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취에 취하다 - 장터이야기 김은례할머니편

in #kr7 years ago

첫번째 장터에서 해장국을 한 대접 해치운 정인형부가

" 담달에는 우리 봄나물 어떠냐? 한창 봄나물이 나올텐데 다들 봄나물 갖고 나와서 팔면 좋겠다."

라는 말씀에 두 번째 장터의 주제는 봄나물 이었다.

농부님들 농번기에 바빠 제대로 나오실것 같지도 않았는데

봄나물이라는 말씀에 그냥 "좋죠" 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했다.

장터에는 국밥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나물밥에 양념간장 쓱쓱 비벼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나물밥을 해야 겠다고

장터 예고장을 띄웠다.

나물 밥이라는 말에 매연언니가 더 좋아 했다.

현주야. 취나물 밥이야. 우리 봄취에 실컷 취해보자.

마일리에 정말 대단한 취밭이 있으니 그곳게 가서 할머니 취를 사서 밥을 하고 취나물을 팔아 드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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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로 가봤다.

정말 취가 지천이다.

가파른 산 하나가득 취였다. 마당아래까지 취나물. 사방 둘러 보아도 취가 가득했다.

고랑이 없어 제대로 앉지도 못할 것 같은데 이 가파른 땅에 어떻게 취나물을 심었는지 놀랍기만 했다.

한잎 뜯어 향을 맡아 보니

정말 취향이 가득하다.

산에서 한뿌리 한뿌리 옮겨 심어 취 들판이 되었다는데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가꾼 밭인가?

일단 2관을(쌀 20키로나 되는 쌀을 다 밥을 했으니 취 5관도 더쓴 듯) 사서 밥하는데 쓴다고 가져오고 나머지는 꺾어 놓으시는 대로 장터에서 팔아 드릴거라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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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밥.

취를 삶아 찬물에 우려 건져 놨다.

송송 썰어서 최철순여사의 들기름과 홍삼순 여사의 조선간장을 넣어 약간 숨슴하게 무친다.

그리고 밭솥안에 쌀을 담고 물을 맞춘다. 그 위에 무쳐놓은 취나물을 얹어 취사 버튼 누르면 끝

밥을 앉힐때 밥알이 안보여야 나물밥이라고 조언을 들었건만 (우리나라 최고의 요리 연구가 박종숙 선생님 조언)

나름 밥에 일가견이 있다는 여자 삼총사

(울엄마 최철순, 영양사 박용숙, 그리고 달언니)

께서 하시는 대로 놔 두었더니 이렇게 멋진 밥이 나왔다.

그리고 황하순 여사의 맛있는 양념장

그리고 김치 좋아 위금순 언니의 배추김치

취나물 밥 한 그릇 2000원

장터 봉사자들,

장꾼들.

그리고 손님들이 한 그릇씩 비벼 잡수신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오래 건강하게 살아 주셔서 고마우니까 무료.

취나물밥

남들은 2000원 씩 받아 뭐 남겠냐고 하지만 그냥 좋다.

남는 돈 하나도 없어도 좋다.

하지만 그 날 장터에 나온 취나물 다 팔렸기 때문에 제대로 취나물 밥 장사를 한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김태현 컨설턴트가 말씀하신 비지니스형 팜파티. 장터에서 꼭 하고 싶었던 팜파티다).

취나물밥 잡수시던 손님들이

도대체 이 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길래

"취나물을 삶아...... 이렇게 저렇게...... 비벼 잡수시면 된다"

라고 했을 뿐이다.

다들 집에서 맛있게 만들어 잡수셨을까?

장터를 마치고 며칠 있다가

마일리 취밭에 다시 올라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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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례 할머니.

20살에 30살 할아버지를 만나서 현재는 78세

62세에 혼자 되셔서 여지껏 마일리 꼭대기에서 취나물을 키우시면서 산다.

커피 한 잔 타오신다고 들어가시길래 개복숭아청이나 한잔 달라 하니 얼른 가지고 나오신다.

"할머니 취나물 많이 팔아서 좋죠? 장터에 나오세요."

"아니. 뭐. 내가 뭘 나가. 난 팔거 없어. "

팔거 없다던 할머니 곶감 이야기를 슬쩍 꺼내신다.

"작년 그러께 감이 무척 열렸어.

다 까서 처마밑에 주렁주렁 걸어 놨더니 몇 말은 거뜬이 되더라고.

그런데 등산객들이 사가지 않아

팔기 힘들었지..

.

.

.

다 나눠먹었었어. 회관도 가져가고..

한참 나눠먹었어. 없앨려고 고생했어."

감을 따서 일일이 껍질을 벗겨 처마밑에 곱게 말렸건만 팔곳이 없어 그냥 냐눠먹었다는 할머니 눈빛에서 큰 아쉬움이 보였다.

그래서 슬쩍 던져본다

"할머니 그러니까 장터 나와야지요"

나 늙어서 ,,, 추해서...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에이 안나가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

구부리고 일할때는 좀 나은데 펴지지가 않아.

서서 있는 것도 불편하신지 제대로 서있지 못하시고

의자에 앉음새도 넘 불편해 보였다.

그래도 이쁘니 사진한 장 찍자고 하니 못이기는 척 한장 찍으신다.

사실 찍지 않고 싶으셨는지도 모른다.

취나물 팔아 주니까 할 수 없이 한장 찍으신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진찍기 싫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그 눈빛에 마음이 쓰라려서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어서 싫었다.

옆에서 아무리 이쁘다고 칭찬을 해도 믿지 않는 기색이다

웃으라 해도 웃지 못하신다.

구부정한 허리를 보여주고 싶지 않으셔서 그랬을까?

장터에 정말 안나오신다고 우기시길래 할 수 없다 했는데

내려갈 준비를 하는 우리들에게 슬쩍 건내보시는 말씀

"나 개복숙아청이 너무 많아. 괜찮다면 장터에서 좀 팔아줄 수 있겠어?'

그 구부러진 허리로 개복숭아가 있는 산까지 올라가 개복숭아를 모으고

마당한 구석에 있는 수돗가에서 하루종일 닦고 다듬고

설탕에 몇달을 재워 두었다가

다시 걸러 예쁘게 담아 두었던 개 복숭아 청.

그 정성이 든 개복숭아청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가격에 팔아달란다.

이쁜 그릇에 담아 얼음 몇개 띄우고 허브잎 하나 띄우면

근사한 카페의 메뉴가 될 개복숭아청

우리 언니, 매연언니는 그러마. 꼭 그렇게 하마 하시고는 돌아 내려 온다.

그냥 커피 파는 옆에 두고 팔아 보지 뭐.

자기가 파는 요구르트도 있건만.

줄을 세워 파는 치즈 쌍쌍바도 있건만

할머니 말씀에 토 달지 않고

그러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안다.

매연언니가 치즈 재껴두고 복숭아청 파는 마담 언니로 변신할 거라는 것을

연민의 눈이 아닌

가치를 알아주는 사랑의 눈을 가진 매연언니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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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포스팅입니다. 성실함의 상징이시니.....꾸준히....그러시다보면 좋은결과가 있을거 같습니다.

음. 지난 번 말씀처럼 이런 글쓰기로 소농들의 유통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ㅎㅎ따뜻한 글입니다

김은레 할머니를 보시는 순간 ,
님에게도 따뜻함이 올라오실거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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