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배우는 의학이야기 - 소화불량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은 소화불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화불량은 상복부(배꼽 위쪽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습니다.)의 불편감/불쾌감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포만감, 팽만감, 구역, 구토, 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죠.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해부학 그림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구강-식도(esophagus)를 거쳐 위(stomach)-소장(small intestine)-대장(large intestine)-항문(anus) 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 중에서 소장은 십이지장(duodenum)-공장(빈창자, jejunum)-회장(돌창자, ileum)로 3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대개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기관은 식도-위-십이지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간, 쓸개, 이자에서 소화를 돕는 물질이 관을 타고 십이지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들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당 기관에 염증이 일어났을 때(식도염, 위염, 간염, 쓸개염, 이자염 등)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죠. 인체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의해서, 또는 면역 기능이 오작동하는 바람에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증상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염증 반응이 원인인 경우 발열, 오한, 통증, 그리고 구토설사 등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관에 암이 생겼을 때(식도암, 위암 등)도 비슷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식사하는게 점점 불편해지고 체중도 급격하게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죠. 

또한 특별히 주의해야 할 동반 증상은 대변에 피가 묻어나오거나(혈변) 검은 변이 나오는 경우, 음식물을 삼키는게 어려워지는 경우(삼킴곤란), 얼굴이나 몸통이 노래지는 황달 등이 있습니다. 각각 위장관 내 출혈, 식도의 이상, 간담췌계의 이상이 원인이 되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소화불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고, 주 증상이 소화불량이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별을 잘 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 주로 소화불량이 주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을 빈도 순서로 알아보겠습니다.



1.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소화불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나온 최신 진단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본인의 증상과 비교해 보셔요.ㅎㅎ)

  1. 다음 증상 중 한 가지 이상이 포함됨. (최소 6개월 이전에 시작되어 최근 3개월간 지속되어야 만족함)
    - 불쾌한 식후포만감 : 일상적인 양을 먹은 후 불편한 포만감이 일주일에 하루 이상
    - 조기 포만감 : 일상적인 식사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 상복부 통증 : 복부 중앙의 통증이 일주일에 하루 이상
    - 상복부 작열감 : 복부 중앙의 타는 듯한 느낌이 일주일에 하루 이상
  2. 위 증상을 설명할 수 있을만한 다른 구조적인 원인 질환이 없어야 함.
'기능성' '특발성' 등의 단어가 진단명에 있다는 건 그 질병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유전적 및 환경적으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와 같이 증상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커피나 매운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죠. 생활 습관으로 개선이 어려울 경우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 점막보호제 등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2. 소화성 궤양 (peptic ulcer disease)

위장관 내의 점막이 손상된 경우입니다. 구글링하면 다양한 위내시경 사진에서 보이는 궤양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궤양을 실제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의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 균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야쿠르트의 음료 광고로 많이들 알고 계시죠.  위내시경을 하면서 궤양이 발견되면 내시경으로 위 조직을 쬐금 떼어서 조직검사를 하게 됩니다. 조직검사 결과 H. pylori 균 양성이 나오면 복합 항생제+위산분비억제제 조합으로 제균 치료를 시행합니다.

또는 이부프로펜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를 복용할 경우에도 소화성 궤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NSAID는 염증 반응도 억제해 주지만, 위장관을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진통소염제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약을 끊는 것을 권유하고요. 끊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를 같이 복용해야 궤양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위식도 역류 질환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식도와 위의 연결 부위에는 꽉 조여주는 근육(lower esophageal spincter muscle)이 있어 평소에 역류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런데 식이습관, 호르몬, 약물 등의 상호작용에 의해 근육이 풀어지면 식도로 자꾸 위산+음식물이 역류되어 속이 쓰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위내시경이나 24시간 식도 pH를 측정할 수 있지만 많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보통 전형적인 증상만으로 추정하고, 위산분비억제제를 1주일 정도 복용한 뒤 증상이 호전되면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술, 담배, 커피, 차(Tea), 고지방 음식, 오렌지 주스, 민트, 초콜릿 등이 이 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일일히 신경써서 먹으려면 먹을게 없겠지만 증상이 있는 분들은 이런 것들을 자제해 주시는게 증상 호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도 해결되기 어려우면 위에서 언급했던 위산분비억제제 또는 위장운동촉진제를 복용해 볼 수 있습니다.


4. 위 악성종양

위암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드문 경우입니다. 



이렇게 소화불량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죠. 저도 사실 종종 소화불량 증상으로 고생하곤 합니다. 시험 기간마다 재발하던...(쿨럭)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주의사항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의료 상식을 전달하고, 실제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대략 ‘어떤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검사를 받겠구나’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만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셔서 의사의 상담을 받으세요. 그리고 글의 내용은 대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며, 실제 임상적 상황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고 교과서 외에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련병원은 ‘도제’식 교육이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약간의 의학 상식이라도 여러분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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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매번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주 소화불량에 시달려서 넋놓고 봤습니다 ㅎㅎ

방문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으윽 안 그래도 오늘 저녁이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마침 주제가 소화불량이네요 ㅠㅠ
어릴 때부터 달고 살았어요.. 저는 역시 기능성 소화불량인 것 같고.. 스트레스도 한 몫 하는 것 같네요 ㅠㅠ

소화불량은 정말 흔한 증상인데 이렇게 여러가지 원인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시니 뭔가 머리 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아, 나는 이거구나. 이걸 조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구요!

소화기계 질환은 전반적으로 내재적으로 갖고있는 개인의 특징에다가 '식습관'이 굉장히 중요한 듯 합니다 :)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많긴 하지만요. 개인의 특징을 바꾸긴 어려우니 먹는 걸 잘 먹어야 고생을 덜 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윽.... 식습관.. 엄청 찔려요... 야식을 좋아해서.. 커피도... 달고 살구요.... 기름진 것도 꼬기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죄책감 ㅠㅠ 노력해야겠습니다!!

체했다는 개념을 아직도 정확히 설명을 못하겠어요 ㅎㅎ

저도 잘 체하는 편인데 소화제 먹거나 지압 등으로 해결해보려 합니다.
정신심리적 문제 + 위장관 운동 기능 저하 + 위장관 구조적 이상 + 정상 세균총(normal flora) 변화 등의 문제일 것 같긴 합니다만... 너무 복합적인 원인이라 어렵군요ㅜㅜ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1일 1포스팅해주시면^^ 짱짱맨은 하루에 한번 반드시 찾아온다는걸 약속드려요~

넵!!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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