습니다.
**‘(시)어머님도 그러셨대요
학교도 안 보내주고, 공부는 아들만 시키고...딸들은 농사만 지으라고 하고요...(하....ㅠㅠ)
심지어 7살 즈음, 마당에서 놀던 중 다리를 다쳐 너무 아파하고 있었는데
그 부모님은 아이를 그대로 두고
죽든 말든 내버려두라
며 방치했다고 해요.(ㅠㅠㅠ)
이 이야기를 어머님께 전해 듣고 정말 너무나 충격이었던 기억이 나요.
가까스로 살아 난 그 어린 아이는 알고 보니 다리가 골절됐던 거였고,
제대로 뼈를 맞추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려 오른쪽 다리를 평생 굽힐 수 없게 되었으며,
아픈 다리를 지탱해야 했던 온 몸의 뼈와 근육들이 망가져 거동이 불편해졌답니다.
어머니는 아침에 밭에 나가 종일 밥도 먹지 않고 일만 하셨대요..
다리가 아파 밥을 먹으러 집까지 다녀오기가 힘든데...아무도 밥을 갖다주지 않아서요
그 자리에 앉아 엉덩이로 땅을 쓸고 다니며 일만 하신 거예요..
지나다니며 그 모습을 보신 동네 분들이 먹을거리를 조금씩 챙겨주셨다고 하네요
감사한 분들...
......
몸이 아파 매일이 너무 힘들다고 하시는 어머님께...어떤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더불어 @ddllddll님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남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게 무엇인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보기라 하겠습니다.
되도록 대화체를 살리는 게 좋습니다
다음은 @rideteam이 여섯 살난 딸 아리랑 나눈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 돋보이는 건 대화체를 그대로 살려 쓴 것입니다. 대화체는 독자를 현장으로 끌고 가는, 생생한 힘이 있습니다. 이렇게 쓰자면 한결 상대방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 가능합니다.
“아리는 유치원에 남자 친구 있어?” / 응 있어
“ 누군데?” / 지율이
“ 좋아해?” / 응 좋아해
“ 그럼 지율이도 아리 좋아해?” / 응~ 지율이랑 결혼할 거야!
“ 그럼 결혼하자고 말했어?” / 아니~ 여덟 살에 말할 거야.
이렇게 대화체를 읽다보면 읽는 이도 바로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자신도 막 끼어들고 싶을 정도로.
되도록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이왕 습관을 들이는 거 확실하게 해봅시다. 대화체를 쓸 경우 되도록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내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참는 게 좋습니다. 상대방 말로 대화를 끝내는 게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대화에서는. 아이를 빛내어 어른 스스로는 은근히 빛나게. 어른이 조언을 한다거나 마지막에 끼어들면 자신이 오히려 초라해집니다. 아리가 2년 이란 시간을 갖는 게 얼마나 놀라운가요? 그 사이 좀 더 사귀면서 더 많이 안 다음 결정하겠다는 성숙한 모습으로 보면 좋잖아요?
다음은 제가 가끔 만나는 순이 할머니가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저는 곁에서 맞장구만 치고 듣고만 있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따와서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 뒤에 간단히 설명을 달았습니다. 저는 한 편의 살아있는 시라고 봅니다.
데운 독(돌)
- 순이 할매가 들려준 옛날이야기
**그 때가 아마 나가 여덟 살이나 되야쓰까? 오지게 추운 날이었제. 우리 언니랑 맨손으로 땔나무를 하러 가는 길인디, 언니가 데운 독 두 개를 챙겨주드란게.
그 놈 독을 양쪽 조마니에 넣고, 언니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는 거여. 겨울 강가에는 땔나무가 많았제. 여름 홍수 때 나무가 솔찬히 떠내려 왔거든.
우리 언니는 참말로 일도 잘혀. 차곡차곡 나뭇단을 두 다발로 묵은 거여. 솔찬허니 무거운 건 언니 거고, 째깐허고 가벼운 건 내 거시였제.
인자 언니가 나뭇단을 내 머리에 얹어주면서 오른손으로는 나뭇단을 꽉 붙들고, 왼손은 조마니 속에 넣어라 글드라고.
그래갖고 한참을 가는디, 언니가 내한테
“순이야, 인자 손 바꿔!”
언니 말대로 왼손으로 나뭇단 붙들고, 곱았던 오른손을 조마니에 넣었제. 아 그랬더니 데운 독이 울매나 따사하던지. 조마니 속 독이 꼭 우리 언니 맴이더란게.**
- 독 : 돌 . 조마니 : 주머니, 솔찬히 : 많이, 맴 : 마음
귀나 눈만 열려있다면, 글감은 차고 넘칩니다.
근사해요. 제가 좋아하는 뜰님도 나오고, 마음이 이쁜 사람 ㅎㅎ 남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글감은 무한해질수밖에 없겠네요!!!
에빵님이야 에너지가 넘치니까
글감이 두 배지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kimkwanghwa 님 같은 분들에게 공짜로 얻어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혼자서 다 경험할 수 없는 세계들을 스티밋의 공간을 통해 간접경험하니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포스팅 쭉 읽어내려가다 갑자기 제 내용이 나와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
포스팅을 통해 알려주신 마주이야기 책은 아침에 주문해서 도착할 예정이라는데 아직이네요.. 자녀 양육에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편안한 밤 되세요~
P.S 드릴건 없고 있는 힘껏 풀봇으로~~~^^
고맙습니다.
스팀잇은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가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서로 배우고 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광화님 덕에 좋은 글 작가님들 또 알게 되었네요.
좋은 글 보고 좋아할 줄만 알았지, 마음을 나누는 글 쓰기가 참 어렵네요~ ^^;
반갑습니다.
마음 나누기, 쉽고도 어렵습니다.
마음 열기가 먼저니까요^^
이렇게 마음 열어주시고
또 나누어 주시어 고맙습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고마워요. 짱짱맨^^
와우 멋집니다.
이런 글을 어떻게 리스팀 안할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비밀을 다 폭로하셔도 되나요 ^^
와우, 고맙습니다.
비밀은 나눌수록 보물이 된다 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자주 소통하면 좋겠네요.
ddllddll님 글 읽어 봤었네요. 재밌고 감동적으로 글 잘쓰시는 분이죠.
고맙습니다. 자주 뵈어요^^
근사합니다. 저도 그런 스티머가 되고 싶어요^^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 참 많은 곳입니다^^
잘 듣는게 잘 쓰는 비결이로군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보는 것보다 말 듣는 게 조금 더 일상이잖아요^^
좋은글이네요. 귀나 눈만 열려 있으면 글감은 차고 넘치다니 공감합니다!
저도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는데 팔로우 해놓고 종종 배우러 오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종종 뵈어요
아...광화님께서 제 글을 이렇게 멋지게 소개해 주셨었네요!!
이 글을 왜 못 봤는지...ㅠㅠ
요 며칠 보팅파워 회복한다고 간신히 글 하나 올려놓고 댓글 확인도 자세히 못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이웃분들이 멘션해주시면 알림해주는 어플도 있다는데...
아직 사용 전이기도 해서요..ㅠㅠ
감사해요 광화님...
앞으로 더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_^
동에 번쩍 서에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