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2050에서 보내는 송년 메일

in #kr6 years ago

제 직장에서 뉴스레터 등록한 분들에게 보낸 송년 메일인데요. 아직 스팀잇엔 회사 공식 계정이 없으니, 제가 올려봅니다. 제가 합류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이 메일만 봐도 우리 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뉴스레터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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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2018년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LAB2050 이원재입니다.

2018년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 해를 보내셨는지요?

랩이공오공은 ‘다음 세대 정책실험실’이라는 지향점을 걸고 2018년 1월에 설립된 민간 정책연구소입니다.
2050년 미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현재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2018년은 행복한 기회의 한 해였습니다.
기본소득 실험과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대담하고 매우 새로운 제안을 많은 분들 앞에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침체와 갈등에 휩싸이는 상황을 목격하던 고통스러운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심각한 제조업 고용위기와 그 여파를 알게 되었고요.
기술 변화와 새로운 혁신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갈등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진단

2018년 1월, LAB2050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현대판 러다이트의 출현’을 예고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예고가 맞았습니다.
기술과 혁신을 포용하고 이용해 풍요로워지는 사람보다, 기술과 혁신 탓에 불안정해지고 빈곤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당연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현대판 러다이트는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공무원, 공기업 시험 열풍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뛰어난 분들, 우리 사회 미래를 끌고가야 하는 분들이 가장 위험 없는 곳으로 피해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카풀앱에 반대하는 택시의 파업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사회 과거의 고통스러운 성장과정을 끌고 왔던 분들, 그 중 가장 어려운 분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하며 저항하는 모습입니다.

연초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은 기술혁명 시대의 공포를 희망으로 바꿀 담대한 계획을 함께 세워보고자 합니다’라는 글에서 설립취지와 함께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이런 현대판 러다이트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는 제조업에서의 고용위기가 중요한 몫을 했습니다.
제조업은 우리 사회에 노동중산층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 중심의 성장도, 1980년대 후반 이후의 노동운동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통 사람이 보통 교육을 받고 보통의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 노동자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안은 증폭되고, 현실의 불평등과 미래 불안이 우리 사회 핵심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LAB2050은 ‘한국판 러스트벨트의 시작, 위기의 시그널을 읽다’라는 기획으로 그 문제를 짚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일자리가 흔들린다,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에서 곡성, 영암, 울산, 경남 등의 위기 시그널을 짚고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오픈데이터의 가치에 맞게 분석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모두 공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방향 제시

진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방향과 대안이겠지요.

LAB2050은 혁신과 행복을 높이기 위해 ‘자유안정성 혁명’을 시작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개인의 삶을 안정시켜 주고, 모두가 생계 고통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도록 해 주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유안정성’은 한 단계 높은 사회로 가기 위한 패러다임입니다.

‘헬조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자유안정성 개념의 윤곽을 담았습니다.

‘안정은 혁신을 촉진하는가’에서는 분배 강화가 혁신을 뒷받침하는 힘이 된다는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연구보고서 ‘자유안정성 혁명’에는 더 깊은 분석과 정책제안까지 담아 발표했습니다.

고용 불안을 이야기하면 일자리정책 강화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존 일자리 정책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방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미래에서 온 실패보고서, 제인스빌’에서 전통적 정책의 생생한 실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대안의 방향을 말씀드렸습니다.

대안

LAB2050은 구체적으로는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약을 수립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자평합니다.

설립하자마자 빠르게 준비해서 ‘기본소득과 혁신’을 주제로 ‘새로운상상2018’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부터 복지국가 핀란드까지 다들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관심이 많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콘퍼런스 소식을 알리자마자 순식간에 500여명이 등록하고, 나중에 1천명 가까이까지 올라서 실무적으로는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새로운상상2018: 디지털 전환, 기본소득, 그리고 사회 혁신의 만남’발표내용은 콘퍼런스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뒤 KBS와 함께 ‘KBS 명견만리’를 같이 제작했는데요.
한국 최초로 기본소득 실험 주장을 공중파를 통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상상’은 젊은 활동가들과 기업가들에게, ‘명견만리’는 좀더 연령이 높은 시니어 세대와 어쩌면 ‘보통 사람’들에게 영향이 꽤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네 어르신들이 텔레비전을 보시고는 기본소득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을 걸어 주셔서, 참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명견만리 ‘물고기를 주세요, 기본소득’은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작업은, 한국에서 실시할 수 있는 기본소득 실험 안을 설계한 일입니다.
이 설계는 LAB2050과 서울연구원이 함께 진행했는데요.
2019년 초에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핀란드,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진행 중인 것과 비슷하게, 한국판 기본소득 실험을 실제로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고용위기와 관련해서는, 1990년대 위기 국면을 20여년간의 도시 혁신으로 극복한 일마 리팔루 전 스웨덴 말뫼시장의 인터뷰를 성사시켜, 위기 지역들에게 정책 대안의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명언을 찾아냈습니다.

‘말뫼 혁신 전환의 진짜 비결’에서 전해드린 내용입니다.

랩은 한 해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더 빠르게 흔들려 온 것 같습니다.
분배와 혁신, 안정과 자유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더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새해에는 더 깊이있는 근거를 가지고 더 실천적인 해답을 찾아 제안하는 정책실험실로 발돋움해야겠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빕니다.

LAB2050
이원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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