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vs. 가짜가 사라진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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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는 미래에 대해 요즘 드는 잡념들이다.

뭐 꼭 인공지능이다, 암호(가상)화폐다, 등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시대정신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시대정신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특정 철학자 이론에 맞춘 것만은 아니다.

진짜 돈, 자산은 무엇인가? 인간성은 무엇인가?

암호화폐는 돈 개념의 근간을 흔들고, 인공지능은 인간과 비인간(심지어 동물 등 다른 생물)을 나누는 기준으로 월등한 지능을 꼽지 못하게끔 할 것이다.

미국에는 벌써 동물의 아이덴티티로 신분증 발급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인간성을, 아니 인간됨을 버리고 자기가 선택한 것이다. 자연 파괴와 인간 사이의 갈등 등, 인간에 대한 회의가 인간성을 기꺼이 버리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인간을 가장 우월한, 또는 가장 중요한 존재로 보는 것이 점차적으로 금기시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말 감쪽같이 누군가의 얼굴로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기존의 합성물들이 거의 조야하거나, 최소한 조사했을 때 가짜로 알아볼 수는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들이 보일 것이다.

권위자나 유명인, 공인, 연예인 등의 행동과 발언이 나오더라도,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낼 수 없게 되면, 결국 그 누구도 그 어느 내용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아니, 반대로 모든 것을 믿게 될 수도 있다. 일단 어떤 영상이 세상에 유통되고 모두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게 진실인가, 거짓인가? 그냥 공유된 그 무엇이다.

누가 진실을 밝히려고 할 것인가? 누군가가 밝힌다고 해도,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정교한 영상 없이도, 확인을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 그렇게 믿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그럼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다면? 그리고 모두가 그걸 믿는다면? 그것이 곧 그 사람들이 보는 “나”가 되는 것이다. 나 혼자 나를 정의하고 나 자신을 믿고 그것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으려면, 지금 사람들이 거론하는 자존감 정도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위 “멘탈”이 굉장히 강해야 한다. 자아가 엄청나게 확실해야 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인가?

성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성전환 같은 외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남성성, 여성성은 갈수록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구분은 여전히 하는데, 사회적으로 못 하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헐리우드에 대한 최신 음모론 중 하나로 Transvestigation이 눈에 띈다.

Trans(gender)+Investigation의 신조어인데, 유명 여배우들이 사실은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을 한 케이스라는 주장이다.

한번 재미로 근거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보다보니 일단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의혹을 제기할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목젖, 골격, 가슴이나 골반 등 체형, 심지어 두개골 모양, 등등.

그렇다고 그런 주장들이 반드시 진실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만큼 남성적(또는 여성적)인 얼굴이나 남체(여체)의 전통적인 기준이 식단조절이나 호르몬 변화, 패션을 비롯한 컨셉에 의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의혹도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들을 입양한 걸로 유명한 몇몇 배우들이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정체성을 바꾸어가면서 키우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평소에 관심을 안 가져서 모르겠지만, 지금 여자로 길러지고 있는 아이의 매우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분명히 남자 아이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요점은 그 사람들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양성성이 화두가 되고 유행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어느 시상식에선가, 핑크라는 가수가 자기 자신의 모습은 물론이고 자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기 딸이 남자 아이 같다는 소릴 학교에서 듣고 왔는데, 자기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쳤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모든 변화들이 새로운 시대의 특징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오래 전부터, 매우 서서히 그러나 매우 확실히 전통의 파괴라는 형태로 전개되었던 변화들이다.

가치 판단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미래를 볼 때, 기술적 발전이라거나 몇 차 산업이라거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각으로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에게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것인지는 모른다. 겪어 봐야 알게 될 것이다.

난 애초에 역사의 흐름의 방향이 진보적이라고 믿지 않는다. 정반합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 흐름을 묘사하는 용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제한된 인간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우리에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을 발전이나 진보라고 정의하는 사람에게, 미래란 그렇게 녹록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 우리라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의 문제도 재정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우리(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발전이 이루어질지는 모른다. 그냥 그저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요즘 가끔 간식 먹듯이 그저 해보는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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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보팅하고 뉴비라 팔로 남겨요~ㅎㅎ

네...감사해요

정말..무서운 미래가 올수도..
보팅하구 가용~^^

전혀 안 무서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ㅎㅎ

간식을 먹는다면, 뭘 먹는지 궁금해.

