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리학회 참석기] (15) 현지인에게 한국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을 듣다. (Feat. Hemingway Cuban, Backspace Burger)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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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제작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올해 3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물리학회 (American Physical Society) 3월 연례 정기 학술회 (Annual March Meeting)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지금부터 학회에 다녀온 참석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학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다소 딱딱할 수 있으니 학회 일정 이후 뉴올리언스 도심을 구경하고 현지 음식을 소개하는 여행 내용을 주로 다룰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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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하지만 푸근하고 정감 가는 가게

간단히 요기하기 위해 프렌치 쿼터를 헤매다 작고 아담했지만 적당히 푸근하고 정감 가는 가게를 발견하여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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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BBQ 치킨?

특이한 것이 이곳에서는 KOREAN BBQ CHICKEN SKEWER 라는 한국식 BBQ 치킨을 판매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하긴 했지만 Served with ginger apple compote 즉, 생강 사과 설탕 절임과 함께 나온다는 글귀를 읽고 괜히 모험하기 싫어서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양념 치킨을 의미하는 것 같네요. 저는 Hemingway Cuban과 Backspace Burger를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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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ingway Cuban, Backspace Burger

Hemingway Cuban은 넓적한 빵에 다진 돼지고기와 소시지, 치즈, 양파, 머스타드를 듬뿍 올린 것이 포보이와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도 약간 달랐습니다. 간이 살짝 짜긴 했지만 음식 재료 조합이 당연히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인터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Backspace Burger는 두터운 소고기 패티에 햄, 계란, 토마토, 치즈, 양파 등이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감자튀김도 함께 나왔는데 미국에서 먹어본 감자튀김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배불리 식사했고 분명 맛있게 먹었지만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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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이다.

현지인에게 "Korea is a great democratic nation."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이 말을 듣기까지 기분 좋은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딱 봐도 술에 취해 흥에 겨워있는 옆 테이블 친구들이 오지랖을 부리며 “칭챙총”이라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거나한 기분에 모르는 사람이라도 말을 섞으며 놀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칭챙총”이란 단어는 서양인들이 중국어를 처음 듣게 되면 그렇게 들린다고 하여 중국인 내지 동양인 전체를 비하할 때 쓰는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단어에 기분이 상해서 정색하고 쳐다보며 정중하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네요. 외국에서 무시 받지 않으려면 그 나라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유창하지 못한 영어가 아쉬웠지만 다행히 상대는 곧장 사과했고 분위기가 풀리자 한국인임을 분명히 알렸습니다. 그러자 들려오는 말이 "Sorry, I did not know you were Korean. Korea is a great democratic nation." 이었습니다.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고맙다고 하고 적당히 회피할까 하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요즘 시대에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이 부패한 대통령과 정부를 탄핵시킨 것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탄핵(impeach)이라는 단어를 못 알아들었는데 다른 단어를 들으니 딱 감이 왔습니다. (참고로 미국 학회 기간이 3월 13일부터 17일까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일인 3월 10일 직후였습니다.) 분위기가 머쓱해서 일부러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일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속 뉘앙스까지는 알아채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짐작하건대 둘 다가 아닐까요? 미국에 인종차별적인 사고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체험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영어를 더 잘해야겠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더 강대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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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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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제작해주신 @inhigh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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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안녕하세요 hunhani님 사실 저도 필리핀에 오래살았지만 영어공부는 정말 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후진국 사람들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처럼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몇번 느껴봤구요..
말씀대로 배우고 강해야 무시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시하지 않아야 무시받지 않는데 조금 더 주의해야겠습니다 배우고 강해지도록 해야겠네요 ㅎㅎ

네 ㅎㅎ 그래야 겠네요.. 좀 더 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입에 미소가 생기는 글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Great!

능숙하진 못했지만 나쁘지 않게 대응한것 같아 다행입니다 ㅎㅎ

영어로 그렇게 대응을 하셨다니 멋지십니다! 탄핵관련 일들은 다시 기억하기 싫지만... 좀 뿌듯하긴 하네요. 제가 아는 외국인도 국민이 들고 일어서서 탄핵을 시킨것에 대해 감탄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해외 나가서 당당하게 알아듣고 주장하기위해 영어회화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유창하게 말했던 것은 아니라 부끄럽습니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ㅎㅎ

상황을 모면하려는 이야기 였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뿌듯함이 밀려오네요~!!

상황을 모면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겠죠? ㅎㅎ 그래도 나쁘지 않게 대응한것 같아 다행입니다~

우와~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살찔꺼 같은...ㅋ

딱 살찌기 좋은 조합이죠 ㅎㅎㅎ

우리나라 촛불집회는 역사에 남을 평화 시위였죠!
프랑스혁명보다 위대한 역사로 남을거란 얘기를 듣고
그 곳에 참여한 제가 자부심뿜뿜 됐던 게 생각나네요 :)

동양여자로서 서양인들이 장난을 걸어오면
일단 무서워서 피하고봤었는데
저도 이제부터 당당히 사과를 요청해야겠어요!

너무 사진이 맛있어보여용.....ㅠㅠㅠㅠㅠ
우리나라가 얼른 강대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당.ㅠㅠㅠㅠㅠ
그래서 모든 나라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하는...날이..왔으면 좋겠어용...ㅠㅠㅠㅠ

그 정도로 강대국이 되더라도 이미 공용어인 영어 대신 모든 나라가 한국어를 하게 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ㅎㅎㅎ

치킨이 너무..맛있어 보이네요

치킨이요? 치킨 사진은 없는데 그냥 메뉴에 있는 BBQ 치킨 설명이 맛있어 보인다는 말씀이세요? ㅎㅎ

우리나라 탄핵을 미국에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정말 대단합니다.

미국 내에서도 언론에서 무게 있게 탄핵 소식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현지인들도 정확한 정황이나 사실 관계는 몰라도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내용은 알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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