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서 알게 된 것

in #kr6 years ago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 나온 장면 중에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동성애자인 아버지 히미코와 그의 딸 사오리다.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아내와 딸을 뒤로 하고 집을 나갔던 히미코가 세월이 흘러 말기 암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다. 사오리는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며 살아왔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속얘기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예상가능하듯 사오리는 아버지를 혹독하게 비난한다. 당신이 버리고 간 탓에, 남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아느냐고, 당신을 평생 동안 미워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다 듣고 나서 히미코는 조용히 말한다. "이제 나도 한 마디 해도 될까" 사오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히미코가 짧게 말한다. "그래도 나는 너를 좋아한다."
흔히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엇이 어른인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그러나 부모가 되면서 분명 달라진 마음의 변화가 있긴 하다. 바로 히미코가 했던 저 말. '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전업육아를 할때와 출퇴근하고 아침 저녁 때만 아이들을 돌볼 때의 가장 큰 차이가 환영만 받는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에 다닐땐 아이들에겐 늘 반갑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되기 쉽다. 그치만 하루종일 돌보는 주양육자의 경우 아이들이 원치 않는 것을 하게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막아야 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아이의 안전, 건강, 생활리듬, 습관 등을 위해 때론 엄격한 양육자가 되야하고, 그러고 난 뒤 아이들은 "아빠 싫어" "아빠랑 안놀아" "아빠 저리가"를 연발한다. 나는 그런 말을 제지하진 않는다. 그리곤 속으로, 때론 드러내놓고 "난 너네가 좋아. 어떤 순간에도"라고 말을 한다. 히미코는 본인이 잘못했고 또 용서받기도 어려운걸 알지만 그래도 자식에게 좋아한단 표현을 하고팠던 것이 아닐까.
전업 육아인 생활 세달을 지나 다시 직장인 생활을 두달 넘게 했다. 점점 "아빠싫어"를 듣는 일보다 "아빠 나랑놀자"를 듣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만큼 내가 육아의 늪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반가운 존재가 되고 있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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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어쨌든 저는 이 포스팅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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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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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제 딸이 "아빠 싫어" "아빠랑 안놀아" "아빠 저리가" 하면 정말 슬플것 같아요 ㅠ

괜찮은 척 하지만 속 쓰린건 사실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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