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블로거 문화 vs. 지금의 스팀잇 문화
'올블로그'라는 서비스가 국내에서 가장 큰 메타블로그 서비스였습니다. 후발주자로 다음의 View와 같은 서비스들이 나왔습니다. 블로그코리아라는 서비스도 있었고 몇몇 메타블로그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블로고스피어의 문화를 이끌어 가던 곳을 꼽자면 단연 올블로그였습니다.
사람들은 양질의 글을 읽기 위해 블로고스피어로 모였습니다. 다른 블로거들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 블로고스피어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메타블로그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트래픽 폭탄'이었습니다. 독자들의 추천 세례를 받으면 내글이 다음이나 올블로그의 메인페이지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면 그날은 트래픽 폭탄 세례를 받습니다. 트래픽 폭탄은 곧 블로고스피어에서 내 명성이 올라가는 것이었고, 부가적으로 트래픽에 비례해서 두둑한 광고비 용돈도 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올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블로고스피어에는 오피니언 리더, 테크긱, 얼리어답터와 같은 대중 다수보다 약간 앞서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매일 새로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열정과 참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뜨겁게 끓던 우리나라의 블로고스피어 문화는 얼마 못가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10년전에 집단지성을 뽐내면서 활발하게 교류하던 블로고스피어라는 문화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국내 최대의 메타블로그 서비스였던 올블로그는 물론이고 모든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경연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들이 무너진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건 뒤에서 알아보도록하고 10년전 블로고스피어와 현재 스팀잇의 문화가 상당히 유사한 부분들이 있어서 기대와 우려가 섞인 제 생각을 몇자 풀어보고자 합니다.
10년전 블로고스피어 | 현재 스팀잇 생태계 | |
---|---|---|
광장 | 메타블로그(올블로그, 다음뷰 등) | 스팀잇 태그 피드, 마이 피드 |
툴 타입 | 블로깅 툴 | 블로깅 툴 |
플랫폼 | WWW | 블록체인, WWW |
산업패러다임 | 웹2.0 | 4차산업 혁명 |
참여방식 | 각자 준비한 블로그와 RSS feed | 스팀잇 회원가입 |
주요서비스 |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WP 등 | 스팀잇, 스팀KR, Busy 등 |
활동무대 | 다양한 서비스와 사방에서 모임 | 스팀잇 한곳을 통해 모임 |
수익화 | 선택적으로 가능 | 무조건 가능 |
수익모델 | 광고부착, 협찬, 홍보 원고료 등 | SP 투자, 글쓰기 보상, 시세차익 등 |
보상 | 개인적 명성, 금전, 네트워크 | 스팀 암호화폐, 명성 |
상호간 분위기 | 정보교류, 전투적 토론, 논쟁 | 상호간 말조심, 배려, 이미지 관리 |
미끼 | 개인 블로그 트래픽 폭탄 | 암호화폐 획득 |
권위자 | 파워블로거 | 고래 |
정치편향 | 심했음 | 아직은 없는 편 |
생산자편향 | O | O |
흥한 이유 | 1인 미디어 UCC시대 | 글 쓰면 암호화폐 준다 |
무너진 이유 |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등장 | 아직 잘 나감 |
이용자 | 생산자 60, 독자 40 | 생산자 70, 독자 30 |
[표] 10여년 전의 블로고스피어와 현재의 스티밋 생태계 비교
자료 : 송종식
웹2.0과 1인 미디어 열풍을 타고 블로고스피어는 잘 나갔습니다. 블로고스피어에는 양질의 글이 넘쳐났습니다. 블로고스피어는 늘 사람들로 붐볐고 많은 논쟁들과 즐거운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그 중심에는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블로고스피어 문화는 약화됐고,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은 공룡이 사라지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그라는 도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고, 생각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모두 개인화 되어 버렸고, 블로거들의 아고라와도 같았던 블로고스피어 문화는 사라졌습니다.
한때나마 블로고스피어 시대를 풍미했던 올블로그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의 확산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대신에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SNS도구들의 친구맺기, 글 확산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특화된 SNS들이 나오면서 어떤 곳에는 음식 사진을 올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개인들이 블로그에 쓰는 글도, 페이스북이나 스마트폰의 톡방에서 공유되기 시작했으므로 메타블로그의 필요성이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
블로고스피어가 약화된 거시적인 문제 이외에도 미시적인 문제는 늘 많았습니다.
