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할아버지가 주셨던 스카치 캔디

in #kr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hjk8596 , Pohang 입니다.

@venti 님의 추억을 구매하시는 이벤트 글을 보고 이렇게 추억을 풀어봅니다.

제가 어릴 때 저희 집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어서 저 혼자 안동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몇달간 맡겨졌습니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기에 , 어린 저는 동네에 저보다 두세살 많은 형밖에 같이 놀 또래가 없었습니다. 그 형과 마을 앞에 있는 도랑에서 다슬기와 가재를 잡으며 놀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형마저도 서울로 이사를 가버리자 저는 놀 사람이 없어서 매일 할아버지 할머니께 투정을 부리곤 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할아버지는 테레비 뒷편에 쟁여놓으신 '스카치캔디'를 꺼내어 제게 한움큼 주시며 경운기를 태워주시곤 하였습니다.

경운기 뒷 짐칸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할아버지가 주신 캔디를 까먹으며 밭에가서 일하시는 할아버지에게 빨리 집에 가자며 생떼를 부리곤 하였죠. 그러다 심심함에 밭 근처를 돌아다니다 풀뿌리를 밟고 넘어져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제가 울고있으면 할아버지께선 제 울음소리를 듣고 하시던 일을 멈추고 제게 다가와서 흙과 복숭아 털이 뭍은 손으로 제 눈물을 투박하게 슥슥 닦아주시곤 저를 한 팔로 번쩍들어 다시 경운기 뒷편에 앉혀주시며 "할배가 일 퍼뜩 끝내놀테니까 여서 할배가 준 사탕 까먹으면서 쪼매만 기다리레이" 하시곤 다시 밭으로 가셨죠.

저는 얼굴에 뭍은 복숭아 털의 까끌함에 얼굴을 벅벅 긁으며 울음을 그치고 다시 사탕을 까서 먹으며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들면 할아버지의 경운기 시동 넣는 소리에 놀라 부스스 잠에서 깬 뒤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샤워를 하고 나면 할머니께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청국장이 올려져있는 밥상을 들고 나오시며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나면 항상 셋이서 마당앞 평상에 앉아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작물을 솎아내면서 자기전 소화 운동을 하곤 했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질려서 투정을 하면 할아버지께선 저를 당신의 무릎에 앉혀놓고
"사탕 묵고 있으라, 할배가 퍼뜩 끝내놓고 방에 드가가 테레비 보다가 자자"하시며 작업을 하시다가 저의 투정에 작업을 채 못끝내놓고 함께 방에 들어가서 TV를 보며 자곤 했습니다.

할아버지만의 제 투정 회유법은 언제나 그 커피맛 스카치캔디였습니다.

10년하고도 몇년이나 더 지난 지금, 성인이 된 저는 가끔 그 사탕의 달콤한 커피맛이 그립습니다.
지금 할아버지께선 농삿일로 힘드셨던 몸을 높은 산에 뉘어서 높은 하늘에서 저와 저희 가족을 지켜주시며 계시겠지요.

생각해보면 제가 첫 손주였기에 할아버지께선 저를 무척이나 아끼시며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아낌없이 베풀어주시던 사랑을 채 갚지도 못한채 할아버지께서는 떠나가셨네요.

가끔씩 힘들때면 할아버지께 투정을 부리며 스카치캔디를 얻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투박하고 두꺼운 손에 한움큼씩 사탕을 퍼주시던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다시한번 그 달콤한 맛에 당신의 무릎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주셨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주신 사랑만큼 할머니께 더욱 더 효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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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스카치캔디였네요 ^^ ;; 단순히 사탕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진실된 마음이 담긴 캔디 .. 저는 유년기때 친가 / 외가 할아버님들이 일찍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얼마 없는데 8596님은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셨네요 !

네 정말 그땐 마법이라도 부린것 처럼 캔디만 받으면 투정을 멈췄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조부모님과의 잊지못할 추억은 너무 서글픈것 같아요. 얼마 쌓지도 못한채 급하게 떠나가버리시니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탕인것 같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은 것은 사탕이지만 왜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을 먹은 것 같을까요
추억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스카치캔디.... 추억속의 캔디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ㅎㅎ 요즘은 잘 찾아보기가 힘들죠.
어르신들이 즐겨먹는 거라서 요즘엔 통 먹질 않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추억에 잠겨 한봉지 사먹어 봤어요

잊지 못할 사탕이네요...저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얽힌 추억의 음식들이 많은데 나중에 풀어봐야겠어요 !

네 조부모님과의 추억이 부모님과의 추억만큼 각별하더라구요 !
언젠가 smartcome님의 추억 보따리를 들려주세요 ㅎㅎ

스카치캔디 커피맛... 저도 엄청 좋아했는데 ... 거기에 아련한 추억까지 더 있다고 하시니 저도 오늘 하나 사먹어봐야겠네요^^

뭔가 옛날 그 맛을 생각하며 사먹으면 실망하게 되지만 추억의 아이템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먹으니까 맛있네요 ㅎㅎ

포항님.. :-) 할아버지께서 정말 기쁘시겠어요. 스카치캔디만 보면 할아버지 생각이 나실테고..늘 포항님과 함께 계시겠네요. 소중한 추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영화 '집으로' 가 생각나기도 하고..짧은 단편소설같기도 하고..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예요. 그리고 포항님, 제가 소원을 말해봐 라는 글을 쓰며 다음주자로 포항님을 지목^^했어요. 해주실거죠? ㅎㅎ :D

ㅎㅎ 어림없는 글솜씨지만 한번 재미있게 써보고 싶네요 !

한동안 조금 진지하게 써야했던 시리즈물때문에 뭔가 유쾌하고 재미있게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좋은기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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