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ICO - 팩트와 카더라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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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텔레그램 백서)

우리가 설 연휴 막바지를 보내던 지지난주 일요일, 드디어 텔레그램의 Pre-ICO가 무려 8억 5천불 달러 (우리돈 약 9,100억원 정도)를 모집했다는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몇일 전에는 투자자들에게 2nd Pre-ICO를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는데요, 벌써 사람들은 대박 흥행을 예상하며 엄청난 버즈가 쏟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텔레그램을 둘러싼 ICO가 도대체 어떤점에서 관심을 받는 중이고 이 흥행처럼 과연 장밋빛 미래만 있는건지? 우려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리해 봤습니다.

오늘 글은 바로, 텔레그램 ICO 관련 팩트와 카더라, 그리고 우려점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TON의 우월성이나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에 대해서는 자료가 쏟아지는 중이라 굳이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텔레그램 ICO - 팩트와 카더라


  1. 텔레그램은 지난주까지 단 한번도 ICO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던 적이 없습니다. 텔레그램 ICO가 버즈를 타기 시작한건 Cryptovest에서 텔레그램 ICO관련 백서, 계획 및 비디오가 노출됐다... 는 Exclusive: Telegram ICO (TON); Roadmap and Gram Token Price Leaked 이 단독 기사를 통해 알려졌죠. 텔레그램의 공식 사이트인 telegram.org에도, 공식 트위터에도, 심지어 파운더인 Pavel Durov 트위터 계정에도 ICO관련 내용은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2. 나름 공식 채널로 텔레그램의 ICO가 공개된건 사실 지난주 이 SEC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한 증권 등록 신청서가 처음입니다. 다만, 이것 역시 텔레그램이 "우리 이거 제출했음~" 하고 공개한것도 아니고, 1번처럼 특정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게 된거라서 실제 텔레그램에서 제출한건지를 확인하는 기사는 찾아볼수가 없더군요.

  3. 위 SEC에 등록된 신청서는 Form D라고 불리는, 즉 증권 (Securities)를 발권하기 위해 심사를 받기위한 신청서 입니다. 항간에는 2번에 등록된게 무슨 SEC에서도 인정받은 ICO라고 떠드는것도 봤는데요, ㄱ소리이니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어디까지나 "신청서" 수준이고 심지어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도 가능한걸 가지고, 저기 기록된 내용이 SEC에서 공식 컨펌했다는 말은 백퍼 사기나 마찬가지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신청서에도 맨 위에 경고 메시지가 대문짝만하게 써 있네요,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has not necessarily reviewed the information in this filing and has not determined if it is accurate and complete.
    The reader should not assume that the information is accurate and complete."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게 사기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신청서" 수준으로 봐야하는 문서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이 Form D는 실제 첫 증권 판매일 이후 적어도 15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문서입니다. 즉, 텔레그램에서 이 Form D를 제출했다는 건 어느정도 Pre-ICO진행이 사실이라는 것과, 참여 대상이 ICO규제국중 하나인 미국까지 포함할 정도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것 역시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유추해 볼 순 있습니다.

  4. 위 SEC 신청서에 나온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_ ICO의 주체는 TON Issuer IncTelegram Group Inc. 두개의 회사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_ 총 81개의 투자사 (혹은 개인)가 참여했습니다.
    _ 모집 금액은 총 $850,000,000입니다.
    _ 사용목적은 TON 블록체인 개발, 텔레그램 메신저 운영 등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The issuers intend to use the proceeds for the development of the TON Blockchain, the development and maintenance of Telegram Messenger and the other purposes described in the offering materials.)

  5. 이처럼 텔레그램에서 공식적으로 ICO관련 발표를 한 적이 없다보니 이를 악용해서 지금까지 수 많은 텔레그램 ICO관련 스캠 사이트들이 난무했습니다. 심지어 스캠사이트 중 하나인 Gramtoken.io의 경우 그럴싸한 ICO 웹사이트에 페이스북 광고까지 해대며 무려 5백만달러를 먹고 튀었다고 합니다. 이 스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steveouttrim님의 Beware Telegram ICO Scams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스캠으로 알려진 사이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_ gramtoken.io
    _ tgram.cc
    _ ton-ico.com
    _ ton-gram.io
    _ grampreico.com
    _ tgram.cc
    _ gramtoken.tech
    _ ton.fund

    특히 마지막에 있는 ton.fund는 무슨 레퍼럴 마케팅까지 동원해서 사람들이 열심히 퍼나르고 있는모습이 자주 목격되는데요, 100% 스캠이니 절대로 말려들지 마세요. 사실 지금 TON관련 뭐 모집한다고 돈달라고 하는 사이트 있으면 백프로 확률로 스캠입니다.

