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군인이란 대체 무엇인가?
#1
오늘 11시경, 1호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군인 앞에서 뭐라뭐라 소리를 치고 계셨습니다.
그 군인은 많이 당황했나본지 아무 말도 못한채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곧 지하철 요원들이 제가 있던 칸에 들어왔고,
지하철 내에서 탈모가 옳은가 아닌가로 할아버지와 지하철 요원간에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 아니 왜 모자를 벗고 있냐고! 원래 지하철에서도 써야되는거야!"
" 여기 안이잖아요. 안 써도 돼요. 나라지키는 사람한테 왜 그래요! 일단 내려서 이야기해요."
" 안써도 된다고? 써야 돼! 나 국가유공자야! (지갑을 열며)"
" 아니 그 증 꺼내지 마세요. 일단 내려서 이야기 해요!"
마침내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하여 잠시 멈췄고, 할아버지와 보안 요원들은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군인이 지하철 내에서 탈모를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합실이나 역 내에서는 써야하지만, 굳이 지하철 안에서 까지는 안써도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이것이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인지는 논외로 하고 전 약간 씁쓸했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도 분명 나라에 큰 봉사를 하셔서 국가유공자가 되셨을 것이고, 군법에 대해 이래저래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군인 출신이신것 같았습니다.
군인 출신이셨다면 군인의 노고를 더욱 더 잘 아실텐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주지는 못할 망정 만만한게 군인이라고 군인을 아랫 사람으로 보고, 명령하듯이 꾸짖는 태도가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분이 군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었다고 하셨더라도 지금은 퇴역하셨고 처음 보는 군인한테 아랫 사람 부리듯이 뭐라뭐라 명령할 자격은 없는데 말이죠.
#2
제 일병 휴가때의 일입니다.
복귀날이였는데, 짧은 휴가를 마치고 착잡한 마음으로 부대 근처의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터미널 앞을 지나가는데 왠 기부 단체의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아줌마 두명 정도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이거 정치적인거 전혀 아니야! 와서 서명해!'
워낙 막무가내여서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그 기부단체의 천막으로 끌려갔습니다.
독거 노인 분들이 어쩌고 저쩌고 지금 굶고 있는 아이들이 어쩌고 저쩌고
거의 10분간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때 집안 사정이 어려웠을때라 부모님한테 용돈 한푼 못받던 때였습니다.
20만원이 안되는 월급으로 1달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미안하지만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아줌마들이 저를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월 2만원 상당의 정기 후원에 가입하도록 거의 강요하다시피 저를 몰아갔습니다.
그분들은 군인이 얼마 정도 받고 있는지도 대충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만원 정도의 월급을 아끼고 아껴서 2만원 후원하면 되지 뭐 그렇게 쫀쫀하게 구냐는 식으로 계속 말을 했습니다.
계속 이런식의 말을 듣자니 화가 났지만,
제 이름과 계급이 적혀있는 군복을 입고 있던 터라,
할말을 다 하면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몰라 그냥 끝까지 안하겠다고 하고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부대에서 선임들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그런 일을 당한 선임들이 저 말고도 몇몇 추가로 더 있었습니다.
아마 군인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함부로 예의없게 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군인들 상대로만 유독 악랄하게 저런 기부 강요 활동을 벌인 듯 싶었습니다.
그들에게 군인들이란 나라를 지켜주는 사람 그런 것이 아닌
매달 20만원 꼬박 꼬박 나와서 정기적으로 뜯어 먹기도 좋고 무리하게 기부 활동을 벌여도 함부로 저항하지 못하는 '돈 뜯어먹기 좋은 호구' 쯤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최근 외박,외출 장병들의 위수지역 제한을 해제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웃긴것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죽음을 불사한다고 하며 저항한다는 것입니다.
뭐가 그리 두려워서 그러는 걸까요?
전 육군 출신이 아니여서 육군의 외박/외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짧은 기간 외박이나 외출을 나오게 되면 위수지역이 있든 말든 멀리 나가는게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근처의 위수 시설을 사용하게 될텐데 그들은 뭐가 그리 두려워서 죽음까지 불사한다는 것일까요?
혹시 그동안 군인을 상대로 취하던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되서 그러는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해봅니다.
#4
2016년 YTN '2016년 대학생 가치관 조사'에서 4년제 대학생 5100여명을 상대로 전쟁이 나게되면 참전할 것이냐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물론 예비역에 편입되어있거나 현역인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않던 참전을 해야겠으나,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였습니다.
참전할 것이라는 의견보다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근소하게 더 많았습니다.
