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파트너스는 왜 BP 선거에 출마했을까: 리버스 ICO 발행 토큰의 네트워크 구조에 관하여
이 글은 '리버스 ICO/TGE(Token Generation Event)로 발행된 토큰들은 어떤식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회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무작정 ICO를 진행하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그중에는 서비스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융합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팀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팀들은 분명히 어떤 형식으로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될 것이므로, 리버스 ICO/TGE를 통해 발행된 토큰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어떤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2018.3.28. 추가 내용: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님께서 댓글로 다음의 내용을 전달해주셨습니다.
"저희 EOS BP 출마는 리버스 TGE/ICO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활동입니다. 앞으로도 각기 다른 두 활동이 서로 연관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따라서 체인파트너스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마음대로 쓴 소설 정도로 가볍게 봐 주시고, 다른 내용들에만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체인파트너스의 움직임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체인파트너스는 최근 EOS를 적극적으로 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직원들에게 선물로 Kyber를 지급한 반면 이번 설 선물로는 EOS를 지급하였고, 얼마전에는 블록 생성자(BP) 선거 출마를 선언하였습니다. EOS와 관련된 채용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지요. 저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최근의 표철민 대표님의 페이스북 포스팅(1, 2)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리버스 ICO/TGE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버스 ICO 토큰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형태
리버스 ICO/TGE를 통해 발행된 토큰들은 어떤 형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될까요? 아마 다음과 같은 세가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입니다.
-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든다
-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dApp 형태로 토큰을 발행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3번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1)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든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든다는 선택을 할 경우,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많은 노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네트워크 참여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초기에는 네트워크 전체를 서비스 운영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수도 있습니다. 분산화된 시스템의 경우 중앙화된 시스템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드는데, 스스로 전부 운영해야 한다면 굳이 분산 시스템을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네트워크가 경쟁사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고, 어쩌면 서비스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점인데요, 특히 채굴 경쟁이 심하지 않은 초기 PoW 네트워크일 경우 경쟁사에서 약간의 자본을 통해 51% 공격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경쟁 관계라도 굳이 자본을 들여 블록체인을 공격할까 싶기도 하지만, 포화된 시장에서 점유율이 엇비슷한 1, 2위 사업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친절히 오픈 네트워크를 열어준 상황이니 프로토콜에 따른 정상적인 네트워크의 동작 과정이므로 문제될 부분도 없겠지요.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든다면 PoS 또는 DPoS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소스 정신과 분산 경제의 이념에 입각해 자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PoS 또는 DPoS를 사용하는 것이죠. PoS와 DPoS 시스템에서는 네트워크에 대한 영향력이 보유한 토큰의 양에 비례하므로, 총 발행량의 51%를 서비스 운영사가 가지고 있을 경우 51% 공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운영사가 서비스를 망하게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보유한 토큰을 팔지 않을거라고 믿을 수 있구요. 물론 DPoS라면 사용자들이 경쟁사의 노드에 투표를 해서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굳이 서비스를 망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경쟁사가 사용자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투표를 요청하기 전까지는요. 물론 멀티코인 캐피탈의 DPoS 시스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스템의 성장을 바라는 사용자라면 "올바른" 노드에 투표를 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EOS처럼 플랫폼을 지향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해보면 토큰의 51% 이상을 보유하는건 경영권 보호를 위한 지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공개성을 지향하면서 등장한 퍼블릭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상황이 다르므로 충분히 비난을 받을수 있는 조건이죠. 개인적으로는 51% 이상을 보유한다는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랑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텔레그램의 TON이 PoS를 사용합니다. 예상대로 텔레그램측이 토큰 발행량의 52%를 보유하는 조건이더군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텔레그램은 BFT를 활용하는 PoS(BFT-PoS)인데, 검증인의 숫자를 토큰 보유량 상위 100명(추후 1000명까지 늘릴 예정)으로 제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기술 백서에 따르면 DPoS는 블록 생성자가 블록을 생성한 후 다른 블록 생성자들을 전부 거쳐야 블록 내용의 검증이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는데 반해, BFT-PoS에서는 매 블록마다 2/3 이상의 검증인의 서명을 받으므로 보안이 더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굳이 PoW를 쓰고 싶다면?
PoW를 사용하면서 보안을 확보하려면 다음의 가정 중 하나가 성립해야 합니다.
- 선의의 참여자가 해시파워의 51%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 서비스 운영자가 해시파워의 51% 이상을 점유한다
- 한 집단이 (현실적으로) 해시파워의 51% 이상을 보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특히 대형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1번 가정을 믿고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2번 가정은 가뜩이나 전력소모가 큰 PoW에서 굳이 직접 채굴기 돌리면서 51%를 점유하느니 그냥 PoS를 하는게 낫습니다. 만약 2번으로 진행한다면, 경쟁사간에 서비스 경쟁 대신 ASIC 개발 경쟁이 붙을수도 있겠지요. 3번 가정은 채굴기 가격을 비롯한 채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경우를 생각한 것이었는데요, 그런 시스템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해야하므로 토큰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PoW에서도 merge mining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merge mining 역시 메인 네트워크의 채굴자들이 담합하면 얼마든지 네트워크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PoW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면 가능하겠지만, 해당 알고리즘에 대한 실전 검증이 부족하다는 새로운 리스크를 지게 됩니다.
2)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으려나요. 사실 개인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그냥 기존의 포인트 시스템과 다를게 없다고 봅니다. 그럴거면 그냥 내부에서 서버 돌리는 시스템을 쓰는게 낫지 않을까요. 만약 고객들의 잔고 정보를 꽁꽁 숨기려는 것이라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쓸 수도 있긴 하겠지요. 물론 그 경우에도 중앙화된 서버 돌리는게 편하고 저렴하겠지만요.
