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일신 05 - 묘하게 위로가 되는 글. 정희진의 '오늘 부는 바람'

in #kr5 years ago (edited)

오늘 추천하는 텍스트는 일종의 서평입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씨가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정희진의 어떤 메모'라는 꼭지를 꽤 오래 연재를 했는데요. 다독가인 그가 책에 대해 쓴 글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장르를 '독후감'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남습니다. 일반적인 독후감, 서평 등의 글과 다르기 때문이죠.

그는 책을 절대 요약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일도 드뭅니다. 그저 책의 텍스트가 한 사람에게 온전히 머문 뒤에 그에게 남은 정서를 전해줍니다. '정서'라고 해서 꼭 감성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날카롭고, 지적이며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정희진 특유의 문장에선 범상치 않음을 발견하지만, 때론 상처 받고, 위로 받고 싶은 보통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 꼭지로 나온 글들을 묶어서 '정희진처럼 읽기'란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방금 살짝 구글링을 해보니, 그 책의 부제가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이군요. 저의 설명과도 맞닿아 있네요.

오늘은 그 '정희진의 어떤 메모' 가운데 하나를 소개합니다. 제가 가끔 찾아서 다시 읽는 글인데요. 사실 정희진씨가 아낀다는 김원일 소설가의 '오늘 부는 바람'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전 그래서 이 글을 그냥 정희진의 '오늘 부는 바람'이라고 썼습니다.

정희진의 이 글은 절망에서 위로를 찾으려 하지 않는데도 묘한 위로의 힘이 있습니다.

정희진의 '오늘 부는 바람'

문득 이 글을 소개하니, 이 노래도 소개를 하고 싶네요. 그냥 한 때 이게 내 마음이구나 싶어 주구장창 반복재생했던 노래입니다.

9와 숫자들 '눈물바람'

마나마인_애니메이션.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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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려 하지 않았지만, 삶의 쓸쓸한 뒤안을 공감해주기에 위로 받는 기분이 드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네요. 소개해주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그래서 제가 그런 기분이 들었군요..잘 읽으셨다니 소개한 보람이 있네요^^

인간은 인생에 개입할 수 없다. 삶은 어쩔 수 없음이요, 외롭고 지겨운 노동,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生) 이후엔, 바로 노병사(勞/老病死)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82638.html#csidxcbcb12ab4e0e787beaa596903803221

저어게도 담담한 위로가 되네요. 너무나 좋은 글과 음악 소개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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