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계의 역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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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T Column


개항기의 계모임.png

계(稧)의 정의: 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든전래의 협동 조직. 낙찰계, 상포계, 친목계 따위가 있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갑자기 왜 '계'를 이야기 하냐구요?
현재 스팀잇을 비롯한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들어나가는 커뮤니티에서나, 공유경제가 만들어나가는 사회적 현상은 우리나라의 '계'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았으며, 점점 더 그 모습이 비슷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가 화폐로 인해 분리되었다가, 다시금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블록체인 시대에 '계의 역사'를 보는 것은 아마도 '오래된 미래'와 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의 종류


계의 종류에 대해서 조금 볼까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계는 1938년의 조사에 따르면 명칭이 다른 것만 하여도 480종류나 있었다고 합니다. 기능으로 나눠보면 크게 6종류 정도로 나뉩니다.

① 생산·식리·공동구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집단:농계(農契)·보계(洑契)·식리계·구우계(購牛契)
② 동리의 공공비용의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집단:동계(洞契)·보안계(保安契)
③ 계원의 복리 및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하는 복지적 집단:혼상계(婚喪契)·혼구계(婚具契)
④ 조상의 제사 혹은 동제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집단:종계(宗契)·문중계·동제계
⑤ 계원 자제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적 집단:학계(學契)·서당계
⑥ 계원의 친목과 오락 등을 목적으로 하는 친목·오락 집단:시계(詩契)·문우계(文友契)·동갑계·유산계(遊山契)

각 계의 목적은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모두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고 있으며, 계원의 상호부조·친목·통합·공동이익 등을 목적으로 일정한 규약을 만들고, 그에 따라 운영됩니다.

계의 역사


계가 언제 생겼는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조선시대 이전의 자료는 드물어 삼국 이전에 성립하였다는 설, 신라시대 성립설, 고려시대 성립설, 조선시대 성립설 등 시대설정이 다양하게 주장되고 있고,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삼한시대에는 상호부조라는 목적 아래 생활양식을 나누었던 공동유희, 제례, 회음 등이 성행했다고 하며, 신라시대에는 여자들의 길쌈내기인 가배(嘉俳), 화랑들의 조직체인 향도(香徒) 등이 있었다지만, 현재 저희가 아는 '계'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처음으로 사교라는 뚜렷한 목적으로 조직된 것은 1165년(의종19) 유자량이 교계(交契 후에 敬老會)를 조직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이후 조선시대에서는 계가 다양한 분야로 엄청나게 발전하게 됩니다.

계는 계첩(契帖, 현재의 백서와 유사하죠. EOS의 헌법도 이에 해당할 겁니다.)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운영이 됩니다. 조선시대의 계첩은 서(序)·입의(立議)·좌목(座目)·발(跋)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서: 계를 설립한 유래·목적·역사·효과
입의: 준수해야 할 항목 - 감독 규정, 임원의 선출, 임원에의 예의 등
좌목: 계원의 명부
발: 계 성립의 전말 등을 기입

이외에도 계첩에는 재산의 흐름, 재산 목록, 소유 자산 등의 기록이 있는 것도 있으며, 계첩의 내용이 근대적인 회칙, 정관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암 대동계.png

조선시대 계첩을 보면 어떤 계에서나 계의 구성원들이 출자(出資)를 하게 됩니다. 출자는 현금과 현물(곡류) 및 노동력으로 출자하는 것, 이 세 가지 중 2∼3종이 합쳐진 것 등이 있었다고 하죠. 조선시대 계첩에서는 곡물이 제일 많았고 현금이 그 다음인데, 후기로 올수록 현금출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에서 채굴을 하는 행위는 노동력을 출자하는 행동에 가까우며, 마스터노드에게 위임(delegation)하거나 스팀에서 스팀파워로 파워업하는 행동 등은 현금/현물 출자에 해당될 겁니다.) 조선전기에는 갹출하는 방식이었으나 후기에는 토지 등의 기금의 형태로 증식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인 계의 재산은 계원이 공유하며, 유사·도가 등의 임원이 관리하고, 소유 혹은 소송은 계장의 명의로 하였습니다. 재산의 보관·관리에 대한 감시는 일반계원들이 하였을 뿐, 따로 감독기관을 두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따로 감독기관 없이 생태계 참여자들이 상호 신뢰 혹은 상호 감시하는 구조이지요.) 이러한 계의 재산을 대여하여 획득한 이윤, 혹 그것이 모자랄 때는 원금의 일부가 계가 목적하는 사업에 충당되었습니다.

민족항일기 시기에는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 침략과 구시대 협동체의 파괴를 목적으로 이들 계를 해산시키려는 노력이 있어 수많은 형태의 계가 사라지고 침체되었습니다. 개항초기에는 크림계, 비누계가 처녀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청년들은 닭잡아먹기, 돼지잡아먹기의 계계, 돈계를, 아이들은 떡계, 엿계를 만들기도 했구요.

광복 후에는 금융기관의 경색과 인플레이션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투기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계가 재빨리 부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6.25 전쟁 후에는 도시 중심으로하여 서민 금융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조 중 하나가 되었지요. ‘낙찰계(곗돈을 타서 고리이자로 돈을 불리고 추첨형식으로 곗돈을 타는 방식)’가 유행해서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이후에도 60년대 말에는 가발계, 70년대에는 쌍꺼풀계가 유행하는 등 계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계 조직은 해외에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테크크런치에서도 공유경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전통 상부상조 문화를 다뤘고, 논문들에서도 이 계와 같은 구조를 새로운 공유경제 구조에 녹이고자 하는 연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공유경제와 블록체인 시대를 맞이하여 '계'라는 조직은 재조명되어야만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계의 구조를 좀 더 알아보고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현재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있었던 문제들에 비추어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DS


참고 자료
표준국어대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의 두레문화
과거의 계모임, 현실의 다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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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에 계 참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면 이자가 어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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