  6. 항간에 알려진대로 텔레그램의 총 ICO규모는 20억 달러라는걸 가정하면 위 신청서를 통해 모집한게 8.5억달러이니 나머지 11.5억 달러를 퍼블릭 ICO를 통해 모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번째 프리라운드는 아직 카더라 수준이기 때문에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건 (이것 역시 공식적인거 아니고 그냥 카더라 수준입니다만) 프리 ICO는 퍼블릭 ICO대비 50% 이상 할인가격에 구매하는 대신 18개월동안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조항이 있네요. 아마도 스마트컨트랙트를 해당기간동안 팬딩한 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게 들어가있나 봅니다.

    ("Investors in the private sale will receive tokens at a discount of more than 50 percent of the initial public sale price and, after the tokens are listed, should hold on to their coins for a lock-up period of as long as 18 months." - Bloomberg 관련 기사)

    또한 위 기사에 의하면 2019년 1월에 그램 토큰이 정식 공개될 예정인데 늦어도 2019년 말까지도 리스팅이 안되면 private sales를 통해 모집된 금액은 모두 환불해주겠다고 했다는군요.


텔레그램 ICO - 우려점들


  1. 모집된 돈이 TON의 개발비용에 쓰이기 보다는 텔레그램 메신저 운영비용에 대부분 탕진되거나 희석될거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텔레그램은 비영리 기업으로서 텔레그램 메신저 운영에 있어서 동전 1원 수익을 취하지 않습니다. 저 어마어마한 운영비는 Durov형제의 개인 지갑에서 나오는 중이죠. 이는 텔레그램 공식 FAQ에도 대문짝 만하게 박아놓은 사항입니다.

    Q: How are you going to make money out of this?

    We believe in fast and secure messaging that is also 100% free. Pavel Durov, who shares our vision, supplied Telegram with a generous donation, so we have quite enough money for the time being. If Telegram runs out, we will introduce non-essential paid options to support the infrastructure and finance developer salaries. But making profits will never be an end-goal for Telegram.

    자, 그러면 현재 텔레그램이 Durov의 돈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을지 한번 살펴볼까요? 이에대해 괜찮은 소스를 제공하고 있는 Fortune 기사가 있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텔레그램이 백만 MAU를 넘은 시점은 2016년 2월경입니다. 텔레그램을 설립한건 2013년 8월경이고, 그당시 VK (본인이 설립하고 잡스처럼 CEO에서 쫗겨나버린 아픔이 있는 회사죠) 주식을 매각한 돈 + 본인 현금 합해서 약 3억달러 (우리돈 약 3,200억원) 캐시를 스위스 은행에 박아놓고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의하면 2016년 시점에 한달에 백만불 이상의 현금을 버닝중이라고 하는데요, 하루에 신규 유저가 35만명씩 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은 한달 운영비만 3백만불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시점에서 현금을 1/3정도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현재시점부터 약 4년정도면 Durov는 쟁여놓은 현금을 모두 소진하게 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러프하게 계산한거고, 특히 암호화폐 붐이 불면서 2017년부터 텔레그램의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했을것을 감안하면 번아웃 시기는 어쩌면 거의 임박해 있을수도 있겠네요...

    물론 ICO를 한 돈이 탕진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이 증권 등록 신청서에도 분명하게 "텔레그램 운영"에 사용될 거라는걸 명시해 놨습니다. (...the development and maintenance of Telegram Messenger...)

    뭐, TON의 사용처 중 하나가 텔레그램 챗봇의 BM을 위한 토큰으로 사용될 것을 생각하면 이 돈의 사용이 뭐가 문제가 될 것이냐? 라고 반문할 수는 있겠으나, 그게 블록체인 기반의 텔레그램을 만드는데 쓰이는게 아니라 현재 버전의 텔레그램 운영에 희석되는 부분이 크다면 투자자로서 당연히 우려할 순 있겠죠.

  2. 너무 지나친 꿈과 이상에 비해 공개된 백서는 뭔가 너무 부실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대한 설명은 지난주 Forbes의 Telegram ICO: Scam Among Cryptocurrency Scams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hypercube routing” 인데요,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 기술은 이바닥 신느님으로 통하는 비탈릭 부테린이 2014년에 정립해서 이더리움에 시도하다가 2017년 9월에 일단 역사의 뒤안길에 잠시 넣어뒀을 정도로 그저 백서에 달랑 몇줄 넣어놓을만큼 간단한 내용이 아닙니다.

