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Daily]짐승좋아하는 남자

어린 시절을 완벽한 깡시골에서 보냈다. 여름엔 냇가에서 물고기잡고 수영을 즐겼고 겨울에는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고 놀았다. 앞마당만 벗어나면 요즘 어린학생들이 돈주고 체험학습하러가는 자연친화적인 동네였다. 덕분에 곤충, 각종 파충류, 조류, 설치류, 양서류, 포유류 등 종류에 상관없이 가지각색의 짐승에 대한 유대감이 조성된 것 같다. 하지만 모기랑 지네는 정말 싫어한다.

나는 특히 시골에 주로 서식하는 변견?과 큰 견들을 좋아한다. 왠지 작고 약삭바른 애들은 시크하고 자기 주인한테만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 정이 안간다. 최소한 나한테 경계심없이 다가와주는 짐승들에게 온정의 손길이나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싶어지는건 본능인듯 하다.

오리에게 음료를 나눠주는 모습

어렸을 때 동물을 많이 길렀고 지금도 가끔씩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있지만 기르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하나는 나의 이기심으로 데려와 놓고 그 아이에게 신경못써주면 미안할 것같다. 최소 일하는 8시간은 당연히 못보고 사회생활하다보면 늦게 퇴근하거나 외박이라도 하는 날이 생길텐데 그 아이는 보고싶은 주인도 못보고 외로움과 굶주림에 지쳐 방생되는 것만 못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할수있다.
동물을 돈으로 산다기보단 같이 살기위해 데려간다면 유기견들이 안락사당하는 일은 줄어들 텐데하는 생각을 한다. 부디 책임감없이, 가족이라는 생각없이 동물을 분양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의 슬픔이다. 아무리 건장하고 눈물한방울 안흘릴 것같은 사내여도 내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확신한다. 어린시절 개들을 한마리도 아닌 여럿을 길렀다. 보낸 아이도 몇마리 되는데 떠날 때마다 울었던것 같다. 개가 죽으면 집 뒷산에 올라가 땅을 파서 묻고 예쁜 직사각형의 비석을 구해와 무덤에 올려두거나 무덤 주위를 돌로 원을 그려 추모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부분인데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반려동물 학대, 유기 실태를 보면 몹시 화가 난다. 개인의 도덕성과 양심에 맡겨야하기 때문에 벌하기 쉽지않은 실정이니만큼 반려동물을 키우고자하는 사람은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책임감을 갖고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