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인트라넷에 대한 추억 : 무인도의 커뮤니티

in #kr6 years ago (edited)

글을 올리기 앞서

사병 출신인 제가 깊숙히 알고 있으면 얼마나 깊숙히 알고 있겠냐면, 군 관련 내용이다보니 혹시라도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 저는 신상 노출에 대해서 민감해서, 제 신상이 최대한 노출 안되도록 글을 쓴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군에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혹시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발견하시면 저한테 즉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정이라도 해서 그 부분의 내용은 없애버리겠습니다.

※인트라넷 커뮤니티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살짝 고민이 있었으나,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해 나무위키에까지 등재된 마당에 제가 이름을 언급을 안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냥 풀네임을 공개하겠습니다.

인트라넷과의 첫만남

저는 공군 병 출신이고, 행정 관련 보직을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대로 전입하고 몇일 안된 시점으로부터 컴퓨터를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거의 근 60일 정도(훈련소 + 특기학교 기간)의 기간 동안 컴퓨터라는 존재로 부터 단절되어있다가, 자대에서 컴퓨터를 보니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컴퓨터를 보면서 속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때는 인트라넷 존재를 몰랐으니깐요.

'ㅋㅋ 나중에 짬 좀 차면 이걸로 네이버도 할 수 있고 그런건가'

물론 특기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끔씩 사용해보기는 했으나, 저는 특기학교에서 컴퓨터를 사용할때 제가 인트라넷을 하고 있는건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교관님이 어디 사이트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그래서 제가 들어간 사이트들이 그냥 일반적인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인줄 알았습니다.

선임이 인트라넷 시스템이나 업무에 관해서 알려주다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때 저는 유혹을 못참고, 주소창에 'www.naver.com'을 입력해보았습니다. 물론 당연히 외부랑 단절되어있는 내부망이니 네이버 같은 곳에 들어가질리가 없었습니다. 병사가 외부넷을 이용하려면 사이버지식정보방에 가는 수 밖에 없었죠.

인트라넷 커뮤니티 : 무인도에 격리된 사람들의 문명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좌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인트라넷을 알아가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네이버가 안되도, 롤 같은 게임이 안들어가져도, 마치 무인도에서 문명을 이룩하듯, 많은 분들이 인트라넷 내에서 자체 커뮤니티를 이룩해놓았고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참 재밌게 놀았습니다.

인트라넷 내 커뮤니티 및 인트라넷 사용 환경 분위기를 비유를 하자면 미국 드라마 '로스트' 같이 무인도에 격리된 사람들끼리 맨 땅에 집 짓고 사는 거랑 비슷합니다. 물론 외부 정보가 유입되긴 하지만, 기껏해야 몇일 휴가나 몇시간 사지방을 이용하고 온 장병들이 하는 이야기라 극히 제한적이고 한 사람이 겪은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외부 넷으로 부터 사진, 동영상, 음악 파일 등을 인트라넷에 반입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기술적, 사회적인 제약(?)들을 극복하고, 군 커뮤니티를 사제넷처럼 구현해서 완벽히 즐기려는 노력(?)은 계속 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겪은 군 커뮤니티 사람들은, '사제넷보다 더 재밌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사지방에 안가도 접근성이 더 뛰어난 인트라넷 컴퓨터로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자!'라는 일념하에 열심히 군 내부 커뮤질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무인도에 격리된 사람들이 원래 사회를 그리워해서 그곳을 진짜 자신들이 살던 사회로 만들려고 하는 것 처럼요.

인트라넷 안의 디씨인사이드?

제가 복무했던 공군 인트라넷내에서 병사들끼리 마치 디씨인사이드에서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었습니다. 그중 몇군데를 소개해보자면은 첫번째는 공군 제1커뮤니티인 '휴머니스트'라는 곳입니다. 이곳에 대해서 나무위키에서도 상당히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가서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곳의 대화게시판에서는 진짜 자유주제로 참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합니다. 참 뭣 같은 간부들도 많아서 간부 뒷담화 하는 글도 자주 올라와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전역할때쯔음에 문제가 굉장히 많았던 곳인데 지금은 이곳의 게시판이 어떻게 됬는지 모르겠네요.)

예를 들자면,

'트와이스의 ㅇㅇㅇ 진짜 요즘 너무 이쁘지 않나요?'
'끝말잇기 하실 분 구합니다'
'ㅇㅇㅇ 기 밑으로는 진짜 답이 없습니다'

이런 정말 사제넷에서나 볼법한 글들이 정말 많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휴머니스트의 대화게시판은 중앙에서 관리하고 서로 격식을 차리는 것이 규칙이여서 정말 디씨까지의 분위기는 되지 않았지만, 관리가 소홀한 비인가 병사 게시판이나 일부 공식적으로 개설된 병사홈페이지 같은 경우에는 정말 서로 거의 반 반말체를 쓰며 (계급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대대나 다른 부대면 아저씨니깐요.) 디씨 처럼 놀았습니다. 가끔 이런 분위기에 취해 선을 넘어서 그곳이 군대내 홈페이지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제넷에서처럼 과격한 행동을 하다가 징계를 받은 병사들도 몇몇 봤습니다.

인트라넷 안의 스팀잇?