국내 최고 메타블로그라고 했던 올블로그의 회원수는 15만명이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질적으로 열성 활동을 하는 회원수는 3만 미만이 아니었을까 추정합니다. 정확한 통계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규모가 이렇게 작다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슈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17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블로고스피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는 문국현이었습니다. 다른 매체를 접하지 않고 블로고스피어 활동만 했다면 누가봐도 문국현이 대통령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5.8%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블로고스피어의 규모를 키우지 못하다보니 첨예한 사회적 이슈나 논쟁이 있더라도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 문제가 1) 소수 네임드 파워블로거들의 지속적인 랭킹 노출 장악, 2) 그들끼리만의 친목.. 이런 것들도 커뮤니티의 성장을 가로 막았습니다. 요즘 스팀잇 생태계에서 부는 몇몇 고래들의 어뷰징과 한쪽으로 치우친 친목 내지는 컨텐츠 편중화 현상은 과거 블로고스피어의 쇠퇴에 미친 영향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스팀이 코인 하나당 10만원이 가느냐, 아니면 펌핑만 하다가 0원으로 수렴하느냐의 문제는 아직까지는 전적으로 고래들과 증인들에게 달린 문제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 블로고스피어와 현재 스팀 생태계의 또 하나 비슷한점은 컨텐츠의 소비자보다 생산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메타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더 많은 독자가 내 블로그로 오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면 블로그에 달아놓은 광고 수익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메타블로그에 등록된 블로그에는 양질의 글이 넘쳤지만, 모여드는 양질의 글에 비해서 독자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현재 스팀잇에도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쓰는 생산자가 참여자의 대부분이고, 독자는 생산자 중 일부가 잠깐 짬을 내어 읽는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구글 검색을 통해서 들어 온 사람들의 경우는 많은 경우, 스팀잇이라는 사이트에 관심이 없고 글만 읽고 빠져나갑니다. 이러니 훌륭한 글쓴이들이 좋은 글을 쓰고도 골고루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보팅이 가능한 독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스팀잇 생태계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제면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STEEM, SBD, SP의 흐름과 생태계가 양호한 것 같습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사람들은 빨리 힘을 얻고 싶은 마음에 스팀파워 현질을 꽤 할거라 봅니다. 스팀파워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회원 수 만큼 스팀 가격은 오를테고, 스팀 가격만 잘 유지된다면 스팀잇 생태계도 무리없이 발전하면서 돌아가리라 봅니다. 핵심은 스팀 가격이 얼마나 잘 유지되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일견 다단계처럼 보인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회원 100만명이 넘게되면 다단계 구조로 볼 수 없는 자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리니지는 게임이 출시된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게임내 경제 생태계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스팀잇 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구성원들은 1) 과거 블로고스피어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2) 리니지가 오랫동안 자체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3) 독일과 같은 나라들의 협동 조합 경제 체제(뜬금포?!ㅎ)를 벤치마크하면서 더 견고한 서비스와 견고한 코인 가치 유지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보니
고인물은 썩는다.
라는 말,회사에서나 모임에서나 스팀잇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인거 같아요ㅎㅎ
퇴사 예찬론자인 제 오감을 만족시켜주시는 경아님! 이번에는 단 한줄로 제 긴글을 요약해 주셨네요~
올블로그 망할때 많이 아쉬웠던 ㅠㅠ 스팀 블록체인도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홍보해
은환이 올블도 알아? 모르는게 없어 ㄷㄷ
저도 블로그를 하고있지만,오랜만에 메타블로그의 흥망성쇠를 보게되네요. 아주 재밌게 읽고 갑니다. 스팀잇도 지금처럼 계속 유지될거라고는 보지않습니다.
스팀잇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서비스이지만 점점 개선되기 보다는 유지되지 않는다고 보시는 이유를 여쭤보고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흥미로운 글 잘 읽고 갑니다 : )
앞으로 스팀잇 생태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지금보다는 더 발전하리라 믿숩니다~
스팀잇 정도라면 이 정도로 친목질을 배제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커뮤니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냉철한 분석 잘 읽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제 생각엔 약간의 차이점은 스팀잇은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거고, 위험한건 이상태로 다른 플랫폼이 나온다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스팀잇도 언제든지 도태될수 있는거 같습니다.
그것은 실로 큰 차이이기는 합니다. 다만 글로벌 서비스이다보니 현재는 다국어 지원이 폭소노미 방식으로 분류가 돼 있는데, 페북이나 다른 소셜 미디어처럼 더 잘 분류할 방법은 필요해 보입니다. 분명히 더 진화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과 미디어도 나올텐데, 그전에 SMT가 언넝언넝 고고씽 하면 좋겠습니다~
구글 유입 광고 수익시스템도 생각해봤는데,
지금까지 기록이 1만 5천 정도인데
이거 구글 광고 달아봐야 수익이 코인보상보다 못하더군요.
차라리 빨리 SMT 장착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글 광고도 결국 구글이 거의 다 먹는 판이니까요.
이건 정말 맞는 말씀이십니다.
페이지뷰 15,000이면 애드센스로는 2,000원 벌었을까 싶습니다. 많이 벌어도 3만원.
근데 스팀잇에서 15,000뷰면 천만원도 벌 수 있죠. 수익성에서는 스팀잇이 압도적이라고 봅니다.
SMT가 빨리 정착하길 기원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