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리학회 참석기] (8) 그래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김필립 교수님을 만나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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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제작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올해 3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물리학회 (American Physical Society) 3월 연례 정기 학술회 (Annual March Meeting)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지금부터 학회에 다녀온 참석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학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다소 딱딱할 수 있으니 학회 일정 이후 뉴올리언스 도심을 구경하고 현지 음식을 소개하는 여행 내용을 주로 다룰 예정이랍니다.

김필립 교수님 약력

김필립 교수님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과학자입니다. 1986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하여 1990년 대학을 졸업한 뒤 동 대학 물리학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1992년 졸업했습니다. 이후 미국 하버드 대학교로 진학하여 1999년 응용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3년 모교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8년 제 18회 호암상 과학상과 2011년 제 6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위키피디아 출처) 김필립 교수님은 그래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지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이 그래핀 연구 분야에 주어졌는데 김필립 교수님은 수상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사건의 전말을 저와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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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

지난 2005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가임 교수팀(안드레 가임 교수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님)에 이어 김필립 교수님은 그래핀의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확인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노벨상 위원회는 2010년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 두 명에게만 노벨상을 수여했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후 40일이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발터르 더 히에르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님은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편지를 노벨상위원회에 보냈습니다. 이 편지는 총 1만 500자가 넘는 긴 내용을 담고 있었고 히에르 교수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동시에 공개했죠. 히에르 교수님은 “노벨상위원회가 노벨상의 근거를 설명한 ‘과학적 배경’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그래핀에 관한 오류가 여럿 있다”며 “이 내용을 고치지 않으면 과학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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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 매체의 설레발

네이처는 다음 날인 11월 18일 곧바로 “노벨상위원회가 비난에 휩싸이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뉴스를 통해 히에르 교수님의 비판을 상세히 전하였고, 노벨상위원회는 히에르 교수님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25일, 이 기사가 네이처 지면에 실리자 국내 거의 모든 매체가 “한국인이 첫 노벨물리학상을 놓친 것은 노벨위원회의 잘못”이라는 뉴스를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도된 기사들은 과장되거나 틀렸습니다. 히에르 교수님은 편지에서 김필립 교수님은 물론 김필립 교수님의 논문조차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김필립 교수님 이름이 처음 언급된 것은 네이처 온라인 뉴스였고 그래핀 분야의 거장으로서 히에르 교수님의 편지에 대한 반응을 덧붙이기 위해 인터뷰한 정도의 내용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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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사이언스

편지의 진짜 의도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에르 교수님이 김필립 교수님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석연치 않습니다. 김필립 교수님의 2005년 네이처 논문은 노벨상을 수상한 가임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이후 가장 중요한 논문으로 꼽히며 연구 내용 역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히에르 교수님이 김필립 교수님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요? 히에르 교수님 자신이 노벨상을 받지 못했음에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편지를 다시 살펴보면 실리콘 카바이드에서 얇은 탄소층에서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히에르 교수님 자신의 연구가 큰 기여를 했고 노벨상을 타야한다고 우회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연구가 노벨상을 탈 만큼 의미 있는데 학계에서 인정해주지 않아 억울함에 편지를 쓴 것이고 거의 비슷하게 노벨상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김필립 교수님을 굳이 거론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오히려 김필립 교수님이 2005년 네이처 논문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한 가임 교수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시한 양자홀 효과가 그래핀의 새로운 물리적 성질을 밝힌 더 의미 있는 연구 결과이므로 노벨상을 타더라도 히에르 교수님이 아닌 김필립 교수님이 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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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김필립 교수님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는 없었을까?

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김필립 교수님이 노벨상을 공동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세계 그래핀 학회에서도 김필립 교수님이 노벨상을 받았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필립 교수님의 그래핀의 양자홀 특성 연구는 노벨상을 수상한 가임 교수팀의 스카치테이프 방법을 써서 얻은 그래핀을 사용했기 때문에 김필립 교수님이 그래핀의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가임 교수팀의 실험적 방법을 오히려 뒷받침 해준 셈입니다. 즉, 해당 연구 분야를 처음 개척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의 기준을 생각해본다면 김필립 교수님이 노벨상을 받기에는 ‘2% 부족’한 셈입니다. 그래도 역시 한국인 최초 과학 분야, 그것도 물리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뻔 했던 사건이니 아쉬움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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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립 교수님을 만나다.

미국 물리학회에서 김필립 교수님을 뵙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김필립 교수님을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김필립 교수님께서는 하버드 물리학과 교수이시면서 UNIST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기 때문에 UNIST에 여러 번 방문하셔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쉽사리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이번 미국 물리학회에서는 용기 내어 다가갈 수 있었죠. 제 연구 내용 역시 그래핀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연예인과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김필립 교수님에 이어 그래핀으로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님 역시 미국 물리학에서 뵈었는데요. 다음 편에 노보셀로프 교수님과 함께 그래핀이 어떤 물질인지 간략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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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제작해주신 @inhigh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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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법이죠
부럽습니다.

여러모로 자극이 되었습니다 ㅎㅎ

진짜 연예인 만나는 기분이었겠어요. 교수님이 노벨상 타지 못한 아쉬움은 훈한님이 나중에 풀어주심이.. ㅎㅎ

제게는 연예인 그 이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그 아쉬움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오...훌륭한 만남이었네요.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제게 큰 영광이었지요 ㅎㅎ

교수님도 스티밋 하실라나요? ㅋ

설마요 ㅎㅎ 워낙 바쁘시고 연구에 몰두하실테니 아마 가상화폐 및 스팀잇 세계를 모르고 계실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hunhani님 와우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그 설레는 마음 좀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국나 언론 매체의 설레발" 국내 언론 오타가 난 듯
합니다~~ 제가 수정해 드리고 싶네요 ㅋㅋ 우리나라사람들 설레발은 세계
1등 인 듯 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앗!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ㅎㅎ 이 경우에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국내 언론 설레발이 한편으로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면도 있더라구요~

아 네 그렇군요 ㅎㅎ 추가 설명도 감사합니다^^

그래핀이면 탄소섬유 맞죠? ㅋㅋㅋ어디서많이 들었어요 ㅋㅋㅋ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긴 하지만 탄소섬유와는 많이 다르답니다 ㅎㅎ 다음에 자세히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오오 ㅋㅋㅋ궁금하네요 ㅋㅋ기다리고있겠습니다! 괜히 아는척 했네욬ㅋㅋㅋㅋㅋ

탄소를 맞추셨으니 절반 이상 맞추신거죠 ㅎㅎ 아는 척이 아닙니다~

자신의 공부하고 관심있어하는 분야의 업적을 남기고 있는 멋진 분과의 만남은 늘 설레이고 행복한 것 같아요. ^^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ㅎㅎ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우와~
만나고 다니시는 분들이 다들...ㅋ

국제 학회에 참석한 덕분에 만나뵙는 기회를 겨우 잡은 것일 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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