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끝은 달콤하다. 40대의 첫 마라톤 도전기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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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뛰는 것을 엄청 나게 싫어한다 아니 싫어했다. 학교 다닐때 하는 100미터 달리기, 1키로 달리기 시간이면 꾀병이라도 앓고 싶었고 심장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1명이 뛰면 1등, 2명이 뛰면 2등 매사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경험한 군대에서의 이유없는 선착순 뺑뺑이의 악몽도 달리기에 대한 부정성을 키웠다. 거리를 다닐 때, 조깅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않갔으며, 운전을 할때 길이라도 가로막고 있으면 짜증이 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 그랬던 사람이 왜? 갑자기?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 인생에는 터닝 포인트가 있다, 자신이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또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난 후자다.
흔히 40대가 넘으면 몸이 이곳저곳 고장 신호를 보내는 데, 난 20대, 30때의 무절제 함으로 인해, 통풍을 한 번 앓은 적 있다. 통풍은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에서 통풍인데, 고통을 이해 하자면 밤새 누군가가 계속 뜨거운 촛농을 내 발에 떨어뜨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은행 생활에서의, 육아등등 스트레스로 지방간, 만성 피로,고혈압 증상에, 초기 당뇨까지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었다.
가정의와 상담하면서, 해결점은 가벼운 운동 (걷기), 식이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치 않으면 위험하덴다. 허참…평생 쌩쌩할 것 같았는 데, 헛웃음이 나온다.
건강에 대한 공포감이 생김과 운동에 대한 의욕이 동시에 생기는 묘한 기분 ## “그래 걷기라도 하자” 그렇게 운동은 시작되었다. 시간은 출근 하기전 새벽시간을 택하였다.
첫날은 천천히 걷기, 한 45 분을 걸으니 혈액 순환이 되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상쾌하였다.
그렇게 몇 일을 걸으니, 좀 뛰어 볼까 하는 생각이 생긴다. 한 20미터를 뛰었을까, 정강이가 무척 아프다. 멈추고 걸으면서”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뛰는 걸끼?” 라는 생각이 맴돈다.
하루 하루 지나고 또 뛰어본다, 10미터 20 미터 씩 거리가 늘어난다.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한다.
몇 일을 더하니 정강이가 안아프다. 이제는 전봇대를 기준으로 달리고 걷고, 달리고 걷고.
매일 도는 코스가 4키로 인데, 어떻게 뛰다보니 반 바뀌를 뛰었다. 목표가 생긴다. 몇 일후에 한바퀴를 쉬지않고 뛰었다.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달을 매일 같이 뛰니 속도도 붙고, 들고 다니던 물병도, 음악을 들으며 뛰는 것도 이제 거추장 스러워졌다.
근육회복를 위해 발 마사지를 다녔는데, 마사지사 선생님이 “왼쪽 다리가 오른 쪽보다 훨씬 굵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뿔사, 매일 같은 코스를 왼쪽으로 만 돌았던 것이다.
다음날 부터, 바로 코스를 바꾸고 거리도 차츰 늘려 나갔다. 10 키로 정도를 달리게 된 즈음에, 약간의 권태감이 몰려왔고 비가 내리는 겨울 날씨도 문제였다. 그때마다 조깅복을 입고, 새벽 현관문 앞에서 망설일때마다 , 현관문을 비틀어 열어 준 내 오른손이 무척이나 고맙다. 일단 나가서 달리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을 들어 보았나? 솟구치는 엔돌핀이 행복감을 일어나게 한다. ## 달리기는 뛰면서 하는 명상이다. 생각을 멈추게 한다.