식사 중간에 먹는다는 의미의 간식은 사실 안 먹어. 거의 매일 1일 1식으로 한 끼에 하루 동안 필요한걸 다 먹거든. 보통 간식거리인 음식도 다 후식으로 그때 먹는데, 내가 만든 요거트랑 피칸 자주 먹음.

음 식단에서조차 단호함이 느껴지는군. 단호함은 너의 매력인 것 같아 ! '내가 만든' 것은 요거트 와 피칸 파이 인건지, 요거트만 '내가 만든' 것인지 궁금해. 설마하니 피칸을 만들어 낼 정도의 단호함은 아니니까.. 크흠..!

음. 물론 피칸만 먹고 파이는 거른다. ㅎㅎ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멋진 이벤트중이네요!
https://steemit.com/kr/@gopaxkr/100-1-1

감사합니다!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말 감쪽같이 누군가의 얼굴로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기존의 합성물들이 거의 조야하거나, 최소한 조사했을 때 가짜로 알아볼 수는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들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진짜 무섭네요.

@jongsiksong 님의 글에서도 딥페이크에 대해 다루고 계신데요 이 기술은 발전할 수록 무서워질 것 같습니다.

https://steemit.com/kr-pen/@jongsiksong/2p2rwg

특히나 피싱에 이용된다면 끔찍한 세상이 올 것 같아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가 오면, 신뢰라는 것 자체가 이미 전설 속의 동물처럼 되어 있겠죠. 머리로는 무엇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별 수 없으니 받아들이는 상태? 해결책이 아니라 단순 도피처로서의 블록체인 상의 소통만 남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좋은 글 입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사실과 진리의 기준이 없어진 세상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된 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꽉 막힌 사람이라며 무시받는 사회가 되었고, 모두의 의견이 '참'이란 진리값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참된 사실은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요즘은 때때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과거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기억과 역사의 조작, 그리고 실존에 대한 정의의 불가능성이 내 기억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곤 합니다.

가끔은 과거에 존재했던 절대적 진리가 다시 이 세계에서 부활하길 바라곤 합니다. 재앙이 될 거란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글이라 리스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엉성한 "포스트모던"이란 이름도 이제 다행히 구닥다리가 되었는데, 소위 사상가들이 지껄인 말을 다 읽어보지 않아도 다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런 문제들이죠! 수직적으로 강요되는 통념들이 있을 떄는 저항하지만 그것들이 붕괴해도 또 다른 방식으로 비틀거리는 것이 우리 인간이고, 아무리 겉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인간의 취약함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를 풀면서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내게 되겠죠. 언제나 그랬듯이...

리스팀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본 '공각기동대'에서 나를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엇죠. 기억의 총체를 나라고 규정하는데 그 기억마져 해킹 당한 사람이 나오면서 끝임 없이 질문을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겠지만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인간성은 남겨져 있길 바랄 뿐이네요.

그 애니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옹고집전이군요. 사실 그 얘기도 언젠가 쓰려고 했었는데...진짜의 기억은 가짜에 비해 엉성하죠. 그게 인간이라는 증거인데도 그 기억의 구멍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결국 자기 존재가 부정되는거죠. 당장 어떤 세상이 오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계속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백, 수천년을 보면 인간사가 달라지고 가치곤이나 양식들이 휙휙 바뀌듯 .. 우리도 그 순간을 직접 다 보지는 못할테지만 바뀌어져 가고 있는 그 시간에 흐름에 떠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는 변화가 그리 깊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얼마 전에 이곳에 쓴 "세 가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글에서 슬쩍 꺼내본 주제입니다. 물론 우리는 외관상으로는 바뀌어 왔고, 그 흐름에 떠다니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ㅎㅎ

좋은 글입니다. 저도 검사내전이라는 도서를 읽으면서 미래엔 거미줄처럼 법,교육,경제,코인이 연결되어있으면 하나만 세게 잡아 댕겨도 파동이 전체적으로 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실은 너무 보수적이에요.... 한국은 언제까지 관료주의, 수직적 갑질문화가 판을 망칠지 모르겠내요...

개인적으로 한국은 굉장히 취약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댓글에 잠깐 쓰기에는 너무 방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이 정도로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변을 보면서 좋은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네요.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면 거꾸로 갔다와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지도...

쓰진 않았는데 국가의 경계 문제도 심각하죠. 그 문제에 얽힌 갈등으로 인해 물리적 타격으로 한 방에 모두가 뒤로 갈 수도 있겠죠. 그걸 감안하더라도 최악이 어느 것인지 확신을 쉽게는 가질 수가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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