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겜 시즌 8-5 리뷰 : 얼음과 불의 노래에 관해...
(강스포 있음. MAJOR SPOILERS)
드디어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단 1화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왕좌의 게임의 원작은 조지 마틴(George R R Martin)의 '얼음과 불의 노래'(A World of Ice and Fire)입니다. 줄여서 '얼불노'라고 많이 부르죠. '왕좌의 게임'은 얼불노 1권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왕좌의 게임이 시작하기 전엔 얼불노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하지만 왕겜을 보면 볼수록 얼불노가 궁금해져서 짧은 영어 실력입니다만 얼불노를 구해서 2권까지는 대충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불노 위키도 많이 살펴봤죠.
왕겜 시즌 2~3정도까지 본 시점에서 저는 얼불노의 '얼음'과 '불'을 존 스노우(Jon Snow)와 대너리스 타게리언(Daenerys Targaryen)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래'에 대해서는 반지의 제왕을 떠올렸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노래'는 창조주인 일루바타르(Illuvatar)가 세계를 창조한 도구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루바타르가 창조한 존재인 아이누르가 노래를 통해 세계를 창조한 것이죠.
따라서 저는 '얼음과 불의 노래'가 왕겜 세계관의 중심에서 밀려난 존 스노우와 대너리스가 자신의 추종자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8 5화를 보면서 얼음과 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왕겜 세계관에서 얼음은 죽음을, 불은 폭력을 상징합니다. 자신이 가진 불의 힘(wildfire)을 남용하려던 애어리스 타게리언(Aerys Targaryen)은 미친 왕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고 맙니다. 얼음 그 자체인 나이트킹(Night's King)은 모든 생명을 죽이는 존재로 설정됩니다.
하지만 웨스테로스에도 대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있었으니, 이들이 힘을 합쳐 미친왕을 몰아냈고, 나이트킹도 몰아냈습니다.
실패한 부르짖음이었지만, 그 외에도 대의를 외친 이들은 많았습니다. 조프리 버라씨언(Joffrey Baratheon)이 정당한 왕이 아니라며 들고 일어난 네드 스타크(Ned Stark). 네드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겠다고 일어난 롭 스타크(Robb Stark), 자신이 버라씨언 가문의 정당한 계승자라며 들고 일어난 스타니스(Stannis)와 렌리(Renly) 등등..
킹스랜딩의 백성을 방패로 삼은 서씨 라니스터(Cercei Lannister)도 어느정도는 대의명분에 호소한 감이 있습니다. 드래곤을 가진 외국인 침략자의 군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아무리 침략자라 하더라도 무고한 백성은 학살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분을 갖고 싸운 것이죠.
대너리스도 나름의 대의명분에 호소했다고 할 수 있지만 대니의 '명분'에 움직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3마리의 드래곤, 웨스테로스에선 볼 수 없었던 유목기병 군단인 도트라키, 스파르타처럼 강인한 훈련을 거친 무결병(Unsullied)의 압도적인 무력 때문에 붙은 사람이 대부분이지요.
미린에서 대니는 노예해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노예주들을 학살하고 미린을 차지합니다. 그렇다고 대니가 미린에서 평온한 통치를 했나요? 시즌 5, 6에서 대니는 미린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노예주들과 평화협정을 맺지만 배신당하고, 쳐들어온 주변 국가들의 군대를 물리치지만 완전히 학살하진 못합니다. 대니가 드래곤과 도트라키들을 대동해 '불'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뒤에서야 미린은 대니의 통치로 들어오게 됩니다.
웨스테로스에 들어온 대니는 나름 웨스테로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무리 대니가 왕권을 계승할 혈통을 가지고 있다 한들, 이미 20여년 전에 없어진 타게리언 왕조에 대해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이트킹을 방어해야 한다는 존 스노우의 주장에 이끌려 북부로 향하지만, 북부 사람들의 인심은 존이나 산사에게 향할 뿐 대니에게 향하지 않습니다. 리치의 군량을 수송하던 라니스터 군에게 불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지만 애초 대니 편에 섰던 북부와 베일을 제외한 지역에서 대니에 호응했다는 묘사는 작중에 나오지 않습니다.
킹스랜딩 공격을 앞두고 대니의 수관인 티리언(사진)은 대니에게 무고한 백성들은 살려달라고 부탁합니다. 킹스랜딩 내부에서 종을 울려 항복을 표하면 학살을 멈춰달라는 것이었죠. 대니는 이를 받아 들입니다만, 진심은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미린에서, 북부에서 대니는 힘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심지어는 힘을 보여줬다 하더라도 주변인들(바리스, 산사 등)은 틈만 나면 자신을 배신할 생각을 합니다. 드래곤은 무섭지만 대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모르는 어린 여자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킹스랜딩에 종을 울리고 티리언은 잠시 안심합니다. 이제는 전쟁이 진짜로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던 순간 대니는 용을 타고 레드킵으로 향합니다. 킹스랜딩에서 레드킵으로 가는 길마다 대니는 드래곤으로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아군이라 할 수 있는 북부, 베일군도 후퇴해야 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파괴를 일삼은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킹스랜딩의 군과 백성이 대너리스에게 진심으로 굴복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라니스터 군이 무기만 내려놓는게 아니라 대니에게 무릎을 꿇고, 킹스랜딩 백성들이 미린 백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발적으로 종을 울리고, 새로운 지배자를 맞이했더라도 이런 학살이 벌어졌을까?
물론 쓸데없는 가정입니다. 왕겜 설정상 북부와 남부는 언어만 공유할 뿐, 혈통과 문화가 서로 다릅니다. 마치 영국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처럼 말이죠. 북부의 군세, 도트라키, 무결병과 킹스랜드 주민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드래곤을 끌고온 20년 전 멸망한 왕조의 후계자에 대해 킹스랜드 주민들이 환영한다? 오히려 그렇게 연출했다면 비현실적이었을 겁니다.
다시 얼음과 불의 노래로 돌아와 봅니다. 왕겜의 중세적 세계관에서 대의명분이니, 명예니, 약속이니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명예와 대의를 외쳤던 많은 캐릭터들이 지난 시즌 동안 전쟁과 배신 속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왕겜의 세계관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죽음(얼음)과 폭력(불) 뿐입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죽음만 남을 뿐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왕겜 시즌 8-5화가 보여준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사진 출처 : 왕겜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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