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kr6 years ago

글을 쓴다.
‘나는 지금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한다.

나는 글 쓰는 것이 크게 부담된 적이 없었다. 정확한 시기를 꼬집어 말 할 순 없지만 어릴 때부터 어떠한 형식의 글이든 항상 어렵지 않게 써왔었다. 특히, 대학입시를 겪으면서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 내 것으로 만들었던 ‘그 어떤것들’이 지금 나의 언어능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사후적이고 결과론적인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의 수능공부는 강제적으로 해야하는 의무적인 것이다. 나는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항상 언어영역을 공부한다는 명목하에 문학지문을 읽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내가 수험생일 때, 대한민국 주요 대학들은 ‘논술’ 비중을 강화하는 전형을 많이 내세웠었다. 수능을 치고 일주일 뒤부터 각 대학의 논술전형이 진행됐기때문에 그 기간에 많은 수험생들이 논술학원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 무렵 주요대학공동입시설명회에 참석했는데, 그 때 들었던 대한민국 주요사립대학의 한 입학처장의 말은 아직도 내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논술 준비는 학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입시학원에서 배운 일명 ‘스킬’을 활용하여 글을 쓰는데 교수들은 그러한 글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읽고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생각을 하라. 그것이 방법이다.” 라는 농담같은 명언을 남겼고 나는 그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왜냐하면 그 입시설명회에 나를 논술학원으로 보내려는 부모님과 같이 참석을 했는데, 나는 그 입학처장의 말을 근거로 논술학원 따윈 다니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강력히 주장할 수 있었다. 사실 당시의 나는 그 입학처장의 말을 공감해서였다기보단 놀고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의 말을 이용한 것에 불과했지만, 결국 나는 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논술로 대학에 입학했다. 지나고보니 그 입학처장의 말이 현답이라고 느낀다. 잡설을 붙이자면, 그 입학처장은 Y대, 그 말을 듣고 내가 들어간 학교는 K대다. 이로 인해 어렸던 나는 내가 글을 좀 쓸 줄 안다는 자만같은 착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때보다 덜 어린 조금 성숙했다고 착각하는 지금의 나는 다시 생각한다. 글을 잘 쓴다고 자신있게 말을 할 순 없지만 내 글이 그렇게 못 봐줄만한 글은 아니다라고..

올해 초부터, 대학동기 녀석과 합정인근 까페에서 일요일 오후쯤 만나서 글을 썼다. 나는 대학원입학을 목적으로 논술이라는 범위안에 있는 어떠한 글을 썼고, 그 친구는 회사입사준비 혹은 자기계발 목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steemit’에다가 글을 썼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통해서 나도 ‘steemit’을 알게됐고 지금 여기에 글을 쓰고 있다.

‘steemit’에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그 고민 자체를 지금 쓰고 있다. 많은 이들이 ‘steemit’에 쓰고있는 ‘블록체인’과 같은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전달의 목적의 글 쓰기나 나의 확고한 사상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려는 글보다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두서없이 표현하는 ‘수필’에 가까울 것이다. 역설적으로, 내가 쓰려고 하는 그 글이 설명문이나 주장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구분이나 제한없이 손 가는대로 쓰려고 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최근 나는 고도의 사고과정이 필요한 글을 주로 읽으며, 이성적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은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머리 속이 찌릿하고 아플 때가 더러 있다. 고도의 이성적 두뇌를 쓰고 있는 요즘의 나의 지친 삶에서 일탈하여 감성적 글쓰기를 통해 여유를 찾고 재충전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며, 앞으로의 방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책을 읽고, 밤하늘에 별을 보며 생각에 잠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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