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일기] 류마티스. 21살때부터 알게된 병과 함께

in #kr6 years ago

'헉 -!!'
2014년, 날이 따뜻하기 전 3월 어느밤.
대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서 밤마다 가슴쪽 통증이 막히면서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잦아졌다. 숨이 정말 정말 막혔었다. 처음에는 내가 악몽을 꿨나 생각했는데 명치부터 온몸의 뼈가 움직일때마다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해 초 겨울에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것은 강직성척추염. 자가면역질환의 류마티스병이었다. 순간 내가 어렸을적, 아버지가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면서 계단을 걸을때마다 얼굴을 인상쓰시면서 걸어가시는 때가 기억났다.

퇴행성관절염과 다르게 내가 진단받은 '류마티스'라는 병은 선천적인 병이자, 불치병이었다.

뼈가 차차 굳어가는 이 병은, '강직'이라는 일정한 발병시기때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골반쪽 뼈에서만 아프다가 이번에는 새끼손가락에 강직증세를 처음 느껴보았다. 그동안 발병시기가 와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찌어찌하다보면 가능하다가 갑자기 손에 발병이 오니 두려워졌다.

나는 손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쓸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한 즐거운것을 배울수도 있고 많은 것을 할수가 있다. 손이 아픈것은 너무 싫다.
휴식의 상태에서 병을 앓으면 그나마 병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나는 일을 하는 중이기에 아프면 안되는 상태였다. 아침부터 강직이라는 증세는, 내가 온전히 잠에서 일어나는데 커다란 방해요소이다. 낮과 저녁이 되면 아픈부위는 심하게 아프지만, 그럭저럭 생활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강직증세는 시작된다.

오랜만에 진통제와 항류마티스제 약을 먹었다. 약은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다. 다행이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보험으로 인해, 약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만 약을 계속적으로 먹으면 커다란 부작용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소화불량과 급격한 공황발작증세가 나타날때도 가끔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것은 구토인데 그래도 요새는 구토가 덜 무서워져서 용기내어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약을 먹으면 어느정도 강직이 사라진다.


강직의 증세는 1~2주일정도 지속된다. 그 주기는 한두달씩 찾아올때도 있고 어쩔때는 반년후에 찾아올때도 있다. 강직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평화로워진다. 병에 대한 우려는 잠시 사라지고 일상에 집중하게 된다.

-억울함이 생겼다.
어떤것으로 앓기 시작하면 오기가 생긴다. '너는 태생적으로 이런 병을 앓고 있어서 -'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청개구리처럼 더 격하게 움직일때도 많다. 나는 나한테 무리가 되는 계획을 요새 세우고 있다. (아마 이것은 몇개월뒤에 실현되겠지만--!)
'너가 할 수 있을까? 그 몸으로? 너무 무리아냐?'
사실 '무리'라는 기준은 나의 기준이 아닐것이다. 주변에서 말리는 친구들도 있지만, 어쩔때는 그러한 걱정이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 몸이 어때서? 강직이 없을때는 나는 정말 괜찮고. 강직이 있을때도 나는 괜찮아. 아프면 뭐가 어때서!! 하지만 몸이 약해지면, 다시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이런 아픔으로 오락가락 하는 내가 싫어질때도 있다.

-'아픔'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아픔'을 둘러싼 편견과, 사람들의 상처와 공격등에 대해서 많이 관찰하게 되고, 추측하게 되었다. 왜 저런 말을 하는걸까? 나는 왜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이런저런 깊은 생각을 하게되면 그 아픔에 대해서, 내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서 조금씩 멀리서 생각하게 된다. 사실 아픔은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에서 제대로 느껴지는것 같다. 이런 병을 가지고 있는 나. 나의 심정. 그 병으로 인해서 내가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들. 사랑들. 우리는 그것에 더 집중하여, 그 마음을 '고통'이라 느끼는것이 아닐까?

-건강한 습관을 기를려고 노력중이다.
몸안의 염증수치가 높아지면 강직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술을 못마시는 이유중의 하나가, 나는 술한잔에 그다음날 몸을 움직이지 못할정도이다. 탄산음료로 대체해도 아픈경우가 있긴한데.. 하여튼 군것질을 이전보다는 덜하게 되었다. 물론 먹스팀에서 올라오는 사진들은 매우 즐거운 식사시간이지만, 그래도 너무 단거나 짠것을 먹었으면 그 다음에는 덜짜고 건강한 것을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한대 맞고, 정신차려서 다시 내 몸을 달래주는것)

-언젠간 내가 더 악화가 될 것임을 받아들인다. 꼭 나아져야 할 필요가 없다. 꼭 항상 좋을 필요는 없다.
평생을 꼭 건강하게 살 필요가 없다.
나의 건강은 전체적으론 상승곡선, 혹은 평행선, 하양선 일수도 있으나, 미시적으로는 롤러코스터 같으니까.
내 병은 완치가 되기란 어려운 병이다. 그래. 불치병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이 병과 함께할 시간이 너무 많기에, 단기간에 회복하려고 진을 뺄 필요가 없다. 나아질 필요가 없다. 그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나의 상태에 적응을 하는것. 내 몸을 신경쓰는 시간과, 신경을 덜 쓰고 다른곳에 신경을 쓰는 시간. 적절히 사용을 하는것.


감사함을 느낀다.
지지난주부터 1주일정도 정말 심하게 강직으로 고생했다가 요새는 다시 회복세이다.
사소한 나의 움직임에도 통증이 덜 느껴지고, 움직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게 너무 감사하다.
이상하게, 발병시기는 1년에 2번꼴로 1-2,3주정도에 불과한데도. 이 발병시기를 지내고 난 뒤의 나날들은 그렇게 감사할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서서 스트레칭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매일 그림을 한장씩 그려보기도 한다.
아픔이 가셨으니 다시 운동을 시작해봐야겠다.
물론 강직후의 감기에 제대로 걸렸지만, 이까짓 감기쯤이야!
사실 감기는 즐겁게 놀다가 걸린 것이니, 열심히 놀고 걸린 영광의 감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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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많이 건강한 시기라 다행인것 같아요 ㅎㅎ

항상 건강한 나날들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아픔이 여러부위에 침범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잠자고 있기를, 더 나아가 완전히 사라져서 완쾌되시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는 말씀 감사합니다. 마음만큼은 항상 완쾌였으면 좋겠어요.

그림 열심히 그려요.

열심히가 참 어렵숩니다 ㅠ3ㅠ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림은 놓고 싶지가 않네요.

Hello @kimhama94, thank you for sharing this creative work! We just stopped by to say that you've been upvoted by the @creativecrypto magazine. The Creative Crypto is all about art on the blockchain and learning from creatives like you. Looking forward to crossing paths again soon. Steem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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