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남의 7급 공무원 수험 스토리 #2 [필기합격 후기]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inverse입니다. 오늘은 2016년 8월 27일, 대망의 필기 시험날 전후로 제가 겪었던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녹아내보려 합니다.
전 편이 궁금하신 분은
어느 평범남의 7급 공무원 수험 스토리 #1
위 링크를 눌러서 보시면 됩니다 ^^

Intro. ‘불안감’

수험생활 내내 저를 가장 괴롭힌 감정은 불안감이었습니다.
공부를 할 때에도, 응가를 할 때에도, 주말에 데이트를 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항상 불안 속에 살았습니다.
잠시나마 행복을 느껴도 불안이 엄습해오고, 불안은 불안을 낳고 이 생활 오래 하면 제정신으로 못 살겠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놀아도 될까?”
“내가 이번에 떨어지면 이짓을 1년 더 해야되는건가?”
“1년 더 하면 끝나는건가?”
“장수생이 되면 어떡하지?”
“여자친구는 나를 계속 만나줄까?”
“가족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스티미언 분들 중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공감하실겁니다. 이런 불안한 의문이 끝없이 머릿속에 맴돌죠.

1. 한국사, 과락인가?

공무원 시험에서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과락입니다. 한 과목이라도 과락하면 나머지 과목 전부 100점이어도 무조건
탈락입니다. 저는 암기를 못합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사 암기는 더 못합니다 ㅋㅋㅋ 제가 한국사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시험날 제 시험지에 한국사가 떡하니 놓여있었습니다. 열라 풀었죠.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바로 직전에 풀었던 공단기 모의고사에서 한국사 35점, 과락을 받았거든요. 다른 과목은 술술 잘 풀렸는데, 한국사는 확실히 알고 푼 문제가 다섯 문제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한 문제당 5점이니까 확실한 건 25점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죽고싶었어요.
여차저차 시험이 끝났다는 종이 울리고, 가방을 메고 일어서면 바로 오열할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난 아직 떨어질 준비가 안됐어요. 난 붙을 줄 알았어요. 엄마한테도, 여자친구한테도 “시험 이렇게 저렇게 봤어~” 라고 전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한 10분 정도 교실에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답안지를 나눠주지 않기 때문에 점수도 알 수 없는 상황.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 학교 밖으로 나와서 처음 가본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한 시간 정도 주변을 그냥 걸었어요. 8월이라 날도 더운데 그냥 이리저리 걸어다녔어요. 집에 가면 난 그때부터 재수생이거든요. 아직 여기에 남아있으면 합격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2. 반전

어찌됐든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갔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어요. 한국사 점수를 빨리 알아야 했어요. 한국사만 과락을 넘기면 합격이라고 자신했으니까요. 결국 인터넷을 뒤져가며 직접 한 문제 한 문제 정답을 맞히기 시작했어요.

점수는 55점. 답안지가 곧 나와서 채점을 했는데, 그래도 55점. 위에 0.5점이 더 붙은 건 컴활2급 가산점 0.5점을 받아서 그래요. ㅎㅎ 저는 이 시험에 합격했을 때보다 한국사 과락을 피했을 때 더 행복했어요. 다른 과목도 채점해보니 이건 누가 봐도
합격권인 점수였어요.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나 합격한 것 같아. 일단 여친님이랑 맘놓고 데이트좀 하고 올게” 했습니다.
엄마는 고생했다고 여친님이랑 맛있는 거 먹고 오라고 이제 좀 쉬라고 하셨어요. 전 이제 쉴 자격이 생겼어요. 만약 한국사가 잘못되었더라면 저는 쉴 자격이 없었겠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모의고사에서 과락한 이후로 한국사를 특히 신경써서 봐둔 게 그나마 과락을 피할 수 있었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혼자 뿌듯해 했습니다.

3. 휴식

가족들이랑 마음 편히 밥 먹고 TV 보고 소주 한 잔 하는 그런 일상이 저한테는 항상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젠 정말 편하게 잠도 자고 마음대로 친구들 만나러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배려해주고 인내해준 여친님과 아무 근심걱정 없이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어요.

책.jpg

아직 합격도 안했지만 갖고 있던 책은 바로 전부다 버렸습니다. 다리털 죄송하구요.
글이 길어졌네요. 면접은 필기보다 더 불안했고 재미있었지만 다음 편에 쓰겠습니다. 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 잘 마무리 하시고 월요일부터 힘내서 다시 주말을 향해 달려갑시다!

Follow, Upvote, Resteem, Reply는 모두 환영합니다!! 보팅을 하지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댓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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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kr-recruit 태그를 달아주시면 미래의 취준생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거 같아요~감사합니다.:)

오, 그런 태그가 있는지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어요 ㅎㅎ

ㅋㅋㅋ 반전성적이네요. 요즘 다리털 숱제거하는 아이템이 있다던데...

다리털이요.. ㅠㅠ 솔직히 진심으로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여친님한테 해도
되냐고 물어봐야겠네요 ㅋㅋㅋㅋ

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ㅎㅎㅎ

와우 정말 축하드립니다~그간 고생많으셨어요
저도 큰애가 지금 대학생이라서 남일 같지가 않네요
나머지 면접까지도 잘 마무리 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대할께요^^
결과 나오심 또 포스팅 해주세요... 제가 드릴건 없고 풀보팅으로 축하해드릴께요 ㅎㅎ 화이팅!!!

에고 감사합니다 제주팜님^^ 요즘 정말 취업난이 말이 아닌 것 같아요... 따님께 응원 한마디라도 더 해주세요 정말로요 ㅎㅎ그리구 저는 이미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고 공시생으로서 겪었던 감정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쓰고있습니다 ㅎㅎ 다음 포스팅부터는 글에 전후상황을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면접결과 정말 궁금하네여 :)

흐흐흐 곧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헐 수고하셨습니다. 점수가 정말 잘나왔네요? ㅋㅋㅋㅋ 축하드려야겠죠?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축하받는건 항상 기분이넘나 좋은 일이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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