물론 독점적인 위치를 가진 서비스라면 사용자는 프라이빗이건 퍼블릭이건 포인트 시스템이건 크게 신경쓰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일단 공짜로 돈이 생기고, 그 돈을 세상 사람들이 다 인정해주는데 굳이 안쓸 이유가 없겠지요.
3)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dApp으로 만든다
드디어 본론입니다. 기존 블록체인들을 사용할 경우, 네트워크의 보안이나 안정성 측면은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러나 이쯤되면 작년 말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송금 지연 사태가 떠오릅니다. 과연 대형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런 처리 속도를 용납할 수 있을까요? 아마 쏟아지는 소비자 불만으로 CS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입니다.
결국 리버스 ICO에서 쟁점은 네트워크의 확장성이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일수록 더더욱 그렇겠지요. 만약 카카오가 카톡에서 문장을 하나 보낼 때마다 카톡코인을 0.01개씩 주는 시스템을 현재의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올린다면, 하루에 한번씩 정산해주는 것 같은 UX측면에서 아주 안좋은 방식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체인파트너스와 EOS
저는 체인파트너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OS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EOS는 동작하는 DPoS 시스템을 두번이나 만들어 본 댄 라리머와 그 팀이 만들고 있습니다. 전송량 측면은 어느정도 보장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게다가 블록 생성자(BP)로 선정되면 일정 수준만큼은 네트워크에 영향력을 확실히 끼칠 수 있고, 네트워크의 성능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BP의 서버 성능이 좋아지면 네트워크의 성능에도 기여를 하는 셈이니까요. 즉, 체인파트너스의 BP 선거 출마는 리버스 ICO/TGE 지원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리버스 ICO/TGE를 하려는 기업이 가장 불안해 할 요소인 서비스의 운영과 퀄리티를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맡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죠. 체인파트너스는 리버스 ICO/TGE를 고려하는 기업에게 자신들이 BP이므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어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dApp을 운영함에 있어 트랜젝션 수수료는 여러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EOS에서는 토큰을 묶어두면 트랜젝션 수수료를 내지 않습니다. dApp 자체에서 토큰을 묶어두면 dApp 사용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게 할 수도 있구요. 따라서 체인파트너스는 BP 활동으로 얻는 수익을 활용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dApp을 만드는 고객사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반대로 dApp을 운영하는 회사는 리버스 ICO로 모은 EOS 토큰을 이용해 체인파트너스의 BP에 투표를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이 부분은 제가 EOS 시스템을 잘 몰라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리버스 ICO/TGE는 활발하게 일어날까?
그렇지만 당분간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dApp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대기업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대부분이겠지요. 텔레그램은 (ICO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도 있지만) 워낙 아웃사이더 경향이 강한 기업이니 가능하지만, 큰 기업에서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아직 검증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서비스 도입에 실패하거나 네트워크를 공격당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평판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만약 도입하게 된다면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차차 넓혀가는 식이 되겠지요. 반면 스타트업들은 리스크보다는 리워드(자금조달 측면)가 더 클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 서비스라면 트랜젝션 양과 속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스타트업이라면 일단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dApp을 만들고, 나중에 상황을 봐서 옮겨가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지요.
물론 체인파트너스의 BP 출마는 꼭 리버스 ICO/TGE를 위한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BP로 활동하면 EOS라는 거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트워크의 한 축이 되는 것이므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공헌도 하면서 영향력도 얻게 되고,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를 지향하며 초기부터 Tokenizing Consultant를 채용해온 체인파트너스인 만큼, 리버스 ICO/TGE 지원을 사업의 한 축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의 일환이 바로 BP 출마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투자 조언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필자는 EOS에 대해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72시간 이내에 포지션을 가질 계획이 없습니다. 또한 필자는 체인파트너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순수하게 외부에 공개된 사실에 기반한 필자의 생각에 의해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반갑습니다. justfinance님.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입니다. 우선 저희에 대한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몇 글자 적자면 저희 EOS BP 출마는 리버스 TGE/ICO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활동입니다. 앞으로도 각기 다른 두 활동이 서로 연관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앗 그렇군요! 말씀하신 내용 글 첫머리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해를 일으킬 소지를 만들어 죄송합니다.
Tushar Jain tweeted @ 27 Mar 2018 - 13:32 UTC
Disclaimer: I am just a bot trying to be helpful.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어쩌면 직원 인사평가, 구매기록 관리 등등 내부적으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위변조가 불가능하면서 데이터 관리가 되는 인트라넷 성향을 띄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말씀하신것처럼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강한 특징인만큼 그런 용도로는 쓰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예전에 카카오뱅크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은행 내부에서 계좌 잔고 정보를 기록해두는 용도로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깊이있는 글에 풀보팅으로 보답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희우 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풀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
PoW 기반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만들 경우 참여자가 적고 경쟁이 약한 초기 경쟁사가 51% 공격으로 운영권(?)을 뺏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비즈니스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전 인터넷 시대에서 경쟁사에 DDos 공격 등을 했던 것보다 더한 일들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네, 그런 부분들이 재미있어서 생각을 좀 구체화시키다보니 긴 글이 되었네요. 앞으로 리버스 ICO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보팅 눌러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풀보팅 드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 봤습니다.
상용화 가능한 dapp이 나오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중요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시는 글 보았는데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네요! 팔로하고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