    Charles Noyes라는 한 트레이더는 이를 두고 "이건 백서가 아니라 희망사항 수준 (Telegram/TON’s 132 page whitepaper says nothing substantial about the hard parts of designing a decentralized protocol. It is essentially a wishlist of things they want to have, and how it will work assuming that their wishlist doesn’t crash and burn.)" 이라고 본인의 미디엄 글에서 비꼬기도 했죠.

    또한 위 Forbes 글에서는 텔레그램의 보안수준에 대한 이슈도 제기하고 있는데요, 예전에 한 학생이 텔레그램 보안을 (반 정도) 뚫었던 이슈를 생각해 보면 저정도 규모의 프로젝트가 현실성 있는지 의문이 드는건 사실이라고 하네요. 다만, 대규모 ICO를 하게 되면 분명 블록체인 팀은 어벤져스 팀으로 꾸리긴 할테죠. 그렇다 하더라도 백서에서 주장하는걸 진짜 구현한다면, 이건 이미 이더리움도과 EOS를 유치원 수준으로 만들 정도의 레벨업이 이루어 지는겁니다.

    이런 우려점들 때문일까요? 아니면 규모가 너무 커서 들어가 봤자 얻게될 시세차익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보였을까요? 매번 유망한 코인의 ICO에 자주 베팅하던 Andreessen Horowitz는 이번 TON 프리세일은 스킵했다는 카더라도 있습니다. (기사 - Telegram’s ICO is attracting the industry’s newer crypto investors while firms like Andreessen Horowitz sit this one out




지금까지 텔레그램 ICO와 관련된 내용들 중 최대한 팩트, 카더라, 우려점들을 골라서 정리해 봤습니다. 텔레그램 ICO는 분명 그들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Durov형제의 스타일, ICO규모 등등만 봐도 못해도 중박은 갈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여론을 보면 너무 자금 모집 신기록, 장밋빛 미래에만 집중하고 있는듯 해서 조금 우려도 되고 TON을 악용한 스캠도 너무 판을 치고 있길래 이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잘 판단하셔서 성투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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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에대한 장밋빛 미래만 있는데 반대의견 잘 봤습니다.
이렇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함께 보고 선택은 각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네 아무래도 TON이 너무 화려하게 미디어에서 언급되다 보니 부정적 의견은 별로 조명되고 있지 않더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TON 백서를 읽어보니 현재 블록체인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고 이더리움 기반의 dApp 중 대중적인 성공을 거든 경우도 거의 없죠.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자동차 기술로 비교하면 1870년 수준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컴퓨터나 인터넷 기술로 비유하지 않았는지?) 기술이나 알고리즘에서 접근하는 대신에 사용성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매우 특별합니다. 기존 텔레그램 사용자 기반이 있으니 빠르게 사용화해서 기술을 대중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강조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백서에서 다루는 깊이 수준에서는 좋은 것 같습니다. 기술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내용이 제시되겠죠. 저는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수용에 있어 텔레그램의 원래 추구했던 철학이 경쟁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이 글은 답글을 안달아주는거지..? 자기에게 동의 안하면 댓글 안 다는건가 ㅋㅋ 이 부분도 일리있는 말인데

톤과 텔레그램의 ceo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ICO 나 코인 분석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평점을 조금 낮게 주시더군요.
분석글과 비슷 한 이유 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보팅 트윗 퍼갑니다. [도리도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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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요? 평점을 어떤 기준으로 매기는지 궁금하네요..^^ 보팅+트윗 감사합니다 :)

확실히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다 보니 기대가 과열되는 양상도 있는 거 같습니다. 신중히 잘 참여해야 할 거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네, 소문난 잔치에 들어갈때는 여러모로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죠 ㅎㅎ 감사합니다 :)

항상 궁금했던 TON 입니다.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

좋은 정보 감사 드립니다. 무조건 좋다고 좋은 게 아니었네요 ㅠㅠ

네 뭐든지 100% 완벽한건 존재할수 없겠죠 ㅎ 감사합니다 :)

잘봤습니다 팔로우 리스팀합니다~

TON 너무 궁금했는데 정말 잘 정리해주셨어요 T>T
러시아어 사용하는 국가 친구들이 대부분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던데
Durov 형제가 돈을 모두 대고 있었군요.....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오늘 서리님 글 확인하면서도 이오스도 불투명한 점이 매우 많더군요 ..

TON 에관한 팩트! 소식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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