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해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같습니다.

in #kr6 years ago

새벽에 출출할 때 먹을 용도로 편의점에서 컵반이라는 제품을 세 개 골라 계산대에 가져갔는데, 아주머니께서 한참을 갸우뚱하시더니 말씀하십니다.

"낙지콩나물비빔밥은 2+1 품목이 아니어서 할인이 안되네..?"

다른 두 개는 행사 품목이어서 세 번째 것을 찍으면 0원으로 떠야 하는데 정가가 떠서 당황하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것만 가격이 몇 백 원 더 비쌌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행사상품인 것도 모르고 골랐던 거라서 무심하게 "아, 네." 하고는 그냥 계산하고 집에 왔습니다.



제품 홍보하려는 건 아니지만, 한 끼 식사 용도가 아닌 가벼운 간식으로는 꽤 훌륭합니다. 일단 간편하기도 하고요.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새벽에 잠자리에 들 때 즈음에 당이 떨어져서 손이 떨리곤 하는데 사탕보다 저게 낫더군요.



우선 하나 섭취하고, 가볍게 미드 한 편 보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아니 그럼, 저 낙지콩나물과 별개로 하나 더 무료로 받을 수 있었던 거잖아?"

그렇죠. 3개 가격으로 4개를 구입할 수 있었는데 3개만 받아온 셈이죠.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 얘기해주지 않은 아주머니에게 화가 났습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겠지만요.
아니 그보다, 그걸 모르고 지나친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
아마 지금이라도 뛰어가면 받아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그럴 결심까지 했고요.

그러다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왜 이리도 최선을 다해서 불행해하고 있나

물론 처음부터 3개 가격에 4개를 가져왔으면 모두가 더 행복했겠지만, 제가 4개 가격에 3개만 가져온 것도 아니고 3개 가격에 3개 가져와서 맛있게 먹었으니 불행할 이유가 없잖아요.


조금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겠습니다.

  1. 나는 5만 원이 생기고 친구는 8만 원이 생기는 일.
  2. 나는 10만 원이 생기고 친구는 30만 원이 생기는 일.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것을 고를까요? 당연히 2번이 더 이익인데 망설임 없이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물가를 반영하지 않고요. )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무언가에 대한 집착을 떨쳐낼 줄 알아야겠습니다.
마음의 여유도 찾고 덤으로 5만 원이 더 생기니까요.
아, 친구는 무려 22만 원을 더 얻었으니 모두가 행복하군요.

행복해진다/불행해진다 vs 행복해한다/불행해한다

묘하게 다른 말이죠.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건 운에 따르는 일이겠지만, 행복해하는 것과 불행해하는 것은 둘 다 손바닥 뒤집는 일처럼 쉽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먹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행복해하는 습관을 좀 더 길러야겠습니다.

아 참, 결정적으로 말입니다. 뛰쳐나가서 컵반 한 개 더 공짜로 받아왔더라도 딱히 행복해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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