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43
안전가옥의 다른 방에서 나종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직원 세 명이 모니터를 통해 민지희의 기획사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떠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동물원의 원숭이들을 관찰하듯 그들은 50인치나 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획사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획은 잘 짜놨겠지?”
모니터를 쳐다보던 나종민이 옆에 서 있던 비서실 직원 맹만철에게 물었다. 맹만철은 나종민의 고향후배였고, 대학교 후배이기도 했다. 맹만철은 눈이 가늘게 위로 찢어져 매서운 인상이었고, 의심이 많아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술에 수면제를 엷게 타놓아서 조만간에 나가떨어질 겁니다. 놈들이 뻗으면 산 채로 여기 안전가옥 뒷마당에 묻고 시멘트로 발라버릴 겁니다. 내일 오전에 타임캡슐을 묻을 거거든요.”
맹만철이 나종민의 물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차갑게 대답했다. 그 정도의 일은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였다.
“음... 아주 좋은 방법이야. 일단 불러온 계집애들부터 집어넣어서 술 진탕 먹여! 원하는 대로 실컷 놀도록 해주란 말이야.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천국 구경부터 해야지. 그리고 쟤들 통장에 들어간 돈은 바로 회수시키고, 그 계좌는 깨끗이 폐쇄해. 실수 없도록 하라고!”
나종민은 눈을 부릅뜨고 맹만철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조금 전에 계집애들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으니, 곧 들어갈 겁니다. 지금 대기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고, 아주 잘 빠진 애들로만 준비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계좌는 조금 전에 세탁 끝내면서 바로 폐쇄시켰습니다.”
“좋아. 아주 잘했어. 맹만철이 일 처리 하나는 똑 부러지지. 그럼 수고하라고. 나는 가 볼 테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실수 없도록 하고, 일 끝마치면 나한테 바로 보고해.”
“네. 조심해서 가십시오.”
맹만철은 문을 열고 나가는 나종민의 등을 향해 구십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