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엿먹어라의 기원 (feat. 무즙)

in #kr7 years ago (edited)

요새 트렌드에 맞추어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가끔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빡빡한 일상속에서 짧게 화제를 전환해보는 심심풀이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태그로는 kr-trivia 를 항상 달겠습니다.

본 엿 스토리는 60년대 치맛바람이 몰아치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70년대생이시면 "경기중학교"의 아성에 대해 들어보셨을텐데요. 그 때 당시도 지금과 교육열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입시준비하듯 초등학생들이 명문중학교에 가기위해 입시지옥을 겪었으니 더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미지_6.jpg

우골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학비를 마련하느라 소를 팔았고 그렇게 소뼈가 쌓였다는데서 비롯된 시대언어지요. 정말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엿사건은 1964년 발생합니다.

당시 중학교 입시고사에서 아래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데요. 한번 풀어보기로 하죠.

문제. 밥으로 엿을 만드려고한다.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것은?

  1. 디아스타제
  2. 무즙
  3. 녹말

이걸 왜 초등학생들이 풀어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답은 1번 디아스타제 입니다. 디아스타제는 당시 판매되었던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상품명(심지어 화학용어도 아님) 이고 그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2번 무즙도 아밀라아제 성분이 많아서 디아스타제와 같이 당을 분해할 수 있었고, 실제로 엿을 만들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downloadfile-19.jpg

그 사실을 알게된 학부모들은 난리가 났지요. 이 문제만 복수정답처리되면 내 자식도 경기중학교에 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일어난 것이 "무즙파동" 입니다. 학부들은 당장 교육청에 달려가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미지_13.jpg

"무즙으로 엿 만들어볼까!?"
"누가 안된대 엉!?"

학부모의 강한 항의에 결국 재판까지 열리게 되는데요. 재판에서 판사는 전문기관의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이유로 기각판정을 내려버리죠.

downloadfile-27.jpg

학부모들은 더 난리가 났습니다. 어머니의 힘은 강력하죠. 결국 그녀들은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항의하기 시작하죠.

"보라! 이것이 무즙으로만든 엿이다! 먹어보라!"

downloadfile-14.jpg

결국 법원도 판결을 번복하여 학부모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데요. 그로써 피해봤던 학생들이 구제되었고, 이 "엿먹어라!" 는 당대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이미지_17.jpg

-갑자기 끝-

Sort:  

재밌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그 얘기 들어봤어요.
작고하신 장영희 교수님 강의 중에
직접 겪으신 일이라면서...
역시나 우리의 어머니는 대단하시지요.
감사합니다.
남은 오후도 잘 마무리하세요.

@jjy님도 오후 마무리 잘하시고요!

잘 봤습니다

넵 댓글 감사합니다~

ㅋㅋㅋ 재미납니다~^^ 국내 엿먹어라의 기원이 학부모들의 법률드라마로 연결될줄은... ㅎㅎ 잘보았습니다~

넵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좋은 저녁 되세요~

재미있네요
엿먹어라가 여기서 나왔군요 ^^

가끔 환기차원에서 이런거 올릴까 합니다~ㅋ

아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다시 보니 신기하네요~ 잘 읽고갑니다 :)

넵 좋은 밤 되세요~

-갑자기 끝- 이게 왜 이렇게 웃기죠?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들려서 잡학지식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

ㅎㅎ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방문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3
JST 0.027
BTC 57642.15
ETH 2578.06
USDT 1.00
SBD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