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이야기 ㅡ정화연편

in #kr7 years ago

장터이야기 -정화연편

춘숙언니는 가방을 3개나 들고 다닙니다.
(물론 파우치 1개 가방 2개 이지만요)
꼭 인상은 차도녀 처럼 생겼기에 명품 가죽가방을 들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의 가방은 천으로 만든 가방입니다.
그것도 매일 똑같은 가방 입니다.
뭐가 들어 있는지 한 번도 열어 본적은 없지만
어디에 갔다 내려 놓아도
춘숙언니 가방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입니다.

어제는 모임에 늦게 왔더라고요.
그래서 어디갔다 왔냐 물어보니
가방 꿰매러 다녀 왔다 하더라고요.


하도 써서 가방 안감에 구멍이 나서 AS 받으러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무 때나 가도 수리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하면서 웃습니다.

"봐라. 얼마나 이쁜 가방이냐? 내가 이걸 버릴 수 있니? 꿰매서 또 써야지"
하면서 내보입니다.
딱 보니 누구의 솜씨인지 알것 같습니다.

4.jpg

화장품을 담아 가지고 다니는 파우치도 보여줍니다.
창이 커다란 공방에 앉아 한땀 한땀 꿰매던 공방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3.jpg

"하늘나라에서 돋보기 만든 사람 만나면 칭찬해 주고 싶어"
라고 하면서 돋보기를 코에 걸고
바느질 몇 번 하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바느질 몇 번 하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
공방언니의 성품이 그대로 보여지는 파우치 입니다.

춘숙언니에게 물었습니다.
" 언니 왜 이렇게 모아 언니의 가방만 들고 다녀요?"
그랬더니 가방을 탁자에 올려 놓고 보여주십니다.

춘숙.jpg

가방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들고 다니셨는지 눈에 보입니다.
" 마치 내 옷 같아. 아니 꼭 나 같아. 몸에 착 달라 붙는게 마치 나와 한 몸 같아. 나랑 뗄 수가 없어. 편해."

그래요. 나도 생각해요. 그 공방 언니는 그런 것을 만들어 내지요.

1495020681227.jpeg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못하겠다 하면서도 늘 공방에 앉아 바느질을 하시는 언니. 정화연 언니입니다.

언니가 만들어 내는 것들을 보면
나의 역사 선생님이 말씀 하시던 백제유물에 대한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이 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아니하고 화려하되 사치하지 아니하고....

음....
아무 때나 공방에 가서 언니가 만들어 놓으신 것을 봅니다.
조각조각 남은 천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고 이리저리 맞추어 만들어 내는 것들.
때로는 큰 이불도 되고
때로는 쿠션도 되고
때로는 방석도 되고
또 작은 파우치도 되고
필통도 되고
'
남는 천 조각 하나도 하찮게 쓰레기통으로 버려지지 않고
귀한 대접 받으면 다시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더우기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으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는 게 맞고

가장 좋은 면을 가지고 누비는 이불들 역시
처음에는 비싸고 화려해 보이나
쓰고 또 쓰고,
빨고 또 빨아도
그 빛만 좀 빠진채로
여전히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마치 이불인지 나와 한 몸인지 잘 모를 정도로 편안한 이불,
세월이 흘러도 바느질이 터져 못쓰는 것이 아니고 천이 낡아 못쓰는 그런 이불이 만들어 내시니
화려하나 사치하지 아니하다는 게 맞고

뭐 그저 공방의 작품들인데 감히 백제 유물과 비교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냥 내 맘이지요. 내 느낌 이지요.

언니 장터에서 함께해요.
​라는 말에
추춤거리며 선뜻 대답하지는 않으셨지만
제일 먼저 나오셨습니다.
자리를 정돈하고
꽃으로 주변을 꾸며주시고
안보이는 곳까지 살펴주시는 언니

비록 많은 손님들이 아직 언니의 작품(저는 상품이 아니고 작품이라 여깁니다.)들을 알아봐 주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언니의 작품들은
우리 시장의 꽃입니다.

그냥 함께 장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ort: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

Congratulations @khy!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published your First Post
You made your First Vote
You got a First Vote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네요. 사람내음이 물씬 나는 장터일듯~

Loading...

Congratulations @khy!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환영합니다.

참 고마운 사람.

어디 장인가요? ㅎㅎ 한글 태그가 인상깊군요. 훈훈한 글입니다

아 . 고맙습니다. 경기도 가평 현리라는 곳에서 열리는 장입니다.

와우...읽으면서 언니분..저에겐 누나겠네요.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것이 글도 친근하고 따뜻하며 무척 좋은 글입니다. 좋은 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팔로잉 합니다.

화연언니가 이 댓글을 읽어 드리고 싶네요.
요즘 의기 소침해 지셨거든요.
언니의 삶과 작업을 좋아 한다는 이야기만 전해드려도 행복해 하실듯.

고맙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이네요.

가끔 맥주 한캔을 들고 언니에게 갑니다.
그냥 앉아서 있다가 나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녀의 공방은 늘 그렇게 행복을 선물하지요.
꼭 한 번 놀러오세요

환영합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아직 어떨떨 하지만 그래도 잘 보겠습니다.

가방에서 애정과 정성이 느껴지네요.
글도 정말 따뜻하네요.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
가방에서 애정과 정성을 느끼신다면
님의 일상도 애정과 정성을 느끼는 일만 하실듯.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3
JST 0.027
BTC 58309.71
ETH 2617.30
USDT 1.00
SBD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