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마주 이야기’(글쓰기 #30)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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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란 대화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이 마주 이야기를 아이들 교육에 되살려 낸 분이 박문희 선생님이지요. 박 선생님은 유치원을 오래도록 경영해왔습니다. 아직 글자에 익숙하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교육이 시작된다 합니다.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고.

사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내뱉은 뜻밖의 말. 빛나는 말. 어른을 깨우치는 말. 지식으로만 본다면 어른보다 못하지만 영혼은 더 맑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기를 하나 들어볼 게요. 다음은 일곱 살 김민석군이 엄마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토해내듯 한 이야기를 엄마가 용기를 내어 기록을 하고, 세상과 나누었습니다.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엄마 : 너 그렇게 엄마 말 안 들으면 엄마 오래 못 살아.
민석 : 그럼 엄마, 내가 엄마 말 잘 들으면, 엄마 오래 살아?
엄마 : 그러엄.
민석 :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엄마 말 잘 들으려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데,
공부 하라면 공부해야 되고,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고,
하지 말라면 안 해야 되는데,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제156호(2009년 1월) 중에서

이렇게 박문희 선생님은 아이들과 나눈 마주 이야기와 그 해설을 잘 살려, 여러 권의 책을 지었습니다. 젊은 부모들에게 적지 않는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어린이집 원장을 넘어, 모든 어린이들의 성모와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박선생님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아이들 눈빛 그대로입니다. 말씀도 꼭 아이들처럼 하시지요. 나이로 치면 한참 할머니지만 너무나 밝고 맑습니다.

저희 부부 역시 아이들 키우면서 선생님한테 적지 않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지은 『아이들은 자연이다』 책 역시 그 결과물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딱 한 부분만 인용해보겠습니다. 작은 아이 상상이가 시골서 자라던 다섯 살 때입니다.

<똥밥>

“아빠, 내가 싼 똥을 왜 멍멍이가 좋아하며 먹지?”
“사람한테는 똥이지만 멍멍이한테는 밥이거든.”
“아, 그럼 ‘똥밥’이네.”

아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어른도 깨우치고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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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귀한 정보를 포스팅 해주시고 알려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책도 언능 주문하고 감사함은 풀봇으로!!!

글이 주인을 제대로 만났네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오오 이런책 좋아요 +ㅁ+
정말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신기한게 너무나 많지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보석같은아이들
우선 찜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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