한 번은 거의 폭풍우가 오는 아침이었는데, 도저히 나가질 못하였다,GYM 회원증도 없고 런닝머신이 없는 내가 택한 행동은 바로 “차고안에서 제자리 뛰기였다” 무려 1시간을 조그만한 차고에서 제자리 뛰기 했다면 믿겠는가? 내가 그랬다. 질주를 못하며 묶여 있는 야생마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이제는 동네 한바퀴가 아니라 다른 동네까지 뛴다. 15 키로, 편도로 간다음 대중교통으로 돌아 온다. 돌아오면서 “와 내가 이먼길을 달렸구나” 하는 근거자감 (근거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우연히 한 광고를 보았는 데 “Melbourne International Marathon”이라는 글이 시야에 박힌다.
나도 모르게 21.5키로 하프 마라톤에 덜컥 지원을 해버렸다. 거의 자동적으로 10개월 만의 변화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공표했다. “나 하프마라톤 지원했다, ## 뛰다가 죽을 지도 몰라” 모두 놀란다 하지만 노력하는 걸 봐왔기에 내심 응원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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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후에 몇 일 후번호표가 우편으로 왔다. 난생 처음 보는 물건, 참 신기하다. 마이크로칩도 붙어있다.연습은 계속되고, 18키로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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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아침일찍 약 12000명도 정도 되는 인파가 같은 목적으로 하나 둘씩 대회장으로 몰린다. 남녀노소, 가지 각색의 운동복, 총성이 울리자 우우루 환호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갈때의 기쁨은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기존에 달리는 데로 달린다. 달리면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생각을 한다. 먼저 치고 나가지만 곧 몇키로 못가고 걷는 사람, 내 뒤에 있었는 데 어느 덧 나를 추월하는 사람,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보다 연로한 사람, 젊은이, 장애가 있는 사람, 모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린다. 참으로 고귀한 광경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 땅이 달리는 지 내가 달리는 지. 내몸의 진동이 지구의 슈만 공명수와 하나가 된다.
18 키로 구간이 나로써는 고비다, 다리도 아프고 그냥 관두고 싶은 감정이 올라온다.골인 지점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를 악물고 달린다. 골인 지점이 눈에 들어 온다,내 인생의 새로운 역사가 나에게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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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자신과에 싸움 이라 하는데 대단하세요~~

앞으로 더 멋진 모습 응원할께요

고맙습니다.

마라톤 딱 한번 해봤는데 뛰는 내내 자신과의 싸움...
근데 완주하는 순간 그 성취감은 엄청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우와 마라톤! 저도 달릴래요!
통풍이 오히려 더 건강할 수 있게 도와주었네요!

달리면 됩니다.

같은 40대로써 공감백백 됩니다.
저도 무릎이 나가시전에는 마라톤 8년동안 했었습니다.
40대가 되니 몸의 이곳저곳이 이상 신호를 보내오는데...
뛰는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는데...
그놈의 8년이 발목을 잡네요 ㅋㅋ
몸은 뛰라고 하고... 머리는 안돼라고...
글을 읽고 덕분에 옛생각에 빠져봅니다.
보팅과 팔로우 하고 갑니다 ^^*

감사 합니다 맞팔합니다

마라톤 저는 꿈도 못 꾸는데 체력이 안되서 말이죠.ㅎ
열정이 대단하신거 같애요!.ㅎ

됩니다 누구던. 제가 하면 님도 되요

저도 어릴때부터 달리는거 너무 싫어했어요. ㅠㅠ
그리고 뛰었다하면 매번 꼴찌 ㅋㅋㅋ
힘든 마라톤을 성공하셨다니 대단하세요! ^^

달리기 하는 여자. 참 멋있습니다. 그리고 뒤태가 이뻐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달리기를 못해서 차근차근 연습하고 마라톤도 도전해봐야겠어요.ㅎㅎ

하면 됩니다.

저도 뛰는거 무지 싫어하는데
마라톤 하시는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ㅎ
팔로우 누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맞팔합니다.

18키로라...대단하십니다!! 리스펙합니다!!!!

총 21.5키로 입니다.😊

저도 40대에 마라톤에 빠져 살았었죠. 지금은 게으름과 자기합리화로인해 가끔 10K 정도만 겨우 달리고 있지만, 완주의 기쁨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이지요.
수고 많으셨고요 이제는 풀을 향해 고고~~ ^^

풀은 접었답니다.ㅜㅜ 지금은 1년 째 풀로 근육만들고 있답니다. 점점 뛰기 힘들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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