인트라넷 안의 스팀잇이라 약간 비유가 이상하기도 한데요.
그냥 인트라넷 내에서 굉장히 퀄리티가 높은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스팀잇과 한번 비유를 해봤습니다.
정말 공군 제1커뮤니티 카페인 '휴머니스트'의 교양전용 게시판들에서는 군대 인트라넷에서만 보기 아까운 퀄 높은 글들이 정말이지 많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몸 담았던 공군은 고학력자가 상당히 많았고 사회생활을 하다오신 사병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사학, 경제학, 수학 , 과학, 컴퓨터 공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존재해서 정말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이미 16년 말 쯔음에 비트코인에 가격의 전망에 관한 글을 쓰신 분들도 있었고,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칼럼을 쓰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코딩에 대한 인기도 굉장히 핫해서 코딩에 관한 글들도 굉장히 많았구요. 지금 스팀잇에 내놓아도 상당한 보팅을 받을만한 글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수천편이나 되는 글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다 버리기 아까운 글들이었습니다.

물론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들이 아무런 보상이나 강요도 없었는데 인트라넷 사용자 분들이 그냥 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것들입니다.

인트라넷 안의 웹툰 광장

인트라넷에는 굉장히 능력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술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이보였죠. 이러한 분들이 직접 웹툰을 그려서 특정 게시판에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공군 정식 연재 웹툰이 아닌 개인이 그린 웹툰들을 다루겠습니다.)

물론 군대내에서 웹툰 작가처럼 작업할 수 있는 도구도 , 프로그램적인 환경도 없어서 이분들은 대부분 종이에 손으로 만화를 그리고 이걸 스캔한 후 편집은 다 그림판으로만 하셔서 사제 웹툰보다는 상당히 퀄리티가 떨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제한된 환경속에서 이정도 퀄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걸 볼때마다 감탄만 나왔습니다.

주제는 주로 군 부조리를 비판하는 만화도 있었고, 그냥 일상생활 이야기, 판타지물도 있었고 참 다양했었습니다.

인트라넷 내의 게임 제작자들

인트라넷에서는 심지어 게임을 만드는 능력자들도 있었습니다.
군대에는 원천적으로 병사가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금지 되어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러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겠죠. 하지만 C나 C++ 같은 언어로 게임 제작을 못하니
어떤 능력자 분들은 엑셀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무작업할때 쓰는 엑셀 맞습니다...
엑셀 스크립트 언어가 비쥬얼 베이직이라는 점을 이용하셔서
비쥬얼 베이직을 이용해서
2048이나 체스, 테트리스 등 별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엑셀 게임을
어떤 분이 만드셨습니다. 물론 사회에서의 게임보다 퀄이 떨어지지만
엑셀로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다는데에 참 신기해서 입을 떡 벌리면서 게임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군 인트라넷으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들을 소개해봤는데
요즘 군인들 꿀 빤다. 이런 안 좋은 소리가 나올까봐 무섭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한에서 인트라넷으로 이런 활동을 하신 분들은
업무시간에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고 자기 자신의
개인 휴식시간을 쪼개서 이런 일들을 하시니 안 좋은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글을 마치겠습니다.
또 글을 쓰다보니 상당히 길어지게 되었네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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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

저도 공군 전산병 출신입니다 ㅋ
인트라넷 커뮤니티들 자주 접속했었는데 ~
컴월드? 이런 이름의 커뮤니티가 있었었던 것 같아요
스타크래프트 클랜도 세곳 정도 있었고 ㅎㅎㅎ

ㅎㅎ 저보다 훨씬 윗기수이신가 보군요 저는 들어보지 못했네여 ..

ㅋㅋㅋㅋ 명칭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아서 ~
암튼 반가워요 ^^

네 ^^ 반갑습니다 !!

[나눔]무조건-수동보팅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군터넷이라 불리던 군 인트라넷 에 게임도 있었군요.. ㅎ

ㅎㅎ 인트라넷 안에 있는건 아니고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들 끼리 몰래 공유를 하죠
(군법상 불법이긴 하지만요 .ㅎㅎ)
제 글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스팀 시작한지 얼마 안된 뉴비입니다 ㅎㅎㅎ 팔로우하고 자주 놀러올게요 잘 부탁드려요!! ㅎㅎ

반갑습니다 ㅎㅎ

저는 아직 학생인지라 군대 내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저런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게 놀라우면서도 당연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입대 전에는 인트라넷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그냥 군대 컴퓨터로 네이버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그러는줄 알았어요 ... ㅎㅎ

저도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네요 ㅎㅎ

글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스팀잇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에 도움을 주실 수 있을란지요? 피드백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떤 것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적극 도와드릴게요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스팀잇에서 개인 메시지는 보낼 수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무슨 이야기 인지 궁금하네요 . ㅎㅎ
제가 오픈채팅방 하나 만들었어요
https://open.kakao.com/o/s7HAVIH
여기에서 이야기 하죠 ㅎㅎ

공군엔 IT 게시판도 있죠!!

ㅎㅎ 전 아이티는 잘 몰라서 자주는 안갔어요. 주로 컴퓨터 견적이야기를 하더군요.

거기에 보태서 휴대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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