어찌보면 이는 20대들이 그 만큼 애국심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국가의 안보보다 개인의 안위를 더 우선시하는 개인주의적인 사상의 확산 때문이다. 등등 여러 해석이 많았습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최저 임금도 못 받는 군인들에 대해 존중과 감사는 커녕,
군인들의 불리한 신분을 이용해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이 많은
현 세태에서 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싶겠냐..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군인에 대한 대우, 인식 개선은 단순 군인 개개인의 복지 문제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의 애국심과도 직결되어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두서 없는 글 읽어주신 모든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맞습니다.. 군대 전역한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돈은 최저시급도 안주고 고작 포상 휴가라는 명목으로 개처럼 일시키는데 지금 생각하면 고작 휴가를 위해서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면 그에 걸맞게 대우를 해주는데 사람답지도 않게 대하면서 전쟁나면 싸워라? 누가 싸움니까? 후...
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사병 대우에 관해서는 일단 정치인들의 문제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군외부에서 군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물론 고마움을 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고작 40만원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돈을 어떻게든 뺴앗아 볼까
이사람들의 불리한 신분을 이용해 어떻게 이용해볼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군인 비하도 너무 심각하구요..
잘 봤습니다. 원래 육규에 실내에선 탈모, 실외에선 착모로 정해져 있습니다.
저 또한 휴가를 나와 길을 가다 할아버지들과 시비가 붙을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비 올 때 우산을 쓰는 것 때문에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 실내라는 의미가 참 애매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것 같네요. 지하철 열차내가 실내인지 실외인지...
그 할아버지들께서도 본인들도 군생활을 하셨을거면서 왜 그러시는지 참 ㅠㅠ
나이가 많으면 노인이고 생각이 성숙해야 어른이 됩니다.
공공장소에서 가끔씩 저런모습을 보는데 안타까울때가 있어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군인, 소방관 이런 분들께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ㅎㅎ
병사 신분이면 민간인이랑 시비 붙어도 골치 아프죠. 저도 휴가 때 엉뚱한걸로 트집잡히면 서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일부로 군인의 그런 불리한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군인은 군복을 안입어도 티가 잘나죠 머리가 짧아서..
그 군인도... 참... 그냥 쓰면 될 걸. ^^
ㅋㅋ 생각해보니 그러긴하네요 ..
왜 안썼을진 모르겠네요
후 읽으면서 제가 다 부들부들하네요ㅠㅠ 군인이라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시민분들과 상인분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반대로 철저히 약자로 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죠...
크립토님 화이팅입니다!!!
하.... 정말 답답한 일들이네요.
저는 여자이지만, 우리나라의 제도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이 군복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한창 젊을 때, 모든 것에 우선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구에게나 그래야겠지만, 특히 민간인을 상대로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군인들에게 억울한 대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드네요.
최근 세번째 남북 정상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heterodox님의 글을 보니 또 통일에 대한 상념이 깊어지네요.
저도 넘 안타깝습니다
강제로 2년을 제한 받으면서 살아야하는데
이건 나라의 상황 때문에 어쩔수 없다 쳐도 군인 비하하거나 군인을 착취하려는 분들 보면 좀 아닌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가 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군대에 갔을 때 농담 삼아서 이런 투정을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너무 힘들게 고생하고, 젊음의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에 입대를 기피하거나 군복무 중 특권을 남용하는 연예병사들을 보면 용서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엄청 싫어하는 연예인 몇명 있지요..ㅋㅋ
그런데 제대 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은 없었고,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성간 갈등도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 문제가 참 어려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드네요.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저는 특히 훈련소에서 힘들어서 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요즈음 군 내에서 사병 복지는 월급도 올라가고 여러가지 제한도 풀고 어느정도 향상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근데 오히려 민간에서 군인에 대한 인식이 ...
제가 말한것과 같습니다.. 점차 좋아져야겠죠..
군대갔다온 사람으로 느끼는 건데 정말 군인에 대한 대우가 너무 안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강제로 20대의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건데 정말 합당한 대우좀 해주면 좋겠습니다.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죠 ,..
부를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이란말 공감합니다 ㅎㅎ 부대내에 일을 하다가 지병을 얻은 병사가 있었는데
간부들이 그것에 대해 혹시나 나중에 책임을 질까봐 어떻게든 미리 밑장을 까는 모습이 ... 안타까웠습니다
얼른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나라를 지킬 맘이 생기죠 ...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개인의 편의를 다 포기하고 의무적인 생활을 하는 분들인데 무슨 머슴 보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죠. 얼마 전엔 어느 여관주인인가가 군인 폭행을 했다던데...자신이 군 출신이라 군기 잡은 것 쯤으로 정당화 했다던가요.
저도 그 폭행한 여관주인이 전직 영관 출신이여서 더 충격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