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육아]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인식의 전환

in #kr6 years ago

에버노트에 기록한 과거의 육아기 덕분에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또 그걸 지켜보며 느끼는 것들만큼 내게 기록의 욕구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 있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기를 자주 적진 못했는데, 이전 육아기를 읽으면 어떻게든 많은 기록을 남겨야겠단 생각이든다. 이글은 그 육아기를 조금 고쳐 쓰고 편집한 것이다. 이년도 더 전의 이야기.

두돌이 갓지난 첫째 아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지금 삼십개월이 넘은 둘째 아이처럼 그날 첫째 아이도 혼자서 밥을 혼자서 잘 떠먹진 않았나보다. 메뉴는 동그랑땡을 잘게 부숴 김부스러기와 함께 섞은 햅쌀밥. 맛 없는지 잘 먹지 않았다. 아니, 밥먹인 시간이 문제였나. 아이주려고 준비한 밥을 내가 먹었다.

한 시간 지난 뒤에 다시 같은 메뉴로 시도. 역시나 먹지 않았다. 메뉴가 문제였나. 아이는 밥 대신 뽀로로 가방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인지능력의 발달을 느낄 수 있었다. 가방 안의 여러 버튼을 누르고 조작하는 것에 상당히 능숙했다.

그치만 그 가방서 잘 조작하기 힘든게 있었는데, 그건 꽤 힘을 줘서 눌러야 하는 버튼이었다. 그 버튼을 누르면 포비 얼굴이 에디 얼굴로 바뀌고, 또 누르면 해리로, 더 누르면 다시 포비 얼굴로 바뀐다. 예전에는 첫째가 노력해도 되지 않으면 짜증을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낑낑 대다가 안되자, 내 손가락을 끌어와 버튼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고,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아마도 함께 누르자는 신호같았다.

같이 힘껏 눌러서 포비 얼굴이 에디로 바뀌자 아이는 박수치며 좋아한다. 나도 그때 깨달은 것이 있어 숟가락의 손잡이를 돌려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는 숟가락을 쥐고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주는 것보다 스스로 먹기를 원했던 것이다. 아직 스스로 떠먹진 못했지만, 내가 밥을 떠주면, 아기는 스스로 숟가락을 쥐고 밥을 먹었다. 그렇게 지난할 것 같았단 저녁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 육아기를 읽고서 요즘 두 아이가 보이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두 아이는 사소한 것들도 스스로 해내고 싶어한다. 물이나 음료수를 컵에 따르는것(이러다가 자주 쏟는다), 주스나 우유에 빨대를 꼽는것, 신발을 신고 벗는것(왼쪽오른쪽을 자주 거꾸로 싣는다), 자동문의 버튼을 누르는것(열림과닫힘을 반대로 누르곤한다) 등등.

급하다고 어른이 대신해주면 다시 스스로 하겠다고 시위를 한다. 최근엔 버스탈 때 아이를 안어서 태우자, 버스에서 내내 스스로 타겠다며 온몸으로 저항을 했다. 이럴땐 참 난감하다. 다른 승객들에게도 민폐.. 그래서 요즘은 아주 지체되지 않을 정도로 신경써서 아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스스로 버스에 발을 내딛도록 도와주는 편이다. 근데 이것도 아이 한명만 돌볼 경우에 가능하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에게 무언갈 스스로 해내면서 느끼는 자기효능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난 지금은 너희에게 도움이 되고 또 필요한존재라서 큰 효능감을 느낀단다. 너희들이 하나하나 스스로 해나가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손 잡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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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내가 할거야~" 시절이죠^^

우리아이들은 시켜줄때까지 "내가할수있어~~" 무한반복입니다^^

주스나 우유에 빨대를 꼽는것, 신발을 신고 벗는것(왼쪽오른쪽을 자주 거꾸로 싣는다), 자동문의 버튼을 누르는것(열림과닫힘을 반대로 누르곤한다) 등등.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인가봐요 ㅎㅎ 기다려줘야하는데 내맘이 급해서 대신 해버리곤하죠. 반성하게 되네요^^

아이들은 비슷하군요ㅎ 저도 무지 답답해요 기다리지 않을때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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